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지음) 장편소설을 읽고,
2023년 2월 24일 글쓴이 : 윤무
지금은 도시 골목길 마다 편의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골목에는 어김없이 동네구멍가게가 문을 열고 있었다. 서민 생활에 필요한 담배, 주류, 식 자재는 물론 학생이 필요한 문구 류도 함께 팔았다. 여간한 생활용품은 다 이곳에서 조달할 수 있었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교대로 점포를 지켰으며 휴일이면 직장 다니는 아들, 딸이나 사위, 며느리들이 당번을 했다. 그리고 특별한 사연이 없는 한 한곳에서 오랫동안 같은 식구들이 운영하고 아들 딸 대학까지 교육시키고 시집 장가 보내는 게 일상이었다. 그래서 동네를 방문한 외지인 대부분은 의례히 구멍가게에 들려 필요한 정보를 묻고 또 방문하는 집에 전할 선물을 이곳에서 구입하였다.
교육수준이 낮은 분들의 평생직장으로 안성 맞춤이었으며 동네 사랑방 역할도 마지 않았었다.
김호연씨가 쓴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에서는 편의점을 지키는 사람은 대부분 임시직 알바생이고 주인은 수금을 위해 잠시 들릴 뿐이다. 알바생 중에는 독고씨같이 노숙자에서 변신한 충직한 직원도 있었지만 시현씨나 황근배씨 같이 코로나로 연극이나 일어번역 일이 없어져서 일시적으로 생활비 조달의 방편으로 편의점일자리를 기웃거리는 예가 많았다. 일시적 실업에 대한 방편으로 활용되는 긍정적 역할도 있지만 동네 구멍가게의 장점인 가족 중심 경영, 안정된 평생직장, 동네 사랑방 역할을 겸하는 새롭고 편리한 편의점을 구축할 수 없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무쪼록 염 할머니 아들 민구가 오너 알바를 자처하고 나선 마당에 앞으로 계속 정진하여 이런 이상적인 새로운 편의점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원래 염 할머니는 남편을 여의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고 24시간 불이 켜진 편의점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에 실패한 아들 민구에게 편의점을 맡기려 했으나 모든 업무를 점장인 오선숙에게 맡기고 사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무능한 게으름뱅이 아들이었다. 염 할머니가 아들의 게으름을 참지 못하고 시골 이모 집으로 가서 요양하고 있었는데 딸과 사위가 찾아와 적자만 내는 편의점을 처분하고 사위가 운영하는 병원을 확장하는데 활용하자고 제의한다.
이런 소식을 들은 아들은 정신이 번쩍 들어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오고 편의점 야간 알바를 자청하고 편의점 운영을 책임지고 운영하겠다고 다짐한다.
언제 올지 모르는 치매 증세를 걱정한 염 할머니는 편의점 명의를 아들에게 넘기고 살든 빌라도 딸에게 넘겨 처분 후 병원 확장에 써라고 한다.
그 동안 편의점을 다녀간 어려운 처지의 알바생들이 여러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게 연락하면서 조언을 마다하지 않았던 염 할머니였기에 자기 가족들의 자립과 번영을 위해 자기가 가진 모든 재산을 넘기는 결단을 실행한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