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이라면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민족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산 물건 거의가 일제야, 우리도 한심한 사람들이네, 그렇지? 그래도 상품 품질이 좋으니 안 사려도, 어쩔 수가 없이 사게 돼, 우리나라도 공장들이 점점 많아지니, 이제는 좋은 물건을 생산 할 수 있을 거야, 빨리 그렇게 되어서, 우리나라 생산품이 일본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상품이 되어야 하는데.” “서울 가서 명동으로, 종로로 해서 남대문 시장 구경하고, 자기 옷하고, 내 옷도 식구들 옷도 사자, 전국에서 옷값이 제일 싼 곳이 서울 남대문 시장이야, 많이 사기는 했어도 선물은, 옷 선물이 빠지면 허전하거든, 숙이도 뭔가 빠진 것 같았지?” 서울에 도착하자 하룻밤을 괜찮은 여관에서 자고 나서, 고궁과 거리 구경, 또 시장에 가서 옷을 사서 화물로 보내고, 나머지 가볼만한 곳을 찾아서 가보며 이틀을 보내면서, 정길이 밤에는 은숙을 잠시도 내버려두지 않는다, 서울도 별로 볼 곳이 없어 보이자 정길이 집에 가자고 조르는 은숙에게 나하고 있는 것이 재미없어서 그래? 하며 묻자, 어머니하고 하루라도 더 있고 싶어서 그런다고 한다, 할 말이 없어진 정길이 그럼 선물 보낸 것이 도착할 때쯤까지 만이라도 방에서만 시간을 보내자고 한다, 멍하고 정길을 바라본다, 아니 이 사람이 죽으려고 그러나 싶다, 자기는 지금 온 몸이 쑤시고, 아파서 아무 생각이 없는데,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나 많은지도 모르고, 그 힘을 한 번에 다 쓰려고 하는 거로 보인다, 정길이 그런 은숙을 바라보며 한 마디 한다, 그동안 은숙을 안고 싶었던 것을 아직 반도 못 풀었는데, 벌써 가자고 하면 어떡해? 하자, 은숙이 어이없는 얼굴로 정길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오빠 나를 아주 죽이려고 작정했어? 한다, 그 소리에 조금 계면쩍은 얼굴을 하며 머리를 긁는다. “얘들은 저희들 쓰라고 했더니 웬 이삿짐이냐? 뭐가 이렇게 많아? 강릉에는 더 많이 보냈다고? 빨리 돌아온 건 왜? 재미가 없어? 얘가 색시를 재미없이 끌고만 다녔구먼, 너 나중에 얘한테 혼나려고 그러냐?” “아니 예요. 어머니, 이제 헤어지면 명절에나 뵙게 되니, 며칠이라도 어머니와 더 같이 있고 싶어서 조금 당겨 왔어요, 저희들이 어머니하고 여기 같이 있으면 귀찮으세요?” “어머! 얘가 아주 예쁜 말만 골라서 하네, 그렇지 않아도 너희들 여행 보내고 나서, 며칠이라도 더 같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 했는데, 내 생각이 너희들에게 통했나 보다, 호호호 이 녀석은 그렇지 않았을 텐데, 네가 고집 부렸구나? 나는 적어도 한 열흘은 더 있어야 올거라 생각해서 방도 치우지 않고 있었는데." “아니 예요, 정길씨가 먼저 그러던데요! 일찍 가서 엄마와 식구들과 친해지라고요, 휴가 끝나자마자 강릉에 가야 하니 시간이 없다면서요, 호호호” “집사님, 저 방 좀 치워 주시겠어요. 예, 그 방이요, 시간이 좀 걸린다고요? 얘! 그럼 우선 저 방으로 들어가자.” “절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어머니 저 여행이 무척 좋았어요, 맛있는 것도 사주고 오빠가 너무 잘 해 줬어요.” “언니야! 너무 보고 싶었다, 오빠는 말고, 언니하고 내 선물하고, 하하하하 요즘은 손님이 너무 많아서 쉴 틈이 별로 없어, 미용실에서 나 오기를 기다리는 손님이 많아서 시간이 너무 없어요, 진짜 힘들어, 아휴.” “형수님, 잘 다녀오셨어요? 힘들지 않았어요? 좋은 데 구경 잘 하셨어요?” “네, 도련님! 형님 친구 분들 대접하느라 고생이 많았어요, 저 구경 시키느라고 형님도 고생 많았어요, 집사님하고 방 치우고 정리하느라 힘들었지요? 호호호 나중에 도련님 장가 갈 때 갚아드릴 게요.” 한바탕의 인사가 끝나고 나자, 선물을 풀어 입어보고, 재보고, 껴 보고, 둘러보고 갖은 모양내보기를 다하고서야 조금 잠잠해 진다, 정길은 아예 밖으로 나갔다, 정길의 모친 정자가 은숙의 손을 가만히 잡는다. “어머니 힘드시죠? 이제 제가 모셔야 되는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죄송해요, 어느 정도나 세월이 지나야 모실 수 있을지를 몰라 더 죄송합니다, 대신에 전화로 문안인사는 꼭 드릴게요, 그렇지만 여름에 휴가 얻으면, 명절이 아니라도 뵐 수 있을 거예요, 여름휴가에는 절대 다른 곳에 안 가고, 여기로 어머니 뵈러 올 거예요, 오빠와 같이 약속 할게요.” “너무 고맙다, 네가 며느리가 아니라 꼭 내 딸 같다, 어쩌면 그렇게 내 마음을 잘 헤아려 주는지, 아들은 자주 봐도 꼭 남 같기만 한 대, 너는 본지 몇 번 안 됐는데도 꼭 친정에 다니러 온 내 딸만 같구나.” “어머니 그래서요. 오빠에게도 얘기 했었는데, 제가 어머니를 일찍 여의어서, 어머니가 꼭 제 엄마 같아요, 엄마라고 부르면 안 돼요? 예? 엄마라고 하고 싶어요, 허락해 주세요, 그래도 돼요?” “아이고, 딸 하나 더 생겼구나, 이리 와라, 너무 예뻐서 안아주고 싶구나, 얼마든지 되지, 얼마든지, 내가 복이 넘치는 구나, 하나님이 어쩌면 너 같은 며느리를 주셨는지 정말 감사하구나.” ‘전에 전화로 수다 떨 때 이렇게 될 줄 알아 봤어, 이들 두 사람은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아니라 모녀지간이라니까.’ “집사님, 제가 거들어 드리겠으니 우리 음식을 만들어 봅시다, 얘들도 왔으니 저녁에 모두 모여 식사를 같이 하도록 해요, 호호호 글쎄 얘가 나를 엄마라고 부르고 싶다고 하네요.” ‘휴! 쉬었으면 했더니 또 야? 선물 품평하는데 만, 세 시간이 걸렸으면 쉬게 해 줘야지.’ 아침식사를 하고 미용실이 문을 열자, 정길은 은숙과 같이 집을 나선다, 송탄의 이곳저곳을 보여 주기위해서, 자신이 이곳에 살면서 다녔던 국민 학교로 안내한다, 아직도 자신이 공부하던 그 때의 교실이 남아 있었다. “여기가 내가 다니던 송북 국민 학교야, 저 교실이 내가 배우던 곳이고, 6 학년이 두 반 밖에 없었어, 서울영등포 당중 국민 학교에서 6학년 1학기에 이사 와서 다녔지, 그래서 이 학교에 아는 애가, 같은 동네에서 서너 명 하고, 중학교까지 같이 진학해서 아는 아이들 대여섯 명 빼고는, 친구도 아는 애들도 별로 없어, 그 전에 서울 영등포에 있는 당중 국민 학교 동창회에 갔더니, 얼마 안 되었는데도 그 애들도 나를 몰라보고, 나도 그 애들을 몰라보겠더라고.” “한창 자랄 때 헤어지면 그래, 나도 그런데요 뭐, 작은 집에 사느라 학교를 옮겼더니, 나도 어릴 때 친구들이 별로 없어요, 작은 집요? 아직 그래요, 이번 결혼식에도, 작은 집은 작은 아버지만 왔잖아요, 우리야 용서 했어요, 아버지도 용서하셨고요, 작은 엄마 자신이 미안해서 그러시지요.” “저기 산줄기가 태백산맥 줄기야, 저 산 이름은 부락 산이야, 저래 보여도 산이 꽤 깊어 아버지가 집을 비운 후 저 산으로 나무를 하러 다니고는 했어. 가 볼래? 그래 가보자, 산에 깊이 안 들어가면 2시간 30분 정도면 집에 도착할 수 있어, 올 때 본 여자들? 어찌 보면 달러를 벌어드리는 산업전사고, 달리 보면, 불쌍한 여자들이야, 전쟁의 상처라고 할 수 있어. 양키들에게 정조를 팔아서, 자기들 집을 먹여 살리니, 효녀라고 할 수도 있고 응? 큰 길 옆에? 아! 어제 본? 그 여자들은 한국 사람을 상대하는 여자들이야, 매춘부라고 하고 간혹 미국인도 상대 한다고 하더라고, 나? 나는 전에 남의 집 살이 하느라 바빠서 그랬는지 아니면, 왠지 모르게 더러운 생각이 들어서인지, 아직까지 저 여자들에게 어 떤 색 다른 감정을 느끼거나 한 적은 없었어, 내가 여기 있을 때는, 어머니와 동생들과 함께 먹고 사느라 그런 것에 신경 쓸 여력도 없었고, 첫째는 그런데 쓸 돈도 없었어, 있었어도 안 갔을 거야, 너무 어려서 모르기도 했었지만, 응 진짜야.” “그래서 미장원이 그렇게 잘 되는구나, 거기 오는 여자들도 대부분? 기지촌이라는 말이 그래서 생긴 거구나, 나는 웬 멋쟁이들이 이렇게나 많은가 했었지, 앞으로는 오빠 혼자만 여기에 절대로 안 보내겠어, 요전에 집 사러 구정 전에 왔을 때, 아무 일 없었지? 많이 수상해! 자기는 가만있어도 친구들이 유혹을 했을 텐데? 했지만 안 넘어갔다고요? 어째 영 수상한데? 신혼여행가서 오빠가 내게 하라고 하던 그 이상야릇한 행동들도 그렇고.” ‘뜨끔, 아 휴! 이 입이 방정이야, 그런 말은 왜 해서, 그런데 사실은 지연이 누나가 가르쳐 준 거지 여기서 배운 게 아닌데? 나도 모르게 지연이 누나와 했던 것을 그 대로 은숙이와 하게 된 거네, 그것도 습관이 된 것인가? 이거 참.’ 정길이 아 뜨거! 하는 눈으로 은숙의 눈치를 보면서 은숙의 마음을 돌리고자 머리를 굴려 국민헌장을 흉내 내어 본다. “하나, 나는 숙이를 만나기 위한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났다, 안으로는 숙이를 위해 같이 아기를 만들고, 기쁘게 해 주며, 상전을 모시듯 정성으로 섬기며, 밖으로는 돈을 벌어, 숙이가 사고 싶어 하는 것은 무조건 사주기 위해 힘쓴다, 둘 나는 절대 바람을 피우지 않을 것이며, 다른 여자보기를 돌같이 하며, 유혹하는 여자를 공산당으로 여겨, 멸공의 정신으로 물리치며, 숙이 만을 몸과 정신을 다 바쳐서 사랑 할 것을 맹세한다. 셋~” “호호호 제 발 그만해요. 대통령 각하가 들으시면 기절하시겠네, 그렇게 정색하고 시치미를 떼니 수상하기는 하지만, 방법이 없어서 참아야지 별 수 없네, 하지만
두고두고 보겠어요. 그 맹세를 얼마나 잘 지키는지, 나중에 엄마하고 다시 상의해서 이곳에서 다른 지방으로 이사 해야지 안 되겠어,우리 아이들이 자랄 곳이 아니 예요, 엄마도 손자들을 위해서라면 우리 마음을 이해하실 거야, 생기기도 전에 빨리 아기를 안겨달라며 좋아 하시는 손자들을 위한 거니까, 그렇지? 자기야?” ‘아기 얘기를 하니 얘가 또 발동이 걸렸네, 이거 어쩌나! 그렇다고 산 중에서 안을 수 도 없고, 아직 해도 안 넘어 갔는데, 그냥 여관으로 갈까?’ 정길이 집에 있으면서 모른 체 하기가 겸연쩍어, 흥자의 편물공장을 찾아가 들여다 본다, 왠지 좀 부산해 보이는 공장안을 기웃거리는데, 작게 꾸민 사무실에서 흥자가 나오다가 정길을 보고 앞으로 걸어온다, 얼굴이 야윈 것 같아서인지 더 예뻐 보이는 흥자를 정길이 속으로 픽하고 실소한다, 가까이 보니 얼굴이 전보다 꺼칠해 보인다, 그간에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 보인다. “누나, 공장 잘 돌아가는 거지요? 일하는 사람도 더 많아졌고, 일이 많은 가 봐요, 저 기계는 못 보던 건데? 신형인가 봐.” “마침 잘 만났네요, 나도 요즘 공장도 정리하고, 이사준비를 하느라 여기를 자주 비워요, 아마 곧 서울로 가게 될 것 같아요, 다른 업종으로 바꾸어 보려고요, 백화점과 시장에서 파는 기성복을 주문 생산하는 곳 이예요.” “예? 편물점을 넘기고 옷 쪽으로 하고 싶다고? 왜요? 잘 되는데, 그만둔다니 왜?” “응, 남대문 시장에 봉제 공장이 하나 나왔는데, 가격도 맞고, 편물공장은 이제 사양길이라 그 쪽으로 갈까 해요, 마침 전에 헌 편물기 주었던 동생이, 이걸 인수받고 싶어 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돈을 벌려면 서울로 가야 빠를 것 같아요, 좋은 기회가 왔는데 놓치기도 싫고, 동생들도 쉬었던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고 해서, 겸사겸사 이참에 아주 옮기려고 그래요.” “섭섭하네요, 잘 되는 거니까 그래도 위안이 되네요, 어디 가더라도 건강하니까 뭐, 그런데 어디 아프세요? 전에도 보니까 그러시더니, 예전보다 더 여위신 거 같아요, 몸조심하세요, 그리고 이거 선물입니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이걸 보니까 문득 누나 생각이 나더라고요, 누나와 잘 어울리겠다 싶어서 샀어요, 비싼 건 아니지만 제 마음의 선물이니까 받으세요.” 정길이 집에 있는 동안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학원에 등록을 하러갔다, 현장에서 운전을 배워 할 줄이야 알지만, 현장 밖에서 운전을 하려면 면허는 어차피 필요한 것이기에 은숙도 반대하지 않았다. 은숙이 아침에 슬그머니 혼자 어딘가를 다녀오더니, 안절부절 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정옥이 언니 왜 그래? 물어도 아무것도 아니라며 얼른 자리를 피한다, 이윽고 무언가 결심을 한 듯, 방에서 잠시 쉬고 있는 시어머니를 찾아 들어간다. “엄마, 어깨 주물러 드릴 게요, 아버지도 제가 주물러드리니까 손힘이 좋아서 시원 하다고 하세요, 아프시면 말씀하세요, 음! 음 그리고 엄마 저기요, 아휴! 너무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 되는데요, 놀라시거나 화내지 마세요, 저요 아기가 생겼어요, 같이 현장에서 근무하다 보니 조심하느라 했는데, 지금 두 달째 생리가 끊겨서, 혹시나 해서 쉬는 길에 검사를 받으려고 오늘 혼자 병원에 갔었어요, 임신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웬 지 좀 이상해서 가 봤더니 임신이라네요, 어떡하지요? 벌써 삼 개월이라고 하네요, 엄마 죄송해요, 집안 망신 시켜서.” “어머나 이런 경사가, 뭐가 미안 하냐? 네가 아주 큰 선물을 내게 주는 구나, 호 호호호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식구가 적어서 그랬더니, 큰 선물을 주시는구나, 아유, 예쁜 것, 이런 복덩이가 있나? 정길이는 알아? 아직 모른다고? 왜 말 안했어? 그럼 내가 먼저 안거네? 호호호 그래? 결혼식을 아주 알맞을 때 잘했구나, 배불러서 했으면 화장을 해도 그렇고, 몸매도 표시가 났을 텐데, 아이고 입이 근질 거려서 이걸 어떻게 하나, 어디 가서 누구에게 자랑을 해야 하나, 신혼 열흘 만에 손자 생겼다고 할 수도 없고, 아이고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호호호 아유 못 참겠네, 그래 아버지에게라도 자랑 해야지, 도저히 안 되겠다. 가만히 있자! 밖에서 해야 되지, 공중전화 있는 곳이 어디더라? 이 양반 전화번호가 어디 있지? 참 미장원에 있지, 지금 연락이 되려나?” 정길 모친이 미처 생각도 못한 때 아닌 경사에 입이 벌어져서, 진혁에게 전화를 해서 한동안 흥분한 모습으로 통화를 하더니, 집안일 하는 교회 집사에게 말하려다 입을 막고 안 돼, 하고는 정옥을 살짝 불러내어, 언니가 신혼여행에서가 아닌 강릉에서 임신했다고 알려주며, 글쎄! 언니가 네 오빠가 아니고 나에게 먼저 알려 주었단다, 하며 흥분한 얼굴로 미소를 짓는다. “오빠 축하해, 너무 놀라지 말 아, 비밀이라 남들은 알면 안 되니까, 비밀이라니까! 정필이도 몰라, 뭐냐고? 헤헤 알려줄까? 말까? 좀 있으면 알게 될 테니, 알려 줄게, 그게 뭐냐 하면 말이지, 하하하하 오빠, 이게 보통 일이 아니고 말이지, 글쎄 말이야 오빠 이제 진짜 큰 일 났다.” “뭐야? 축하한다고 했다가, 큰 일 났다고 하면 어느 말이 진짜야? 뭐야? 말해봐! 참 나, 이게 정말, 야! 그만 둬! 언니에게 물어 보지, 어디 있기에 안 보이는 거지? 숙아, 숙아 어디 있어.” “아니야, 내가 말할게 큰 소리 내지 마, 다른 사람들이 알면 안 된단 말이야, 이리 귀 좀 대 봐, 오빠가 좀 있으면 아기 아버지가 된다고, 아기 아버지 알았어? 소리 내지마, 어! 얼이 빠졌네?” ‘아버지? 내가 아버지가 된다고? 세상에 내 나이 이제 스물 하나인데, 아버지? 부모가 된다? 이런 일이 일어나도 되는 건가? 애가 애를 났다고 하겠는 걸, 하하하 에이! 누가 그러겠어? 누가? 남들이 내 나이를 지금 스물 넷 으로 알고 있으니, 별 문제 없지 않은 거 아니야? 아버지는 뭐라고 하실까? 효성이가 삼촌이 되는 건가? 참! 삼척여자는 어머니가 살아 계신 것을 지금 쯤 알 텐데? 지연이 누나보다 내가 애기를 더 빨리 만든 거 아닌 가 모르겠다, 하하하하 우리 숙이는 지금 심정이 어떨까? 가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야? 축하한다고 해야 하는 거야? 아니면 이 바보야 벌써 무슨 아기를, 하고 혼내? 아 후! 정말 모르겠네, 어머니에게 물어 봐야지, 어머니는 좋아 하실까? 싫어하실까? 우선 진짜인지 알아보고.’ “어머니 말을 듣고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내가 아버지가 되는 게 맞아요?” “그래, 네가 아빠가 된다는구나, 은숙이에게 어서 가서 업어도 주고, 너무 고맙다고 해라, 걔가 우리 집안에 너무 큰일을 해 줬구나, 뭐 해? 얼른 가지 않고 지금 쉬라고 했으니, 너희 방에 있을 거다, 괜히 엉뚱한 소리하지 하지마라, 칭찬만 해주고 좋은 말만 골라서 해줘야 한다, 여자는 임신하면 평시 보다 몇 배는 예민해 지니까, 알았지? 호호호 먼저 꼭 끌어안아 줘라.” 정길이 얼떨떨한 얼굴로 은숙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며,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거지 한다, 마음이 싱숭생숭한 것이 몸이 붕 뜬 거 같고, 정신이 없다, 문을 열자 은숙이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이는 것이 보인다, 자는 거 같은데, 임신해서 숨이 찬 것일까? 어깨가 약간씩 들썩이는 것이 이상해 보여 다가간다. “자는 거야? 응? 어어! 울어? 왜? 애기 갖은 거 싫어서? 아니면 어디 아파? 어디가 아픈데 왜? 왜 그래? 일어나 봐, 일어나라니까 어디보자, 공주님 머리에 열은 없는데, 아기 때문에 몸살이 온 거야?” “자기야 이리와, 내 옆에 누워 봐, 자, 어서, 나 너무 기뻐서 그래요, 내 속에 우리 아기가 너무 기특하고 고마워, 나 사실 너무 외롭게 커서, 결혼하면 빨리 아기부터 나야지 했는데, 어쩌면 내 생각대로 아기가 일찍 우리에게 찾아 왔는지, 난 우리 아기가 너무 예쁘고 고맙고 감사해, 누구에게든 나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큰 소리로 자랑하고 싶어요, 자기 너무 고마워, 내가 바라던 남자, 내가 꿈을 꾸며 마음속으로 늘 빌던 내 남자, 자기가 우리 아기 아빠가 된 것이 너무 감사해, 나 좀 안아줘, 으흠! 힘 좀 줘봐, 아아! 너무 행복 해.” “난 뭐가 뭔지 아직도 얼떨떨해, 내가 아버지가 된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아, 그래도 내 가슴에 뭔가 꽉 차는 이 느낌은, 울고도 싶고, 소리 내어 웃고도 싶고, 누구에게라도 내가 아버지가 된다고 막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절대 나쁜 기분은 아니야, 나도 너무 숙이가 고맙고, 더 사랑스러워, 그래, 우리 앞으로 아기를 열만 더 낳자, 야구팀을 만들까? 아니야. 축구팀을 만들자 응? 하하하 그런데 사내 녀석이라야 운동 팀을 만들지.”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나 같은 놈에게 이런 감당치도 못할 복을 주시다니, 아멘 응? 내가 지금 누구에게 감사한 거지? 하나님에게? 나도 모르게 기도한 건가? 나도 이제 완전한 예수쟁이가 되었네.’ 그동안에 신세진 곳이 냉면집과, 용접기술을 배웠던 철공소이기에 들려서 인사를 하고 준비한 작은 선물을 했다, 친구들은 나중에 만나기로 했다, 평양옥 냉면집에 들어가니 안주인이 돌아와 있었다, 인사를 했더니 얼마 전에 아버지가 다녀가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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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
즐독...감사...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