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고달픈 사연도
담아 낼것 같은 비취빛이 깊이 물들어가는 가을날
아무리 세상이 피팍할지라도
하늘이 맑아 더욱 더 가슴이 열리는 날
우리는 심야의 대진 고속도로를 달려
약속된 이름도 낮설은 함양땅 처녀 산행에 나섰다
새벽녁
기백의 시작을 알리는 함양 8경의 하나인 용추사 계곡에 도착했다
우리는 준비해온 연잎향이 가득한 연잎밥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마지막 한잎 남은 나무가지를 흔드는 바람에도 새벽은 온다
이른 새벽 가울비가 뿌리는 용추의 새벽은 밤보다 을씨년스럽고 더 깜깜했다
용추사 입구 일주문을 벗어나 오솔길로 접어드는 산길은 아직 자연 그대로 때뭍지 않아 심심산골에 그 옛날 많은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가 들리는듯 싶었다
용추계곡 돌길 낙엽길을 미끌리면서 기고 돌뿌리에 넘어지면서 렌턴의 힘으로 마침내 기백산에 다달었다
기백의 아침은 어디로 가고 음산함이 밀려오는
스산한 늦은 가을비가 몸을 힘들게 했지만 갈길 바쁜 우리는 금원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예전에 산이 시커머서 검정산이라 불렀다는 금원산을 찍고 1시간 정도 내려와서 점심으로 준비한 김밥으로 허기를 채웠다
갈림길의 수막령
고즈덕한 정자에서 잠시 휴식중 일행의 깜짝 선물
보은에서 공수해온 보온 꼿감/대추로 모두에게 잠시의 행복도 안겨 주셨다
수막령에서 오르고 오르고 힘차게 달려
깊은 산속에 숨어 있는 마침내 도착한 거망산 거망의 당찬 모습도 닯고 싶었다
거망산을 뒤로 하고
이번 산행의 백미 황석산으로 끝없는 산길을 오르고 내리고 했다
황석산은 남덕유산 남녘에 솟은 산이다
정유재란 당시 왜군에게 마지막까지 항거하던 사람들이 성이 무너지자 죽음을 당하고 부녀자들은
천길 절벽에서 몸을 날려던 역사의 흔적이 온전히 남았 있음을 봤다
황석산 입구에 있는 거대한 암석 바위
앞 뒤로 두번을 시도 했지만 나는 마지막 남은 힘까지 소진하고 물러설수밖에 없었다
짦은 가을해는 어느덧 기울고 있었다
덧없는 세상에 하루라도 참하게 살라고 황석은 가르치고 있었다
깨지고 다친 마음에 샹처도 황석은 응원하고 있었다
황석의 정상에서 오늘 하루를 기원해준 모든 자연에게도 온전히 감사하며 유동마을로 하산했다
낙엽과 빗물로 범벅이 된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렌턴을 이용하여 한없이 달려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하고 유동마을 도착시 이미 산중의 밤은 어둡게 찾아 왔다
덕유산의 마지막 줄기 함양땅 기백/금원/거망/황석산 대략 25K 14시간 대장정으로 몸과 마음은 힘들었지만 어찌 그게 전부일까
새벽산행에 그 청정함과 고개 하나 하나 넘을때 마다오는 성취감과 산과의 일체감으로 내 몸이 깨어나는 기운도 채우고 왔다
누구를 위하여 우리는 사는가
우리가 오늘을 살기 위해서는 하늘과 땅이 계획하고
우주 모든 만물들의 기운이 우리를 이땅에 세우는
것이다
어떤분이 묻습니다
전생이 있나요
그분께 물었습니다
어제가 있었습니까
네
오늘까지의 삶이 내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