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바위가 숨어 있는 대장도의 포근한 인심
섬에 들어가 며칠동안 잘 먹고,잘 자고, 잘 쉬다가 보니 며칠 사이에 체중이 늘어 걷기도 힘이 든다. 이제는 작은 섬이지만, 산에 올라야지...하며 나는 무조건 높은 곳만 찾았다. 할매바위 라는 방향표시판이 보인다. 이젠 나물은 그만 하고 산에 오르자고 맘을 단단히 먹고 오른편으로 돌아가니, 젊은 커플이 대장도로 넘어가는 쪽다리 위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물어보니 히죽 히죽 웃기만 한다. 한 낮의 내리쬐는 태양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앉아있다. 다리를 건너니, 작은 수퍼가 하나 보이고 10여호 마을이 나타났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물어 산길을 오른다. 묘지터를 지나 숲속으로 드니 조금 시원하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할매바위까지 가보겠다고 쉬지 않고 소로길(길인지 아닌지 잘 분간이 안된다)로 10여분 헤쳐가니, 정자 같은 건물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예전에 산신령을 모신 사당이었던 것 같다. 문짝이 다 없어지고 기와지붕이 가라앉아 폐가가 된 것이다. 이런 곳에 이런 좋은 재목의 집이 있다니...
장자봉에 숨어 있는 할매바위의 옆모습
할매바위는 잠시 보였다가 다시 숨는다. 앞에서 보면 늙은 부인이 바다를 쳐다보는 형상이다. 가까이서 보니 큰 기둥바위에 불과하다. 그냥 지나쳐서 가파른 경사길을 10여분 올라가니, 큰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한참을 생각한 끝에 우회길로 돌아서 다시 오른다. 여기야말로 누가 무엇 때문에 올라갈까 싶다. 나뭇가지에 오래된 산악회 표지기 1개가 걸려있다. 나는 용기를 내어 거의 기다시피해서 큰 바위를 넘어가 정상에 닿았다. 야---호. 소리가 절로 나온다. 사방이 파란 바닷물 위에 선 기분은 그야말로 상쾌하다. 반대편으로 내려서려 하니 천길 낭떠러지가 앞을 가로막는다.
정상에서 20여분 쉬면서 관리도와 주변 무인도를 구경하고, 내려오면서 멀리 보이는 선유도, 무녀도,장자도 조망 사진을 찍어두었지만 등산길이 희미하여 내려서는 길을 찾기 어려웠다. 대충 어림잡아 나무를 헤치고, 손으로 잡고 해서 20여분만에 미로를 간신히 빠져나왔다. 그래도 오늘은 미답산을 간 듯 큰 일을 한 것 같았다.
어느덧 해가 기울어가고 있다. 마을로 내려와서 마실 것을 사려고 수퍼에 들러 맥주를 사먹었다. 주인 아줌마에게 물으니,5월이 지나야 고기가 잡힌다고 한다. 꼴뚜기 말린 봉지를 내놓고 먹어보란다. 인심도 좋다. 한참을 이야기 하다가 아쉬운 작별을 했다.
대장도 민박집(도원경) 마당에 있는 수석
바로 옆집에 보니 수석집이 보인다. 평소 수석에 관심이 있어서 들어가 본다. 크고 작은 수석에 분재가 마당 가득했다. 아주머니가 설명해준다. 이건 둘째 아들이 군산에서 수석집을 한다며 자랑, 방에 있는 건 열쇠가 없어서 못 보여준다고 ... 기이한 수석, 분재,민박집이다.
날씨마저 우리를 반겨준 선유봉의 아름다운 추억
이제 4일째다. 오늘은 오후에 떠나야 한다. 배시간을 미리 알아보고 예매를 부탁했다. 그러나 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다. 마지막 남은 선유봉을 오르는 날이다. 섬주민들이 하도 좋다고 해서 꼭 가봐야 한다. 높지는 않지만, 고군산군도가 사방 잘 보이고 특히 무녀도가 잘 조망된다고 한다. 어제와 정 반대편 섬이다. 과연 그럴까???
일찍 8시 일어나 오후에 가져갈 달래와 고사리,취나물 등 짐을 창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해변을 돌아 저수지물막이공사(이곳은 식수가 부족하다)중인 선유봉 900m라고 쓴 팻말을 지난다. 역시 선유봉은 등산길이 잘 나 있었다. 비교적 평탄한 안부로 오르다가 우측으로 꺾인다. 바로 훤히 바다가 보이고,바윗길이 이어진다.1시간만에 정상이다. 선유봉의 조망은 역시 좋았다. 나는 그냥 넘어서 다음 봉으로 가려고 했다. 천길 낭떠러지에 밧줄이 걸려있다. 잡풀이 많아 내려가기 어렵고, 바위가 절벽이 위험하다.
선유봉의 마지막 봉에 뚫린 독립문바위
오늘은 우회길로 돌아서 내려가 본다. 길인지 아닌지 잘 분간이 안되지만, 가끔씩 산악회표지기가 보이긴 한다. 2,3 봉을 넘어 독립문 바위 구멍을 가리라 마음 먹었지만,가다보니 도 천길 절벽이 나온다. 어이쿠!!! 안되겠다 싶고 일행이 내려가자고 소리 지른다. 30여분 내려섰다가 다시 정상으로 원점회귀하여 오늘의 산행을 마감했다.
신선이 노는 아름다운 선유도라더니, 어느 방향에 서서 보느냐에 따라 경치가 달라지는 선유도는 아침 안개 속의 고요함과, 점심의 투명한 삼원색의 조화, 저녁의 해변에서 바라보는 일몰의 장관, 아침 저녁으로 쏴---하고 출렁이는 밀물과 썰물소리, 그 속에 사는 어민들의 부지런함, 따스한 인심 등등 어느 것 하나 여유롭지 않은 게 없다.
도회지에서는 맛보지 못하는 자연 그대로의 삶,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에 귀의하는 욕심 없는 세상이 그리운 시절이 아닌가! 나는 섬에 들어가서 섬을 보지 못하고, 섬사람의 마음을 보고 돌아왔다. 3박4일의 결혼기념 여행---선유도 선택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메모: 교통편
군산에서 정기여객선 1일 2차례(계림해운 063-442-0115) 1인당 선비 11700원.악천후 날씨와 군작전 등 비상시는 운행 안함. 그밖에 여행사에서 패키지로 운항하는 유람선 수시운항. 낚시배는 현지에서 대여함. 자전거대여는 시간당 3000원.
민박정보
선착장부근에 안정민박(군산시 옥도면 선유도 319번지.063-465-4742 ,017-657-8445 송홍성), 중앙민박,서해민박,우리민박 등 다수 .대부분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하며 주말에는 미리 방 예약해야 함.
예:WWW.SUNYUDO114.CO.KR 안정님
2003.4.21 작성 김양래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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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있는 인생!!!
야 너는 멋 안내니????하지만 아직도 마는 이야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