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런거지
아내가 딸기 좋아한다고 매일 같이 광도면 딸기 하우스를 간다. 얼마 안 있으면 딸기도 끝물이라 더 이상 나오지 않으니까 나올 때 실컷 먹이고, 미리 사 두었다가 냉동실에 얼려 두면 나오지 않을 때도 가끔 먹일 수 있다나 뭐라나.
주구장창 먹어서 딸기도 신물이 날 뻔도 한데 입을 갖다 대면 입 안 가득 전해오는 향긋 달콤 상큼한 맛에 나도 모르게 한 잔을 다 마시게 된다. 물을 마시러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도 딸기쉐이크 통이 보이면 입을 갖다 대고 찔금 한 모금 마시고 뚜껑을 닫아 둔다.
밥 때 넘기면 어질어질 해지고 짜증이 난다고 밥시간을 놓칠 만하면 도시락 싸 온다. 차 안이든, 풀밭이든 어디서나 펼치면 피크닉이 되게 텀블러에는 따뜻한 아메리카노까지 만들어 온다.
장날이면 시골 5일 장 구경을, 그게 안 되면 다이소라도 가게 해 준다.
아내가 가르치는 애에게 필요한 거라면 열 일 다 제치고 만들어 준다.
둘이서 나란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간식을 먹을 수 있는 2인용 긴 의자,
바닥에 배를 깔고 누운 아이 곁에 앉아 책을 읽어주기 좋은 앉은뱅이 책상,
TV앞에 바짝 다가가 앉아도 발이 땅에 닿을 수 있는 계단식 의자도,
물건 이것저것 사는 것 못마땅해 하면서도 아이에게 줄 간식용 그릇이라면 이것저것 다 사도 암말도 안 한다.
“나는 하루 종일 니 생각만 한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고 금방 보고 싶어진다.”
“참 병이네요. 병도 큰 병이네요. 나는 학교 가면 너무 바빠서 아무 생각도 안 나던데.”
“니는 어쩌면 그리도 사랑스럽노? 나이가 들어도 참 귀엽고 곱고 예쁘네.”
“참 별일이네요. 남이 들으면 비웃겠네요. 다 늙은 할망구를 보고 그런 말 하면 제정신 아닌 사람 취급 받아요. 밖에 나가 함부로 그런 얘기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마세요. 돌 맞아요.”
잠을 잘 때도 한 두 번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이불은 잘 덮고 자는지, 방의 온도는 적당한지.
새벽 6시면 먹기 싫대도 지극정성으로 과일을 바꿔가며 접시에 담아 머리맡 탁자 위에 올려놓고 간다. 비타민과 골다공증 약까지 종지에 담아 미지근하게 데운 물까지 한 잔.
나는 마음을 내지 않는다.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다.
이유야 많다. 오글거려서, 체질에 안 맞아서, 쑥스러워서, 피곤해서, 할 일이 많아서, 바빠서......
서로 참 다르다.
누가 행복한 사람일까?
나는 어떤 것에도 전부를 주지도, 걸지도 않는다.
적당히,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명목상으로는 심리적 안전거리 확보라면서.
그런데 나도 안다. 이렇게 살아서는 결코 사랑에 대해 깊이 알 수 없다는 것을.
그 아름답고 가없는 곳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오늘부터 제주카페탐방을 떠났다.
조금 전에 통화하고서도 도착하면 또 전화 할 거란다. 그래서
“뭐할라꼬요? 제발 고만 좀 조용히 살게 나 좀 가만 내버려 두이소.”
며칠 전부터 최신영화관 검색해서 영화 일곱 편을 선정해 두었다.
안 보고 남겨둔 주말 연속극도 13회부터 16회까지 연결해서 볼 거다.
읽을 책도, 바느질거리도, 삼대 구년 만에 항남동 골목길도 가 볼거다. 나 혼자서 별거별거 다 해 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