미국을 지리적, 문화적으로 구분하는 2개의 벨트가 있다. 하나는 '선 벨트'(Sun Belt)이고, 다른 하나는 '러스트 벨트'(Rust Belt) 또는 '스노우 벨트'(Snow Belt)라고 부른다. '태양이 떠오르는' 선 벨트는 플로리다, 조지아에서 텍사스, 애리조나를 거쳐 남부 캘리포니아에 이르는 지대다. 한국의 휴전선과 같은 북위 38도, 또는 37도가 그 경계선이다.
반면 러스트 벨트는 대서양 연안에서 오대호 주변에 이르는 동북부 지역이다. 바로 자동차산업을 비롯, 철강, 기계 등 중공업의 중심지다. 미국에서 철도가 처음으로 깔린 곳이기도 하다. 러스트 벨트는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세계경제의 심장으로 발전했다.
남부 사람들은 백인이든, 흑인이든 가난에 지쳐 너도 나도 기차에 몸을 싫고 디트로이트와 같은 러스트 벨트의 도시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노동운동이 탄생했고, 의료복지 제도가 확립되고, 중산층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영원한 미국 기업으로 불렸던 GM의 몰락이 대변하듯 동북부의 공업지대는 더 이상 미국의 심장이 아니다. 자동차산업 분야에서마저 현대·기아차, 폭스바겐, 혼다 등의 외국 업체들이 조지아, 앨러배마 등으로 몰려들면서 동남부가 새로운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미국 인구의 역류 현상이 뚜렷하다. 남쪽에서 북쪽으로의 일방통행이었던 인구이동이 지금은 북에서 남으로 바뀌고 있다.
조지아,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등의 남부 주들이 새로운 인구 밀집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주장대로 이런 산업재편과 인구의 역류 현상은 새로운 형태의 '지식산업'의 출현과 같은 '제3의 물결'과 맞물려 일어나고 있다.
GM의 최근 주가는 주당 3달러로 추락해 시가총액이 고작 18억달러에 불과하다. 반면 아이팟을 판매하는 애플의 주가는 주당 80달러선, 시가 총액이 730억달러에 달한다. 애플은 미국에서 디자인하고, 인도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중국에서 하드웨어를 생산해 아이팟을 판다. 이것이 글로벌 지식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