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꽃순이’ 서현이 줄래!”
“그래! 좋은 생각이다.”
12일(토) ‘물푸레 축제’에 가기 위해 분주한 아침, 6살 딸아이가 자기만한 인형을 들고 숲동이 동생 서현이에게 준다며 챙긴다. 이미 여러 번 자신이 아끼던 인형이며 옷가지들을 주위 친구와 동생들에게 물려주었다. 오빠와 함께 구급대 놀이를 한다며 꽃순이를 둘이서 안고 신나게 골목을 달린다.
오랜만에 날도 덥지 않아 5월의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날, 이말산 아래 도서관 정자 앞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은평뉴타운 내에 위치한 여성행복 북카페 물푸레에서 주최한 ‘물푸레 축제’행사 중 하나인 ‘벼룩시장’이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 벼룩시장으로 상림마을이 들썩~ ©에코상상사업단 물푸레 북카페 | |
돗자리 위에 정겹게 놓인 물건들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엄마 따라 나온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져 맘에 드는 장난감들을 집어 든다. 그러나 이를 어쩐다! 아무리 오백원, 천원이라도 엄마와 의견이 다른 것이 문제, 아이가 울기도 하고 엄마가 울기도 하더군요.
하하. 물건들이 하도 싸니 여자아이들에게 수제 머리핀 선물도 맘껏 하는 ‘딸 없는 엄마’, 선생님께 드릴 선물일까? 천원에 남성용 넥타이핀 세트를 사며 커다란 행운을 얻은 듯 밝은 얼굴로 달려가는 남학생의 모습에 나까지 행복한 미소가 지어진다.
물푸레에 들어온 기증품들도 한자리에 같이했는데 그중 도서는 한권에 200원, 막바지엔 100원으로 대폭 할인하여 판매하기도 했다. 벼룩시장의 이러한 훈훈함을 아는 불광동의 한 엄마는 “오히려 마트 가면 물건을 못 고르겠어요. 벼룩시장이 맘 편하고, 물건도 잘 고르게 되더라구요.”한다.
벼룩시장 한편에 커피콩으로 향기주머니를 만드는 곳에서는 바느질하며 오순도순 정겨운 담소가 오가고, 핸드폰 고리에 자신의 이름을 직접 점자로 새기며 배려의 마음을 느껴보는 따뜻한 장도 있었다. 또 물푸레 특별할인 초콜릿과 머핀들도 인기가 많았고, 두레생협의 아삭이들도 시원함을 더해주었다.
▲ 생태 해설에 함께하고 있는 참가자들 ©에코상상사업단 물푸레 북카페 | |
정자 뒤로 생태연못 쪽 물푸레로 향하는 길에는 개구리에 대한 게시물들이 세워져 있어 초등학생 아이와 엄마는 개구리 이름을 하나씩 읽으며 지나간다. 이어 북카페 물푸레 앞에 이르니 ‘지구를 지키는 약속나무’와 자전거 발전기로 딸기주스 만들어 먹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에코상상교육센터에서 누나, 형들과 아이클레이로 사슴벌레를 멋지게 만들고 나온 8살 아들은 “가까운 곳은 걸어 다니기”라는 약속을 쓰고 나무에 매단다. 이어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 믹서를 돌려보려 하지만 그리 쉽지는 않은지 끙끙 엉덩이를 들고 페달에 온몸을 실어 겨우 성공한다. “이야~ 전기 만들기가 이렇게 힘이 드네!”하며, 직접 갈아 만든 딸기주스를 마신다.
▲ 장수풍뎅이를 만들고 있어요. ©에코상상사업단 물푸레 북카페 | |
▲영차영차, 전기 만들기 정말 어렵네요. 자전거 발전기로 동생에게 줄 딸기주스를 만들 거예요 ©에코상상사업단 물푸레 북카페 | |
북적이기는 카페 안도 마찬가지. 올 1월에 문을 연 물푸레는 동네 단골도 많이 생겼단다. 날마다 오는 커피맛 잘 아는 노신사분도, 노트북 펼쳐 놓고 하루의 업무를 보는 듯한 분도,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엄마들도, 친구들끼리 어울려 책도 보고 수다도 떠는 청소년들도 그 안에서 이러구러 어우러지는 모습이 이제는 익숙하고 정겹다. 이따금 생태보전시민모임 회원이기도 한 재즈보컬 ‘말로’의 피아노 연주와 노래가 멋스럽게 얹어지기라도 하면 물푸레 사람들은 더 설렌다.
며칠 전 들어왔다는 물푸레 신간을 눈으로 찜해놓고 다시 둘러보는 벼룩시장. 파장을 앞에 두고 대박세일이 한창이다. 정자 아래는 살림의료생협의 건강체크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어른들은 혈압과 혈당을 검사하고 건강상담을 하고, 아이들은 충치검사와 충치예방을 위한 불소코팅까지 무료로 받는다.
오전부터 이말산으로 몇 차례 생태해설을 이끌었던 생태보전시민모임 자원활동가들과 아이들이 돌아오고, 진관중학교 등에서 참여한 자원봉사자 학생들이 벼룩시장 막바지 까지 활기를 불어넣었고, 남은 물건들은 아름다운 가게로 기증하기로 한다.
은평뉴타운 상림마을의 조용하기만 했던 이곳이 물푸레 축제로 조금, 아주 조금 북적거렸다. 옛 동네가 사라지고 들어선 뉴-타운, 올망졸망 정겨웠으리라 그려지는 옛 ‘못자리골’ 그곳에 한 그루의 물푸레나무가 작은 한 잎을 내놓고 있었다.
첫댓글 딱 좋은 크기의 재미있는 축제였어요. 놀거리 볼거리 많은 뉴타운 주민들은 참 복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