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춤’무용가 송민숙씨
“몸은 마음을 따라 움직이지만 마음도 몸을 따라 움직입니다. 춤을 추는 것은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열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무용가 송민숙(33)씨는 한국전통무용에 죽비를 접목시킨 ‘죽비춤’으로 유명하다. 송씨가 죽비춤을 추게 된 계기는 그녀가 불자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람의 정신을 일깨우는 힘을 갖고 있는 죽비소리가 한없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송씨는 죽비춤을 단순히 춤만으로서가 아니라 마음공부라 여기고 있다. 춤을 추고 있노라면 스스로가 정화되는 느낌을 갖는다. 이는 그가 죽비춤에 그토록 정성을 쏟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무용스튜디오 ‘춤새’를 운영하고 있는 송씨는 춤을 꼭 무대에서만 추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최근에도 방혜자 화백의 작품전이 열린 갤러리 현대에서 개막기념으로 춤을 추었고 출판기념회나 전시회의 오픈기념행사에도 종종 초대받는다. 송씨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일무전수자이자 무용치료원 ‘춤새’ 원장이기도 하다. 무용치료, 즉 댄스세라피는 인간 내면의 풀리지 않는 심리문제들을 무용이라는 움직임으로 풀어내고 치료해주는 예술치료 중의 하나. 송씨는 19살 때 덤프트럭에 깔리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5개월 동안 세차례의 수술을 거치며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적이 있다. 가까스로 몸을 회복한 송씨는 이제부터의 삶은 보너스로 살고 있다는 자각을 한다. 그러다보니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하기에 이르렀다. 자신이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은 나누면서 살라는 뜻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그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무용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픔을 잊는다고 아픔 그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상처를 속으로 묻고 있으면 화병이 될 뿐이지요. 자기 자신이 고통을 드러내서 정리를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지요” 그는 아무리 객석과 무대간의 교감이 이뤄져도 무대공연에서는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진단다. 반면 무용치료는 직접적으로 환자의 호응도를 느낄 수 있고, 그만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자신은 무대공연보다는 무용치료 쪽이 더 좋다고 털어놨다. "부처님을 모시고 절하는 것도 공경하는 마음으로 성심을 다하면 가장 우선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봐요. 자기의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자신은 물론이고 주위에도 기쁨을 전해주는 것 같아요" 그는 에어로빅이나 힙합 같은 빠른 템포의 무용도 물론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너무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자기 마음자리를 돌아볼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요컨대 전통무용은 느림의 미학을 통해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온 삶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마음수행과도 같다는 것이다. "현재의 내가 혼란스럽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면 미래 역시 혼란스러워집니다" 공연은 라이브의 현장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악이나 우리 전통적인 공연들을 현대화하되 현장감을 전해줄 수 있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 예술계도 근시안적으로 대형뮤지컬같은 외국 작품에 거액의 로열티를 지불할 것이 아니라 멀리 내다보고 전통예술분야에 지속적인 지원을 한다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장르들이 많다는 것. 현재 송씨는 아동 복지시설인 ‘성심원’에서 댄스세라피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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