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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방송대대학원 실용중국어학과 원문보기 글쓴이: 부회장
'사이시옷'과 '사이시옷 현상'을 혼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사이시옷’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자를 구분하여 이해하여야 하며 ‘사잇소리 현상’부터 먼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사이시옷’이라는 것은, 발음상으로 발생하는 ‘사잇소리 현상’을 단지 표기상으로 나타내기 위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사잇소리 현상’이란 합성 명사에서, 앞말의 끝소리가 울림소리이고 뒷말의 첫소리가 안울림 예사소리이면 뒤의 예사소리가 된소리로 변하는 현상과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는데 뒷말이 ‘ㅁ, ㄴ’으로 시작되면 앞말의 끝소리에 ‘ㄴ’ 소리가 하나 덧나고, 모음 ‘ㅣ’나 반모음 ‘ㅣ’로 시작되면 앞말의 끝소리와 뒷말의 첫소리에 ‘ㄴ’이 둘 덧나는 현상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냇가’, ‘산골’, ‘훗날’, ‘예삿일’ 따위를 발음할 때 일어난다.(네이버 백과사전)
그런데 이 ‘사잇소리 현상’은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인사말’을 발음할 때, 어떤 사람은 [인산말]이라고 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인사말]이라고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국립국어원 등에서는 ‘표준발음’이라는 것을 정해서 각 낱말마다의 ‘표준발음’을 규정짓고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표준발음’이라는 것이, 똑같은 발음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개별 단어마다 다르게 규정될 수가 있어서 언중들이 이를 이해하고 따르기에 어려움이 없지 않아 있다.
예를 들어, ‘인사말’과 ‘노랫말’을 비교해 보자. 두 낱말의 발음 조건은 똑같다. 앞말이 모음으로 끝났고, 뒷말이 ‘ㅁ’으로 시작되는 조건이다. 그런데 ‘인사말’의 표준발음은 [인사말]이고 ‘노랫말’의 표준발음은 [노랜말]이다. 이렇게 규정만 되었을 뿐, 왜 ‘인사말’은 [인사말]이 표준발음이 되는데 ‘노랫말’에서는 [노래말]이 표준발음이 되지 않느냐라는 물음에는 속 시원한 대답이 없다. 현대 서울 지방의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표준적인 발음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은 하지만 이것은 다분히 주관적인 기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각설하고, 이러한 ‘사잇소리 현상’을 표기에 반영하기 위한 방편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사이시옷’이다. '사이시옷'은 "이 단어에는 '사잇소리 현상'이 일어났으니 뒷말을 발음할 때 그에 맞게 정확하게 발음해 주세요."라는 뜻을 담고 있는, 일종의 '발음 부호'라고 할 수 있다.
‘사잇소리 현상’에서는 일정한 법칙이 없어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어려움이 많이 있지만 ‘사이시옷’의 경우는 그나마 낫다. ‘사이시옷 규칙’이라고 명명해도 될 정도로 명확하다. ‘사이시옷’이 들어갈 조건만 만들어지면 무조건 ‘사이시옷’을 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사이시옷이 들어갈 조건’이, 앞서 설명한 ‘표준발음’에 따라서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이시옷’도 이랬다저랬다 하게 되지만 ‘사이시옷’ 규정 자체만 놓고 보면 일률적으로, 예외 없이 적용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이시옷’에 관해서는 다음 설명만 기억하면 된다. 한글 맞춤법 제30항 규정을 나름대로 최대한 간략하게 표현한 것이다.
“1)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는 합성어 중에서, 2)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발음’되거나 뒷말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거나 뒷말 앞에서 ‘ㄴㄴ’소리가 덧나는 경우에는 사이시옷을 넣는다. 3) 단, 한자만으로 이루어진 합성어 중에서는 ‘찻간, 툇간, 횟수, 셋방, 숫자, 곳간’ 여섯 개의 단어에서만 사이시옷을 넣는다.” (물론 왜냐고 묻는다면 다분히 임의적이다. 왜라고 대답 못한다.- 옮긴이)
위의 규정에 해당하는 예를 가지고 부연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선짓국 : 합성어임, 앞말(선지)이 모음으로 끝남, 뒷말(국)이 된소리[꾹]로 발음됨.
잇몸 : 합성어임, 앞말(이)이 모음으로 끝남, 뒷말(몸) 앞에서 ‘ㄴ’소리가 덧남[인몸].
깻잎 : 합성어임, 앞말(깨)이 모음으로 끝남. 뒷말(잎) 앞에서 ‘ㄴㄴ’소리가 덧남[깬닢].
귓병 : 합성어임, 앞말(귀)이 모음으로 끝남, 뒷말(병)이 된소리[뼝]로 발음됨.
전셋집 : 합성어임, 앞말(전세)이 모음으로 끝남, 뒷말(집)이 된소리[찝]로 발음됨.
훗일 : 합성어임, 앞말(후)이 모음으로 끝남, 뒷말(일) 앞에서 ‘ㄴㄴ’소리가 덧남[훈닐]
위의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예를 가지고 부연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개구멍, 배탈, 허리춤 : 합성어이고, 앞말이 모음이 끝나기는 했지만 뒷말이 된소리로 발음되거나 뒷말 앞에서 ‘ㄴ’이나 ‘ㄴㄴ’발음이 덧나지 않았다.
개똥, 보리쌀 : 합성어이고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뒷말의 표기가 된소리로 되어 있다. ‘표기’는 된소리가 아닌데 ‘발음’이 된소리일 경우에 ‘사이시옷’이 들어간다.
전세방 : 합성어이고,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고, 뒷말이 된소리로 발음되기는 하지만 순 한자어이다. 순 한자어 중에서는 위에 열거한 여섯 개 단어만 사이시옷을 쓴다.
‘사이시옷’에 관한 규정은 한글 맞춤법 중에서도 유독 어렵고 동시에 그 규칙성에 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 규정들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설명도 다소 복잡하고 장황해질 수밖에 없다. 조금 어렵게 느껴지시더라도 위 글을 수 차례 정독하여 정확하게 이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