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서 지구란 전북 옥구군과 충남 서천군을 일컫는 말인데 금강, 만경강, 동진강 하구를 둘러싼 갯벌을 개발하려는 이 사업은 최종적으로 새만금 사업으로 귀착되었습니다. 이 개발 사업은 1971년 농림수산부에서 계획을 세웠으며 그 내용은 1단계로 금강 하구둑을 건설하여 관개, 배수시설을 개선하고, 2단계로 김제지구에 방조제를 쌓아 갯벌을 간척하고 만경강 주변 농경지에 대해 관개와 배수시설을 개선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업에 드는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정부는 농업기반사업 투자용 IBRD(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國際復興開發銀行) 협력차관을 신청하였습니다. 그래서 1972년에 IBRD 조사단이 들어와 사업의 경제성을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1975년에 서남해안 일대 132개지구 40만 5,000ha의 간척 가능지역을 조사하고 59개지구 6,354ha를 개발 대상지로 선정하였습니다. 이어 옥서지구 1단계 기본 설계를 완료하고 1981년에 옥서지구 2단계 사업인 만경, 동진강 유역 농업종합개발사업 기본 조사를 실시하여 84년에 조사를 완료하였습니다.
● '서남해안 간척사업'에서 '새만금 사업'으로
옥서지구 2단계 사업의 주된 내용인 김제지구 간척에 대한 조사가 완료될 무렵 농림수산부는 서남해안 간척사업 전반에 대한 장기개발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구상은 86년 1월에 완성되었는데 주요 내용은 개별지구 단위로 진행되는 농업 목적의 간척 사업을 종합개발사업으로 전환하고, 부안, 김제, 옥서 등 3개 지구를 1개 사업단으로 통합시켜 '부안지구 복지농어도(農漁道)'를 추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북 무주 출신의 황인성 당시 농림수산부 장관은 1987년 5월 12일 '서해안 간척사업'이라는 이름이 붙은 오늘의 새만금 간척사업의 추진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사업의 골자는 8,2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군산 외항의 오식도~고군산군도~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에 이르는 34km의 방조제를 축조하여 총 4만2,000ha의 간척지를 조성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우선 같은 해 4월29일에 착공한 시화지구 간척사업의 2.4배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로 눈길을 끌었는데 농림수산부는 '당초 1990년 옥구군 옥구읍 선연리에서 부안군 계화도를 연결하는 9.6km의 방조제를 축조, 1만2,000ha를 매립하는 김제지구 간척사업을 추진하였으나 군산신항 건설 계획이 마련됨에 따라 간척 규모를 이같이 확대했다'고 사업 수립의 배경을 설명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정부는 김제 방조제와 더불어 지금은 백지화된 부창방조제(부안 변산반도와 고창 해리를 연결하여 곰소만을 막는 사업)를 수립해놓고 있었습니다.
● 3개월 만에 끝마친 타당성 조사
6, 70년대의 수출주도형 산업화 정책은 농촌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진행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었고 이들은 이른바 산업예비군을 이루며 값싼 노동력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70년대 초 절정을 이룬 이촌향도는 도시에서의 인구 흡입요인보다는 농촌에서의 방출 요인이 더 컸습니다. 즉 농촌에서 도저히 못살겠기에 정든 고향을 등진 것입니다.
한반도의 곡창 김제, 만경평야가 있는 전북은 이러한 이농현상이 가장 크게 일어났습니다. 1966년 252만명이던 전북의 인구가 1995년에는 190만명으로 줄었으니까요. 그래서 전북 사람들은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의식을 가장 크게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표된 서해안 간척사업은 전북도민의 환영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농림수산부는 새만금 사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만금 지구에 대한 본격적인 타당성 조사를 87년 7월부터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위해 농업진흥공사에 12억원의 사업비를 배정했던 것입니다. 이로부터 약 3개월 후인 10월 17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에게 타당성 조사 결과를 보고하였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의 간척사업이라는 새만금 간척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불과 3개월 만에 끝낸 것은 6월항쟁과 12월 대선으로 이어지는 긴박한 당시의 정치 상황과 무관하지 않음을 우리는 쉽게 눈치 챌 수 있습니다.
● 선거와 함께 태어난 새만금 사업
87년 11월 12일 평화민주당은 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창당 및 대통령 후보 추대 전당대회를 열고 김대중 창당준비 위원장을 총재 및 대통령 후보로 추대했으며, 이에 하루 앞서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는 '새로운 서해안 시대를 대비한 개발 전략'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군산, 옥구의 해안과 서천군 해안 일대에 1조 970억이 소요되는 3,900만 평 규모의 군산, 장항 광역산업기지를 조성하는 한편 인천과 목포를 연결하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변산반도 국립공원, 서산 태안 해상국립공원,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등의 조성 사업을 포함하여 이 지역의 종합적인 중단기 관광개발계획의 추진방안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새만금 간척사업은 빠져 있었습니다. 새만금 개발 계획이 빠진 주된 이유는 경제기획원 등 경제부처 장관들이 이 사업의 경제성에 회의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식량을 수입하는 것이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농지를 조성하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라는 경제 논리였습니다. 실제로 경제기획원은 11월 4일 열린 경제부처 장관 회의에서 새만금 지구와 군장지구의 2개 안을 보고하면서 새만금 지구의 경제성 없음을 이유로 군장지구 추진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여당 후보의 지역개발 공약에 새만금 사업이 빠진 것을 전북의 인심은 실망의 빛이 역력했습니다. 11월 14일자 전북일보의 1면 머릿기사는 '만금지구 간척사업 백지화'라는 제목이 뽑혀 나가고 경제기획원의 논리를 반박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전북지역의 여론을 읽었음인지 여당 후보의 공약은 또다시 뒤집어지게 됩니다. 불과 한 달도 안된 12월 10일 노태우 후보의 전주유세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선거를 엿새 남기고 호남을 방문하여 유세를 열려던 노태우 후보는 전주역 광장의 유세를 포기하고 전주 시내 중심가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으로 이를 대신해야 했습니다. 전주역은 이미 최루탄과 돌멩이가 난무하는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날 '보통 사람' 노태우는 준비한 비장의 카드를 호텔에서 발표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새만금'이었습니다. 노후보는 "서해안 지도를 바꾸게 될 새만금지구 대단위 방조제 축조사업을 최우선 사업으로 선정, 신명을 걸고 임기내에 완성하여 전북 발전의 새 기원을 이룩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날 곁들여진 양념은 군산대학의 종합대학교 승격, 김제시의 시 승격, 전주시의 구청제 도입 등이었습니다. 다음날 농수산부는 '1986년부터 사실상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이 사업을 1989년 상반기에 세부실시계획을 확정하여 본격 추진, 1996년 방조제를 완성하겠다'고 발표하여 여당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나섰습니다.
금강하구 군산 앞바다에서 비응도와 고군산군도의 야미도 신시도등 섬과 변산반도를 잇는 총연장 33㎞의 방조제를 구축하여 서울여의도면적의 1백40배인 4만㏊(1억2천만평)를 매립하는 국내 최대의 농업간척사업인 새만금 사업, 관계당국에서 사업성을 검토하다 재원조달의 어려움과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추진불가'로 결론난 이 사업은 13대 대통령 선거를 불과 엿새 앞두고 이처럼 선심성 선거공약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민정당에서 새만금간척사업을 선거공약에 넣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재원재원마련도 문제였지만 쌀이 남아도는 상황이어서 농업간척의 경제성이 적었고 지역특성으로 보아 인근에 대불공단이나 군장산업기지건설이 추진되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공업지역으로 개발할 필요도 없어 포기한 사업이었거든요. 무턱대고 그러면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지요』 당시 이 일에 관여했던 실무자의 설명이다.(국민일보 92년 1월30일자 기사)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이유
2001년 1월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
1.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환경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이러한 대형 간척사업은 오랜 시간을 두고 충분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선 환경영향평가를 면밀히 하고 예상되는 결과를 놓고 과학자들의 충분한 연구도 뒤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지 주민들이 결정과정에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새만금사업은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정치권의 선거공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인간에게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이런 사업이 어찌 정치인들의 득표 전략 차원에 이용되어 밀실에서 결정되어야 합니까. 주민들에게 의견을 묻고 동의를 구한 일이 전혀 없었으며, 사업이 완성되면 막연히 좋아진다는 이야기 말고는 주민의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한번도 이야기 한 적이 없습니다.
2.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새만금사업으로 방조제가 뻗어나가며 고기가 나오지 않아 빚만 늘어가 바다 일을 포기하고 주민들은 하나 둘 마을을 떠나 공사판을 떠돌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와 함께 산 사람이 바다를 포기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운지 새만금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모를 것입니다. 갯벌에서의 1년 벌이도 안되는 보상금으로 어디서 새 삶을 시작한단 말입니까. 새만금사업이 시작될 때만 해도 전북도민과 부안, 김제, 군산사람들은 서해안시대가 곧 열리는 줄 알았습니다. 개발에서 항상 소외되어온 사람들이라 개발이 주는 환상이 컸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속았다고 생각합니다. 바다 물길이 막히면서 갯벌이 썩기 시작했고, 고기가 잡히지 않아 어민의 생존은 위협당하고 있으며 지역경제는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사업이 진행되면서 어업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받은 알량한 보상금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어업권을 포기하는 댓가로 받았다고 생각한 보상금은 어업권 포기가 아니고 생존권을 포기한 댓가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논과 밭이 농민한테 목숨이라면 바다와 갯벌은 어민들 목숨입니다. 바다와 갯벌이 없어지면 어민은 생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타지에 나간들 평생 하고 살았던 일말고는 손에 익은 일이 없습니다. 평생하던 일을 하루아침에 그만두고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일이 쉬운 일입니까!
3. 서해안의 연안생태계가 궤멸될 수 있습니다.
새만금 갯벌은 한반도 전체 갯벌의 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갯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플랑크톤에서부터 각종 조개류, 게, 저서생물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민물과 짠물이 교차되는 지점인지라 더욱 많은 생물 종이 살아가고 있으며 인근 연안 어류들의 산란장입니다. 이 갯벌이 없어지면 다양한 생물종이 살아가는 터전이 없어지며 결국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끊어지게 되고 어족 자원은 줄어들어 그 영향은 서해안 전체에 미칩니다. 벌써 방조제 밖에서도 어획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4. 새만금호의 수질은 농업용수로도 어려울 것이라고 합니다.
새만금호 수질은 해제될 예정인 전주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녹지로 묶고 오염총량관리제도를 도입하는 등 상류지역의 개발을 억제하지 않는다면 농업용수 환경기준인 4급수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환경부의 종합대책 대로 수질대책을 세우더라도 부영양화의 원인인 총인이 새만금호의 목표수질인 4급수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함께 방조제가 완공되면 해류의 유속이 느려져 남해에서 번창하는 유독성 적조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러나 갯벌을 살릴 경우 물리적인 흡착과 미생물 분해만으로도 간척사업으로 사라질 2만㏊의 갯벌이 제거할 수 있는 유기물량이 전주와 익산 하수처리장을 합친 것보다 많은 하루 25.4t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간척사업으로 생기는 새만금호의 수질을 장담할 수 없는데도 사업을 강행하려는 의도는 무엇입니까.
5. 철새 도래지가 사라집니다.
새만금갯벌은 북쪽으로 금강하구의 영향을 받고 있고, 국내 유일의 강다운 강인 동진강과 만경강이 유입되고 있어 하구갯벌이 건강하게 발달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곳 새만금지역이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도래지임이 공식 확인되었습니다. 환경부가 2000년 2월 12~13일 전문가 105명이 전국 100개 주요 철새도래지에서 동시 조사한 결과, 186종 118만 4000마리가 관찰돼 지난해의 106만 8000마리보다 13종 11만 6000마리가 늘었다고 4월 3일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도요새의 경우 새만금 갯벌이 사라지면 멸종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6. 엄청난 환경파괴를 불러옵니다.
방조제 축조 60% 공정을 마친 현재 이 방조제를 막느라 국립공원 안의 산 하나가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방조제 외에 138km의 방수제를 막아야 하는데 그 토석들은 다 어디서 가져오는 것입니까. 많은 문화유적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변산반도의 산이 수십 개가 들어가고도 모자랄 판입니다. 이런 무모한 사업은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 두어야 합니다.
7. 국민의 혈세를 허비하고 있습니다.
방조제 60%를 완성한 지금까지 들어간 돈만도 1조 250억원이며, 방조제를 완공하고 내부개발과 새만금호 유입수의 수질오염방지와 관리를 위해 앞으로 몇 십조원이 더 들어가야 할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고 합니다. 나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 이 사업에 밑빠진 독에 물을 붓듯이 국민의 혈세를 퍼부어야 합니까. 식량안보 차원에서 논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지만 새만금 간척지의 쌀 생산량은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0.7%밖에 되지 않습니다. 식량 안보 차원에서 의미가 없는 수치입니다. 더구나 쌀은 남아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