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줏간에 걸린 고기 같네.” 폭탄 발언이었습니다. 아니,인격 모독이었습니다. 아가씨가 발끈했습니다. “아저씨,방금 뭐라고 그랬어요?” 남자가 받아쳤습니다. “그렇게 입고 있으니까 푸줏간에 걸어 놓은 고기 같다고∼.” 아가씨는 수치심과 분노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얼마 전 인천행 1호선 전철 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신도림역에서 한 아가씨가 전철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아가씨의 ‘시원한 옷차림’ 때문이었죠. 허연 어깨가 다 드러나는 탱크톱에 아슬아슬한 미니 스커트.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아가씨에게 화살처럼 꽂혔습니다.
제 옆에 앉아 있던 중년 남자가 혀를 끌끌 찼습니다. 보아하니 술을 한 잔 걸친 것 같았습니다. 남자는 맨정신 같았으면 못 본 체했을 텐데 술 기운을 빌려 독설을 퍼붓고 말았죠. 봉변을 당한 아가씨는 남자에게 핼끔 눈을 흘기더니 뒤칸으로 달아났습니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두 아주머니가 나지막한 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저렇게 입고 다니면 시원하긴 하겠네.” “자기 혼자 시원하면 뭐해! 보는 사람은 짜증나는데. 그리고 정말 더워서 저러고 다니는 줄 알아?”
국민일보 2006.8. 18. 김태현 기자 글 인용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