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숲 에 는 무 엇 이 있 나
박 흐 연
숲은 이름 뿐.
이젠 자연의 한 부분이 아니다.
잡목이 많이 우거졌다고 해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등산로가 잘 정비되었다고 해서,
좋은 숲이나 산은 아니다.
숲에는 함께 사는 이웃이 있어야 한다.
숲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숲에서 위로 받는 사람도 있고,
숲과 함께 하는 물과 바람과 햇빛도 있고.
도토리를 먹이로 하는 다람쥐나,
꽃에서 꿀을 얻는 벌과 노래하는 산새가ㅡ 함께 살아야 한다.
이른 봄부터 산을 뒤지는 사람들,
덫이나 올가미를 놓는 사냥꾼,
무슨 뿌리는 좋은 약재라고 닥치는 대로 캐고
무박 2일 산행은 밤을 송두리 채 빼앗아가며,
메아리를 동반한 야아아호오 소리.
들고양이나 청솔무는
멧새나 산비들기, 꿩의 산란을 막는 훼방꾼이니
산짐승들도 불임(不妊)에 시달리다 멸종될 게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피고 지던 야생화
고운 노래를 부르던 그 많던 산새들,
숲을 살찌우던 벌레까지 도
먹이사슬에서 멀어져 갔으니
숲을 숲으로 가꾸지 않으면
새들의 빈 둥지와
키만 큰 잡목과 덜 썩은 가랑잎이
숲을 지키는 외로운 파수꾼으로 남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