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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대한 책임공방과 변명만 난무하지 정작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진단과 대책 마련에는 누구나 소흘하다. 학교가 학교 폭력을 근절시킬 수 있는 기능을 하도록 투자하고 책무감이 강화되어야 하며 가정과 사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도 폭력의 요인을 제거하는데 함게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점에서 학교 폭력 등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문책자, 책임추궁자, 변명자와 비난자만 있지 정작 책임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이 아쉽다. <지산> |
학교폭력, 학교도 또 다른 가해자? 최미숙 학사모(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상임대표 공숙자 인천 남촌초등학교 교감 의 논쟁 조선일보 조선일보 2월 22일자 A11면에 경기도 포천의 10세 초등학생이 1년 반 동안이나 다른 학생에게 폭행을 당했지만, 학교측이 "수업시간이 끝난 다음의 일이라 학교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한 사실이 보도됐다. 피해학생은 응급실에 실려가고 2년 이상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학교측은 피해학생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식의 태도였고, 피해구제책에 대해서도 무성의한 모습을 보였다고 피해 학부모는 분노했다. 피해 학부모는 "우리 아이에게 학교는 또 다른 가해자"라고 했다. 학교 폭력이 끊이지 않고 오히려 확산되는 상황에서 정말 '학교는 또 다른 가해자'인지 학부모와 학교측의 찬반론을 싣는다.
▲ 최미숙 학사모(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상임대표 ● 그렇다 ◆ 학교가 폭력 숨겨 이 지경 됐다 학생은 죽고 싶다는데 학교는 나몰라라 무조건 덮기에 급급 책임회피로 일관 도대체 학교는 뭐 하는 곳인가. 중학생들의 폭력적인 '졸업식 뒤풀이'문제에 이어 조선일보에 실린 10살 초등학생의 학교 폭력 피해 사례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교내 학습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상급생으로부터 폭행이 1년 반이나 지속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라는 탄식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친구들과 뛰놀며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할 나이 10살. 그 어린 학생에게 1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얼마만큼의 말 못 할 고통이 뒤따랐을지 감히 헤아릴 수도 없을 것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전국 초·중·고 64개교 40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는 들여다보기가 무섭다. 응답 학생 중 22%가 학교 폭력에 시달린 적이 있다고 대답했고, 이 중 16%는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다"고 답했다. 피해학생 중 62%는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폭력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학교에서 폭행사건이 벌어진다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10살 초등학생 사례의 경우 폭력으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폭력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됐는지 모든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학교와 선생님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학교측은 명예 실추를 막는 데만 급급해 변명으로 일관하며 학부모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의 결론은 피해학생에게 약간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가해학생은 전학을 가게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 사건은 단순히 '어린이들의 싸움'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쌍방의 합의로 마무리된다고 끝날 일이 결코 아닌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현장이 실은 학교와 교사의 무관심의 현장이며 이런 잘못된 교육으로 학생들이 잘못된 길로 인도되고 있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폭력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나 몰라라'부터 시작하는 학교, 그 다음으로는 일단 최대한 숨기고 은폐하여 학교의 권위와 명예를 유지하려는 학교는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하지 않다. 학교의 이런 태도 때문에 학교 폭력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교육개발원에서 고교생을 대상으로 학교 교사와 학원강사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다. 수업 충실성과 교과 전문성 그리고 인성 교육에 이르기까지 14개 모든 항목에서 학원강사가 학교 교사보다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것이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현 주소이다. 어린 학생이 친구를 괴롭히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방치하고, 심지어 학교 안에서 자행되는 수많은 잘못에 대해서도 우리의 학교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게 해야 할 학교가 도리어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1년 반이나 폭행피해를 당한 10살 초등학생의 부모가 "학교에서 해줄 게 아무것도 없다"는 황당한 말을 듣게 되는 것이다. 누구는 교사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냐고 할지도 모른다. 교사도 그냥 '선생이 직업인 사람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선생님은 승진 시험을 보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일 수 없다. 아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다. 제발 학생과 학부모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따뜻하고 진실한 학교가 되었으면 한다.
▲ 공숙자 인천 남촌초등학교 교감 ● 아니다 ◆ 학교와 교사가 만능이 아니다 학교·교사도 가슴아파 학교에만 책임지워선 문제 해결 안돼… 가정·사회 함께 고민을 경기도 포천 초등학생이 1년 선배 언니로부터 오랜 기간 폭력에 시달렸다는 보도를 보고 교사이기 이전에 자식을 키우는 엄마 입장으로서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다. 학생들이 서로 격려하고 존중해야 할 학교가 폭력으로 얼룩져 학생들이 마음 놓고 등교하지 못한다면 이는 과연 누구의 책임이라고 할 것인가. 대부분의 교사는 부모 못지않게 소명 의식을 가지고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통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를 소망하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막상 폭력사태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피해학생 부모들은 가해학생에 대한 생활 지도가 올바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학교나 담임교사를 원망한다. 자신들이 받은 피해 사실에 대해 완벽한 보상을 요구하기도 하고 가해학생의 부적절한 태도까지 모두 학교의 지도력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학교 폭력의 책임은 일정 부분 학교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에게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며 생활 지도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 폭력의 모든 책임을 학교에 전가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학교 폭력은 교사의 생활 지도능력뿐만 아니라 학생 개인의 특성, 부모의 자녀 양육 태도, 또래 문화 등 다양한 요소들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학생들은 폭행당한 사실을 학교나 가정에 알리면 보복을 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이를 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과 부모도 심각한 상황에 이를 때까지 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담임교사는 학교측에 알리도록 돼 있다. 그 다음 학생들을 상담해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한 후 가해학생측이나 피해학생측이 중재를 요청할 경우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연다. 그러나 이때 양측 부모는 현저한 입장 차이를 보인다. 피해학생 부모는 가해학생 부모의 진심 어린 사과와 보상을 바란다. 이에 반해 가해학생 부모는 가급적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합의는 물론 사과조차도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학교가 자체적으로 피해 상황에 대해 원하는 만큼의 경비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도 만들어져 있지 않다. 학교 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법률과 제도가 있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학교 폭력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는 문제다. 학교는 문제를 덮으려 하기보다 당사자들이 신뢰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학부모는 올바른 가정교육을 통해 자녀가 학교 폭력에 노출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하고 폭력에 가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친구가 폭행당하는 것을 보면 주변에 알리도록 길러야 한다. 최근 초등학교에 고학년 담임 기피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학교 폭력, 가출 등으로 생활 지도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학교가 새로 전입해온 교사들로 5~6학년 담임을 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과 내 아이만은 기죽이고 싶지 않은 학부모들로 선생님들의 어깨는 점점 처져간다. 교사들의 어깨에 힘을 실어줄 때 학교는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이제는 손을 잡고 함께 나가야 한다. 조선 2010년 3월 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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