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 궁금했다. 일본 여자들은 어쩜 그렇게 다들 메이크업 아티스트 뺨치게 메이크업을 잘하는지. 다양한 직종의 일본 여자들을 인터뷰해 그녀들의 메이크업 습관을 탐구하고, 신공의 메이크업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읽기 전 잠시!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일본 여자들 50여 명을 대상으로 통계를 낸 자료이므로 이게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일본 여자들의 메이크업 패턴이 이렇구나!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것. 실제로 통계를 내면서 에디터도 오해하고 있던 부분이 꽤 있었음을 알게 됐다.
일본의 잡지 전속 모델은 연예인의 인기를 능가한다. 이는 구매욕이 높은 젊은 여성들이 잡지 모델들의 패션이나 메이크업을 따라 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 되었기 때문. 설문조사에서도 메이크업을 잡지 모델을 통해 배운다고 답한 사람이 열에 아홉은 됐다. 잡지의 전속 모델은 잡지 판매 부수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정도로 위력적이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모델 린카가 대표적. 그래서 유행 메이크업도 우리나라처럼 ‘연예인 ○○○ 메이크업 따라잡기’가 아니라 ‘잡지모델 ○○○ 메이크업 따라잡기’다. 그러니까 일본 잡지를 보면 일본 메이크업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는 말씀.
1 카리스마 모델 마스와카 츠바사
150cm, 38kg의 바비 인형. 10, 20대 여성이 가장 선호하는 모델 1위. <팝틴> 잡지 모델로 데뷔해 잡지나 방송에서 그녀가 사용한 제품은 늘 품절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녀의 아이 메이크업은 일본 여성들이 꼭 한 번쯤 따라 해보는 메이크업이기도 하다. 최근엔 자신의 브랜드인 캔디걸을 론칭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 내추럴 모델 린카
로 데뷔했지만 으로 이적하면서 두 잡지에 동시에 표지 모델로 등장. 당시 같은 시기에 여러 잡지의 표지 모델이 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인데, 그녀가 의 표지를 장식한 시기에 판매 부수가 비약적으로 성장했을 정도라고. 그녀의 메이크업 스타일은 청순한 캣츠 아이 메이크업.
이르면 14세, 늦으면 18세. 대부분 중고등학교 때부터 메이크업에 관심을 가지고 하기 시작한다. 앞서 말했듯 메이크업을 배우는 교과서는 주로 잡지. 일본은 워낙 중고등학생, OL, 40대 이상 등 나이대에 따라, 혹은 내추럴 메이크업, 갸루 메이크업 등 메이크업 패턴에 따라 잡지가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보고 배울 도구는 널려 있다. 가장 대중화된 잡지는 <세븐틴> <비비> <캔캠> <팝틴> 등. 이미 어렸을 때부터 메이크업을 시작하고, 잡지를 통해 테크닉을 갈고 닦은 그녀들은 20대가 넘어서면 이미 메이크업 아티스트 수준이다. 이것이 ‘왜 일본 여자들은 하나같이 메이크업을 그리 잘할까?’에 대한 답변.
깨끗하고 어린 피부를 선호하다 보니 이너 뷰티 제품은 꼭 챙겨 먹는다. 가장 대중적인 건 콜라겐과 히알루론산, 비타민 제품군인데, 피부 미백과 탄력을 지키기 위해 알약, 드링크 등 여러 가지 타입으로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비싼 것을 먹기보다는 ‘안 먹는 것보다는 낫겠지’라는 마음으로 값싼 제품을 꾸준히 먹는 사람이 많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초코라 BB 라이트 2. 피로 해소 드링크제로 칼로리가 낮아 부담 없이 마시기 좋고, 즉각적으로 피부가 팽팽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간혹 메이크업 베이스나 컨실러를 생략하는 사람이 있지만 절대 빼먹지 않는 건 파운데이션과 파우더다. 잡티 없이 보송한 피부가 미덕이라고 여겨 깨끗한 피부 만드는 걸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 일본 여자들이 컨실러로 떡칠한다고 잘못 오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화장이 두껍고 밀리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컨실러를 사용하더라도 아주 극소량을 사용한다. 선호하는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도 얇게 발리지만 커버력이 뛰어난 제품. 그래서 커버마크나 RMK의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이 인기가 많다.
마스카라라고 적긴 했지만 아이 메이크업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답변일 듯. 아이섀도, 아이브로, 마스카라가 박빙의 승부를 펼쳤지만 마스카라(속눈썹) 쪽이 약간 우세. 아이 메이크업이 메이크업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한다는 생각은 일치한다. 의외로 눈썹을 아주 중요시 생각하는 여자들이 무척이나 많다는 것에 놀랐다. 헤어 염색을 많이 하기 때문에 눈썹과 헤어의 컬러톤을 맞추고 결을 다듬기 위해 기본 2개, 많게는 3개 이상의 제품을 사용하기도. 요즘 가장 따라 하고 싶은 메이크업이 가느다란 눈썹이라고 얘기한 사람이 꽤 있었다. 얼굴에 생기와 귀여움을 더해줄 수 있는 치크도 비교적 높은 순위. 하지만 립이라고 얘기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 ) 안에 들어가는 얘기로는 ‘스스로에게 기합을 넣기 위해’ ‘긴장감을 주기 위해’ ‘스스로의 기분을 업시키기 위해’ 등 다양. 하지만 공통점은 모두 ‘자기 만족’ 이다. 여담이지만 일본에서 BB크림이 인기인 이유는 평상시 메이크업을 할 때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집 앞 100엔 숍이나 편의점에 나가기 위한 용도라고 한다. ‘화장은 옷 입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밖에 나갈 때 화장을 하지 않는 건 옷을 입지 않고 나가는 것과 같고, 더욱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얼을 보이는 것을 대단한 민폐라고 생각한다.
* 내추럴 VS 갸루 메이크업
일본 여자들은 자연적인 아름다움은 어쩐지 조금 밋밋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짜 속눈썹을 붙이고 파우더를 계속 덧칠하더라도 ‘또렷하고 눈에 띄는 아름다움’을 선호한다. 또 ‘예쁘다’라는 말보다 ‘귀엽다’라는 말을 더 듣고 싶어하기 때문에 아기같이 어려 보이는 메이크업과 스타일을 추구한다.
일본 메이크업은 크게 내추럴 메이크업과 갸루 메이크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물론 그 안에서도 다양하게 세분화되지만. 내추럴 메이크업은 귀엽게, 갸루 메이크업은 쿨&섹시가 포인트. 추구하는 메이크업 패턴에 따라 선호하는 메이크업 브랜드도 다르다. 내추럴파는 RMK, 질스튜어트, 안나수이, 폴앤조 등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메이크업 브랜드를, 갸루파는 맥, 나스 등의 도회적이면서 강렬한 메이크업 브랜드를 좋아한다.
스킨케어 시간 10분, 베이스 메이크업 시간 20분, 포인트 메이크업 시간 30분. 여기에 일본 여자들에게 있어 메이크업이란 헤어스타일링까지 포함한 완벽 풀 메이크업을 의미하기 때문에 헤어 시간 10분을 더해 총 70여 분이 걸린다. 정말 대단히 부지런하기도 하다. 좀더 공을 들일 때는 2시간까지 걸린다고 답했다. 여기서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 하나. 일본 여자들의 아침 기초 케어는 ‘이게 다야?’ 싶을 정도로 간단하다는 것. 스킨과 로션, 정말 이 두 개가 다다. 간혹 스킨과 로션 사이에 팩을 하는 여자들도 있지만 대부분 아침에는 그 흔한 에센스나 크림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화장품을 많이 바르면 밀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대신 제품을 바를 때 피부결에 따라 마사지하듯 바르고 시간과 공을 들여 완벽하게 흡수시킨다.
요즘엔 일본 잡지에서도 보송한 메이크업보다 건강하게 윤기가 흐르는 메이크업을 강조하지만, 여전히 일본 여자들은 보송한 메이크업을 좋아한다. 이건 워낙 습해 땀이 많이 나는 일본의 기후 탓이 크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번들거려 헬시한 메이크업은 기름 낀 것처럼 보인다. 무너지지 않는 화장을 위해 쉽게 번들거리는 제품, 다크닝이 생기는 제품은 기피 1순위. 때문에 일본 여자들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은 파우더다. 톡톡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꾹꾹 눌러 바르는 것이 비법. 때론 퍼프에 물을 묻혀 바르기도 한다.
베이스 메이크업 시 주로 사용하는 도구는 손. 스펀지는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 파우더를 바른 후 밀착력을 좋게 하기 위해 두드리는 용도이고, 아이 메이크업할 때는 브러시를 사용한다. 스펀지나 브러시는 도구에 흡수돼 낭비되는 양이 많고, 제품을 바르더라도 어디로 흡수되는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손으로 바르는 것을 좋아한다고. 또 손으로 발라야 피부와의 밀착력이 더 좋아지기 때문에 손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 메이크업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립 메이크업은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미덕. 때문에 선호하는 컬러는 베이지와 핑크가 섞인 바닐라 핑크 립의 다양한 레이어링. 각종 누디한 컬러부터 약간 코랄빛이 도는 바닐라 핑크까지 다양하다. 텍스처는 글로스와 립스틱의 중간 정도를 선호한다. 가장 인기 있는 누드 컬러 립스틱은 맥의 미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