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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트랙 : 2020-11-03 0606__20201103_06061.gpx
산행일시 : 2020년 11월 3일 영상 10도 ~ 영하5도, 북풍 5m/s ~ 10m/s, 해발 1000m 이상 짙은 안개
산행시간 : 06:06 ~ 11:00 (05:54)
산행코스 : 성판악 ~ 속밭대피소 ~ 사라오름 ~ 진달래대피스 ~ 한라산 정상부(백록담) ~ 성판악
산행거리 : 19.4km (오름길 10.2km, 내림길 9.2km)
<우도봉에서 보는 한라산>
제주도에 와서 한라산 방향으로 한시도 눈을 뗀 적이 없다. 그러나 애초 한라산 등반계획은 없어서 신경 쓰지 않다가 둘쨋날에 새벽산행을 하려고 알람을 맞추어놓았는데 리조트 밖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어서 포기하고 잠을 이어간다. 서귀포 홈플러스에서 준비하지 못한 아웃도어 셔츠를 구입하여 복장은 갖추었다. 일기예보를 접하니 내일 마지막 날에는 맑은 날씨가 예보되어 3일째 새벽에 일어나 준비하고 리조트를 나선다.
렌트카의 내비게이션은 골목길을 연결하여 최단거리로 1131번도로에 연결시켜주니 깜깜한 밤중에 골목길과 한적한 산길을 두루 다니다가 이내 산악도로에 닿는다. 오고가는 차량이 거의 없다시피하여 성판악에 주차하니 대낮같이 밝은 전등아래 차들이 빼곡하다. 방송에 의하면 정상부는 진눈깨비가 흩날린다고 하여 우산을 챙기고 우의를 사려고 했으나 매점은 당연히 열지않고 있으니 우의는 포기한다. 다행히 주차할 곳을 배정받아 주차하고 줄을 서서 대기하다가 주차료를 결재하고 들머리에 들어선다.
벌써 50여명이 출발하고 있어 불빛이 반짝거린다. 야간산행 준비를 해오지 않아서 휴대전화 플래시로 길을 밝히며 하나둘 추월해나간다. 모두들 양보를 잘 해주신다. 마대가 깔린 곳은 걷기가 좋은데 마대가 없거나 나무데크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플래시 없으면 걷기도 힘들겠다.
2km 쯤 지나서 여명에 플래시를 끄고 이내 익숙해져 더욱 속도를 내어 전방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며 걷게 된다. 속밭 대피소에 당도했지만 아무도 없는 대피소는 아주 썰렁하여 공포심마저 느끼게 한다. 사라오름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나무계단을 타고 오르니 사라오름이 나오지만 산정호수에 물이 전혀없어 아주 이상한 나라의 호수가 되어있다. 사라오름에 오면 전망대까지 가야겠기에 이르러보니 역시 안개구름으로 아묻것도 눈에 잡히지 않아 안내판만 인증하고 다시 내려온다..
1km 이상을 오르고 내리니 당연히 앞에 가신 분들이 있다. 그래도 몇 분 되지 않아서 진달래대피소에 이를 때까지 앞에는 두분만 가고 있음을 느낀다. 아무도 없는 짙은 안개속의 진달래대피소도 접근하기조차 겁나는 곳이 되었다. 이런 시간에는 아무도 없는 듯하다. 정상부까지 이제 계속 오르막이다. 고도가 점점 가팔라지고 나무계단과 돌길이 이어진다. 돌길 걷기는 참으로 부자연스럽다. 발목이 아지고 온전치 못하여 아주 불안스럽게 오르고 있다.
구상나무의 고목화가 심각하다. 파란 나무사이로 하얀 뼈다귀를 드러낸 그들이 참으로 처량스럽다. 죽어 천년 간다는 주목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어쩌면 안개구름이 몰려다니는 지금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구상나무가 사라지는 가 싶더니 어느덧 정상부 계단이다. 그런데 풍속이 거의 30m/s에 육박한다. 몸이 저절로 밀려서 로프에 간신히 의지해서 오르고 있다.
정상부에는 10미터 이상을 가늠할 수 없는 짙은 구름 속에 있고 풍속은 50m/s가 넘어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다. 로프를 잡고 버티며 간신히 표지석에서 인증을 하는데 얼음 알갱이과 모래가 얼굴을 스쳐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다. 백록담은 구름이 채워져 있다. 2~3분도 못 견디고 정상부에서 물러나 어디로 갈 까 하다가 거침없이 관음사는 포기한다. 왕관바위와 삼각봉의 조망이 전혀없을 것이고 북풍이 불고 있으므로 북쪽의 바람이 더 거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산길에서 시간을 단축할 것을 예상했는데 발목을 조심하느라 속도를 낼 수 없다. 그리고 점점 올라오는 산객들이 많아져 오고가며 인사하고 산행시간을 물어보는 터에 속도를 낼 수 없다. 단체 산객들이 올 때에는 한참동아 양보하며 기다려야 했다. 당연히 오르는 분에게 양보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다. 진달래대피소에도 불이 켜져있고 많은 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쉬고 있다.
단체산객들이 더욱 많아지고 신혼부부로 보이는 젊은 커플들이 연이어 오르고 있다. 사라오름을 지나서 속밭대피소에 이르니 장터같이 사람들이 붐빈다. 여기서 물을 마시고 준비해간 귤을 까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비자림 숲을 지나 좋은 길을 내려가며 이제 사진 촬영하느라 시간을 보낸다.
굴거리나무 군락지가 나오고 단풍나무들이 빠알간 잎파리를 흩날리고 있다. 아침 햇살이 비치더니 단풍잎으로 반사되어 나무사이로 무지개빛으로 산란되고 있다. 진달래까지 들렀다 내려가는지 노부부들이 하산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단체로 산행을 즐기고 있다. 단풍나무 개체수가 많아지며 굴거리나무도 숲을 이룬다. 바람도 많이 잦아들었다. 즐거운 산행을 마감하려 할 때에 성판악 들머리가 보인다.
어떤 중년 산객이 출구로 들어오길래 입구로 들어가라 하니 고맙다 하신다. 요금소에서 등정인증서를 천원 받고 해준다고 써 있어서 머뭇거리다 발급 받으려고 물어보니 아주 의아해 하며 진까 갔다왔냐고 물으며 사진을 요청한다. 인증서를 받고 주차장에 가보니 K5 차량이 주차를 못하고 방송으로 욕을 먹고 있다. 잽싸게 달려가 바로 출발하니 내차가 나가면 주차하라고 안내하고 차로 들어가 신발만 바꾸어신고 출발한다.
주차장은 만차이고 서귀포방향으로 1km 이상 차도 양편으로 주차를 하고 있다. 내려가는 길은 숲터널인데 단풍터널이라고 바꾸어야 겠다. 아주 황홀한 풍경이 이어지며 사진을 찍고 싶으나 차량들이 줄을 서서 내려오고 반대편 방향에서도 차량이 헐떡이며 오르고 있어 찰나의 여유도 없다. 이렇게 서귀포 시내로 향한다.
<산행요약>
<등산지도>
<산행앨범>
06:06 성판악매표소(약760m), 주차비 4,800원을 지불하고 산행준비를 하고 들머리로 이동한다. 플래시를 준비하지 못하여 휴대전화의 램프로 길을 밝히고 등로를 따라야 한다.
06:43 여명(약1015m, 2.9km, 0:37), 휴대전화 플래시를 끄고 걸으니 한결 가볍다. 이제 앞에 가는 이들은 거의 없는 듯하다. 워낙 많은 산객들이 오고가는 곳인지라 거미줄도 없고 등로도 탄탄하다.
06:47 비자림(약1031m, 3.3km, 0:41), 심설산행시에는 눈을 뒤집어 쓴 모습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출했는데 다소곳하게 정렬하고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06:54 속밭대피소(약1083m, 3.9km, 0:47), 아무도 없는 휴게소인지라 그대로 통과한다.
07:15 사라오름 갈림길(약1243m, 5.6km, 1:09), 좌측의 나무계단을 오르며 사라오름으로 향한다. 사라오름을 왕복하는데 1.1km / 0:15분 소요되었다.
사라오름에 닿으니 잠깐 하늘이 개이는 가 싶더니 바로 안개구름이 휘감아버린다.
07:20 사라오름 (약1300m, 5.8km, 1:14), 잠깐 구름이 걷힌 사이에 바라보니 물이 전혀없는 연못이다.
07:23 사라오름전망대(약1310m, 6.1km, 1:16), 여기서 정상부를 조망할 수 있다하는데 오늘은 구름외에는 뵈는 것이 없다.
맑은 날에 온다면 이런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07:34 해발1300미터(6.8km, 1:28), 산죽밭이 계속 이어지고 나무계단과 마대길이 이어진다. 사라오름을 왕복하고 오느라 약10여명이 앞장서 있으나 8명을 앞지르고 두명이 앞에 가고 있다.
07:52 진달래밭대피소 (약1484m, 8.0km, 1:46), 대피소에는 아무도 없어 약간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라서 그대로 지나친다.
진달래밭대피소의 정상방향 들머리를 통과한다. 평시에는 여기를 12시 이전에 통과해야 정상부로 향할 수 있다. 옛날에는 이 주변이 진달래밭이었던 같은데 지금은 모두 산죽밭이 되어 버렸다.
07:54 해발1500미터(8.1km, 1:48), 전후좌우로 안개가 잔뜩 끼어 있고 바람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구상나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구상나무 사이로 한분이 앞서 걷고 있다.
08:14 해발1700미터(9.1km, 2:08), 구상나무 고목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08:42 한라산정상(1929.4m, 10.2km, 2:36), 바람의 세기는 초속 50미터를 넘을 정도라서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들정도이다. 모래와 얼음알갱이가 바람과 함께 얼굴을 때리므로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이다. 백록담을 비롯한 모든 조망은 전혀 볼 수 가 없는 상황이다. 같이 올라온 두분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다가 바로 하산한다. 조망이 전혀없고 북풍이 워낙 강하여 관음사 방향으로 하산하지 않고 왔던 길로 되돌아 가기로 한다. 정상에서는 13:30 이전에 하산하라는 안내펼침막이 걸려있다.
관음사 방향으로 향하는 나무계단을 바라본다.
백록담 방향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기후변화로 죽어가는 구상나무를 안타까운 모습으로 바라보며 내려간다.
09:18 진달래밭대피소, 하산길에는 제법 많은 산객들이 올라와 쉬고 있고 간식을 즐기거나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 간단한 음식도 팔고 있는 것 같다.
09:43 사라오름 갈림길, 안내판에 있는 환상적인 사라오름 사진을 확대해 본다.
올라오는 분들이 정상까지 갈 수 있는지 물어본다. 들머리에서 정상부의 돌풍으로 갈 수 없다고 안내했다고 한다. 신혼부부로 보이는 이들이 팔짱을 끼고 오르고 있다. 단체로 올라오는 젊은 직장인들도 보인다. 중학생들이 단체로 산행에 나서 올라온다.
10:10 속밭대피소, 많은 산객들로 붐빈다. 잠시 쉬며 오늘 처음으로 물을 마시고 귤을 까먹는다.
10:22 해발1000미터(16.7km, 4:16), 어둠 속에서 지나쳤던 천미터지점을 부드럽게 스쳐 지나간다. 올라올 때보다 속도가 느린 것은 많은 산객들이 올라와서 양보하면서 내려오고 이제 단풍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천미터 아래로 내려오면서 단풍이 제대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10:33 굴거리나무군락지 (약920m, 17.5km, 4:27), 흰눈이 쌓였을 때에도 푸름을 간직하는 나무가 군락을 지어 살고 있다.
단풍놀이 중이다.
한라산의 단풍이 제대로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11:02 산행날머리(약758m, 19.5km, 4:55), 산행을 마무리하고 사무소에서 천원을 내고 정상 사진을 보여주며 '한라산등정인증서'를 발급받는다. 차량을 운전하며 숲터널의 단풍을 감상하며 서귀포로 내려간다.
서귀포 시내의 음식점에서 점심식사 중에 한라산을 바라보니 정상부에는 여전히 짙은 구름이 잔뜩 끼어있고 폭풍이 거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