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선 군대에 가시느라 6학년 가을에 떠나셨지요.
그때 떠나시기 며칠 전 선생님과 같이 찍었던 사진이 제게 한 장 있습니다. 그 사진은 우리반 공부 좀 하는 아이들 열명가량과 같이 찍은 것인데, 선생님께선 그 사진을 찾을 돈까지 제게 쥐어 주시고 떠나셨습니다. 그 사진은 선생님과 함께 백운사진관 앞 `빵꾸나우시`에서 찍었었는데 날이 흐리기도 했겠지만 (사실은 사진 실력이 안좋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사진이 무진장 흐리게 나와서 사진관 주인이 다시 찍으라고 하는 바람에 (선생님과 함께 찍은 사진은 제게만 한 장 주고) 우리 몇몇은 얼굴이 바뀐 채 다시 찍어선 한 장씩 나눠 가졌답니다. 우린 선생님께선 훈련병 시절이었을 두어달을 더 다니고 방학을 했을 것이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졸업을 하면서 선생님과 연락이 닿질 못했던 것입니다. 얼마 전 이 아일럽의 우리 구래초교 26회 동창방에 어떤 친구가 우리들만 찍은 그 사진을 올려 놓았더군요. 무척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보다 먼저 선생님께선 가을소풍 때 헤어짐이 아쉬워 술 한 잔 하신 불콰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셨는데 선생님의 그 모습을 보고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엉엉 울었지요. 다른 반 선생님(기억으론 4반의 피아노 잘치던 김영래 선생님)께서 선생님을 부축하며 위로를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소풍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울음을 그치지 못했는데, 6학년 전체가 돌아오는 긴 행렬에 우리 반 다른 반 할 것 없이 머슴아들은 바싹 마른 옥수수 대궁을 다투어 꺾어 들고 장난질을 하며 걸었는데, 그 모양이 꼭 창을 들고 전쟁터에 나가는 병정들 같아서 눈물을 질금거리던 와중에도 전 웃음이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나 어려운 제게 각별히 신경을 써 주셨던 탓에 많은 힘이 되었었고 이 나이를 먹도록 바른 길을 갈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고우신 그 심성으로 아직도 아이들을 가르키고 계신다면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제자들은 곧고 바르게 잘 되었을 것이라는 느낌을 갖습니다. `참스승`은 실력이나 지위, 지나치게 정치세력화돼가는 `전교조`활동같은 것이라기보다, 선생님의 그 초심같은 순결한 `사랑`의 힘같은 것일 겁니다.
제 연락처는 프로필 보기에 다 있사오니 혹 보시게 되면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의 소식을 간혹 듣기는 했습니다. 특히 철원에서 지금은 교감으로 나가신 김지선(부인 오필례)선생님으로부터요. 그 분들이 한때 영월에 근무를 했다기에 제가 여쭤 봤었습니다. 하지만 사는 게 뭔지 일부러 찾아 나서지지가 않더군요. 그러나 이제는 조금 용기가 생기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나 봅니다. 정말 꼭 뵙고 싶습니다. 사진을 전해 드려야지요. 선생님 제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데 만나뵈면 어쩌면 몇살 위의 형님이나 친구같아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첫댓글 이 글은 아일럽측에서 메인화면에 채택한 탓에 이토록 조회수가 올라가는 것 같음.....또한 요즘 예민한 사안인 NEIS의 실행을 두고 정부와 예민한 대립을 하는 `전교조`를 언급한 탓으로 아무래도 교사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기에 자극이 됐으리라 생각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