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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때마다 전해오는 무릎통증 때문에 하루 전날부터 은근히 걱정이 되면서도 배낭속에 대전청수막걸리(맛이일품ㅋ) 2병에 복분자와인 1병 그리고 생수 작은것 2병 초코캔디 1봉지 믹스커피 작은것 1박스를 꾸려 놓고 늦은 시각에 잠을 청하니 그래도 염려스런 마음과 어린 시절 소풍을 하루 앞두고 비가 오면 어쩌나 근심하며 잠 못 이루던 때와 같이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뒤척이기를 반복하다 언제 잠이 들었던지 알람 소리에 얼른 일어나 무릎 상태를 살피니 길을 나서기엔 아무래도 무리 인 듯싶다 잠시 망설이다. 그래도 다녀오기로 마음먹고 물을 끓여 보온병을 가득 채워 배낭에 넣고 진통제를 먹고 그래도 혹시나 싶어 주사용 진통제 두 엠플과 주사기 두 개 그리고 알콜솜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여전히 왼쪽 무릎에 통증이 전해옴에도 괴나리봇짐을 등에 메고 길을 나서는 나그네의 걸음걸이가 그렇게 행복 할 수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리 한 짝을 살짝살짝 끌고 가는 뒷모습을 보면 어지간히 쫑알쫑알 거렸을 마누라가 집에 없었기에 마음 편하게 길을 나서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시내버스를 타고 터미널 앞에 내리니 벌써 반가운 얼굴이 손을 들어 아는 채를 한다. 수 일전 야간산행에서 만났으면서도 여전히 반가운 얼굴이다. 조금 있으려니 벌써 여러 회원님들이 모이고 곧이어 1호차가 도착하여 몇 몇 회원들을 태우고 떠난 자리에 2호차가 들어온다. 버스에 오르니 회장님을 비롯하여 몇 분의 회원님들이 계시고 나머지는 크로바산악회에서 우정산행을 오신 11명의 산 꾼들과 아마도 교차로를 통하여 산행에 합류하였으리라 짐작되는 또 다른 몇 분이 계신다.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기도 전에 이미 버스는 출발을 하였다. 원두막에 잠시 들렀을 때 또 몇 분이 승차를 하고 1,2호차 간에 서로 옮겨 타기도 하고~ 그렇게 버스가 대전 톨게이트를 빠져 나가면서 바야흐로 주왕산을 향한 버스의 엔진이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10여분을 달리니 죽암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간다는 안내 방송과 함께 버스가 휴게소로 진입을 한다. 버스에서 내려 아침꺼리들을 차에서 내려서 식사하기에 적당한 자리에 간이 급식소를 차리고 배식을 시작하였다. 1,2,3월 정기산행에서는 차려주는 밥을 받아먹기만 하였는데 미약한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픈 마음에 밥주걱을 손에 들고 밥 보시(?)를 자임하고 나섰다. 일행들에게 모두 한 그릇씩을 정성스레 대접을 하고 밥 한 주걱을 털썩 국에 말아 훌훌 먹는 그 맛이 온갖 산해진미로 차린 수랏상위의 어떤 음식이 이보다 맛있을소냐. 게 눈 감추듯 뚝딱 한 그릇을 먹어치우고 먹거리들을 다시 갈무리 하여 차에 싣고 자판기 커피 한 잔으로 뚝딱 아침 마무리를 하고 나서 차에 오르니 다시 버스는 곧게 뻗은 고속도로를 따라 힘차게 내어닫기 시작을 한다. 청원 분기점에서 상주 방면으로 길을 갈아타고 기사님께서 발끝으로 버스에 힘껏 채찍을 가하니 새로 뚫린 평탄한 도로 위를 매끄럽게 쌩쌩 잘도 달린다. 청원에서 상주까지 새로이 개통된 도로를 처음 가보는지라 호기심에 궁금하기도 하련만 밤잠을 설친 탓인지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정겨운 시골풍경들을 눈동자에 담지도 못하고 주마간산하듯 건성으로 바라보다 살포시 잠이 들고 말았다. 살며시 깨어났을 땐 예천인가를 지나고 있다고 한 것 같은데 또 다시 잠이 들었다 다시 깨어났을 땐 안동 시내 어데 쯤 인가를 지나고 있는 듯 했다. 거리의 간판들이 안동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다리 하나를 건너니 커다란 병원 건물이 하나 길 옆에 우뚝 서 있기에 혹시 안동병원이 아닐까 하고 바라보니 역시 안동병원 간판이 눈에 곧바로 들어왔다. 지금까지의 내 상상으론 그냥 조그마한 시골 병원쯤으로 생각을 하였었는데 직접 보니 규모가 꽤 되는 병원 이었다. 내가 왜 안동병원에 대하여 갑론을 하는가 하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의료에 서비스라는 개념을 접목시켜 병원 서비스라는 하나의 패러다임을 탄생시킨 병원으로 환자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켜 쓰러지기 직전의 병원을 직원들의 철저한 서비스 마인드 하나로 재도약에 성공한 병원이라고 들어 왔기 때문이다. 병원 성공사례에서는 첫 번째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전례를 찾기 힘든 병원이기에 동업종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의 하나로 늘 궁금해 하던 차에 참으로 값진 볼거리가 아니었나 생각 된다. 여정 중에 뜻하지 않게 길에서 주운 하나의 값진 선물이 아니겠는지? 얼마를 더 달려서 시내를 거의 통과했을 때 쯤 뒤따라오던 1호차가 선두로 나오더니 갑자기 차를 돌려 오던 길로 되돌아간다. 산행객중 누군가가 주왕산으로 향하는 지름길을 알고 있어서 그의 안내에 따라서 가기로 했단다. 약 10여분을 되돌아 간 듯싶은데 차 창밖을 바라보니 다리 하나가 나오고 다리 위쪽으로 자그마한 댐 하나가 보였다. 아마도 보조 댐인 듯싶다. 대청댐에도 주 댐이 있고 하류로 조금 내려오면 보조 댐이 있지 아니 한가 버스가 다리를 건너 우회전을 하여 댐을 오른쪽 옆구리에 끼고 잠깐을 달리니 안동댐의 주 댐인 듯 해 보이는 웅장한 수문이 눈앞에 펼쳐진다. 저게 바로 안동댐? 안동댐! 너는 내게 “수몰”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가르쳐 주었단다. 벌써 삼십년 하고도 두 서너 해가 더 지난 것 같은데 너는 내 뇌리 속에서 퇴색하기를 거부한 채 아직도 신기루로 남아 있구나. 댐이 완공이 되고 담수가 시작 되면서 댐의 수면 보다 낮은 곳은 모두 물 속으로 사라진다는 기사를 아버지가 보시던 신문에서 읽고 열다섯 소년의 가슴은 마치 생매장을 당하는 듯한 고통을 느꼈었단다. 예서 오늘 널 만나니 아직도 기억의 한 편에서 가끔씩 나를 짓누르곤 하는 답답한 기억을 이젠 네게 돌려주고 가야겠구나. 옛날을 회상하며 잠시 시선을 수문에 고정 시킨 채 바라보고 있으려니 버스 안 여기저기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앞서 가던 선두차가 길을 잘 못 들어 다시 되돌아가야만 하는 분위기 인 것 같았다. 술렁임도 잠시 버스는 다시 길을 돌려 또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달리기 시작 한다. 왔다 갔다 하는 중에 길에 버린 시간을 주워 담기라도 하려는지 버스엔 이내 가속이 붙는다. 문득 버스가 우리내 인생살이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달리다 길이 아니면 언제든지 되돌아 다른 길을 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인생길이야 한 번 잘못 들었다고 어찌 다시 돌아갈 수 있단 말인가? 여보시오 산 꾼님들 가는 길 더디다고 불평일랑 하지를 마소 조금 늦게 도착한다고 산이 먼 곳으로 도망이라도 간단 말이오? 어차피 탐하고 돌아서면 앞서는 건 허무함 뿐 이거늘, 오르면 내려와야 하는 것이 산이나 인생살이의 이치이거늘 더디게 돌아감에 차라리 감사하고 스치는 풍경일랑 잘 그려진 수채화라 생각하고 하나라도 외면 말고 눈동자 속 깊은 곳에 행여 라도 빠트릴라 노심초사 담아두소. 예라도 안 왔으면 안동댐의 수문일랑 구경조차 못 할 것을 덤이라 생각하면 이 또한 기쁜 일이 아닐런가? 면면들을 보아하니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이제 막 종착역을 향하여 우르르 몰려들 가고 있음이 눈에 훤하거늘 무에 그리 바빠서 험한 소리 쏟아내며 발길들을 재촉한단 말이오? 오를 땐 당겨 주는이 없고 밀어주는 사람 없어 더디기만 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반환점이지만 돌아서면 앞에서는 당기고 뒤에서 밀어대니 천천히 가고 싶어도 맘대로 아니 되는 것이 내리막길인 것을~ 오죽하면 황진이는 “청산리 벽계수야 쉬이 감을 자랑 말라 일도 창해하면 돌아올 수 없거늘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랴”고 읊조렸을까? 쉰 자도 안 되는 글자에 어떻게 이렇게 큰 세상을 담을수 있었단 말인가?
4,50분을 달리니 주왕산이 눈앞에 자태를 드러낸다. 길이 많이 복잡하리라고 생각을 하고 왔는데 예상과는 달리 평소의 여느 산과 다를 바가 없었다. 왼쪽 옆으로 흐르는 주방천을 따라 버스는 매끄럽게 주차장에 들어선다. 차에서 내려 일행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나니 산행을 재촉들을 한다. 여전히 왼쪽 무릎에서는 통증이 사라지질 않는다.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산행을 강행하려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것만 같은 상황이 나를 슬프게 한다. 좌우로 늘어선 식당에서 호객을 하는 경상도 아낙들의 사투리가 구수하다고 느껴질 때 쯤 갈림길이 나타난다. 오른쪽은 주왕산 주봉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으로 내를 건너서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폭포로 가는 길이다. 같이 온 무리들을 주왕산을 향해 떠나보내고 폭포로 향하는 산책로로 걸음을 옮겼다. 아침햇살님과 미래님께서 동행을 해 주신 덕에 낙오자의 설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가 있었다. 아침햇살님은 애초에 산행보다는 산책로를 택하신 것 같았고 미래님은 전 날 산행의 피로 때문에 산행을 포기하시고 산책로를 택하셨단다. 아무튼 두 분께서 염려해주신 덕분에 포기한 산행의 아쉬움을 말끔히 잊고 무릎의 통증도 덜어가며 3폭포까지 왕복 7km정도를 다녀올 수 있었음이 커다란 수확이라 생각한다. 두 분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길 오른쪽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말끔하게 꾸며진 산책로를 거슬러 올라가니 명경같이 맑은 계곡이 끝없이 이어진다. 밑에 깔린 자갈을 타고 넘을 때의 출렁임은 어디에다 감추고 솔잎 하나라도 물위에 떨어져 살랑 물결이라도 일면 은박지 구겨지듯 자지러지는 비명소리로 한바탕 계곡을 흔들어 놓을 것만 같은, 어쩌면 저리도 티끌 하나 품지 않고 거울 하나 통째로 떠가듯 순결한 자태를 간직한 채 도도하게 흐른단 말인가? 오직 그런 너로 하여 주왕산의 모든 것에 생명이 있고,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는 것 같구나. 오직 너로 하여 풀 한 포기 꽃잎 하나에도 의미가 새로워지는 것 같구나. 오직 너의 젖줄로 하여 억겁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주왕산엔 꽃이 피고 벌 나비가 찾아드니 어찌 너의 위대한 생명력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있으랴. 간간이 이는 돌풍에 날리는 흙먼지조차 이토록 구수할 수가! 오른쪽으로 높이 솟은 바위산의 위용에 눈을 홀린 채 조금 더 오르니 자그마한 물기둥이 하나 눈앞에 나타난다. 바로 주왕산의 제1폭포였다 크기라야 볼품은 없지만 그래도 폭포의 모양은 제법 갖춘 앙증맞은 폭포였다. 나무로 치자면 분재라고 해도 좋을 듯한~ 1폭포를 뒤로하고 조금을 더 올라가니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하나 나온다. 다리를 건너면 좌우로 길이 갈리는데 좌측은 3폭포로 가는 길이고 우측은 2폭포를 향하는 길이다. 시계를 보니 벌써 1시 반이 지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점심식사를 할만한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며 왔는데 마침 다리 건너 계곡 아래 맞은편에 아늑해 보이는 장소가 눈에 들어온다. 아침햇살님과 미래님 그리고 나 셋이서 자리를 정하고 각자 준비해온 먹거리를 풀었다. 조촐하지만 푸짐하다 김밥에 오이, 방울토마토, 가지나물, 막걸리에 복분자 등등. 산에서 즐기는 오찬이 이만하면 훌륭하지 않은가? 서둘러 시장기를 달래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산바람을 안주삼아 복분자 한 잔씩을 입에 무니 산행으로 지친 로독이 말끔하게 사라지는듯 하다. 오찬과 함께 휴식을 마치고 2폭포 쪽을 향하여 오르니 양쪽으로 커다란 바위산이 뻗어 내려와 맞닿은 틈바구니 사이로 어쩜 저토록 예쁜 길이 있단 말인가. 마치 천국의 계단으로 향하는 길인 듯 착각이 들 정도로 운치가 있다. 카메라를 꺼내어들고 미래님을 세우니 천상에서 선녀가 내려온 듯 아름답구나. 살짜기 굽은 길을 돌아 들어가니 갈라졌던 바위산이 다시 맞닿아 길이 닫혀 버릴 것만 같은 생각에 몇 번인가 뒤를 돌아보게 한다. 몇 발짝을 더 올라가니 가느다란 물기둥이 하나 눈앞에 나타난다. 바로 2폭포였다. 눈동자를 물기둥에 걸고서 몇 걸음을 더 올라가니 바로 위쪽으로 또 하나의 물기둥이 허리를 살짝 좌로 틀고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탐방객의 뜨거운 시선이 수줍어 배시시 허리를 살짝 꼰 산골 소녀의 몸짓이 아마도 저러했으리라. 그래 너는 분명 계집인 듯 하구나. 아마도 너의 가녀린 몸속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3폭포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줄기와 만나 하나가 되어 1폭포를 만든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3폭포는 사내란 말이더냐? 궁금함은 벌써 나를 저 아래 길모퉁이까지 끌고 가고 있다. 2폭포를 뒤로하고 천국의 계단으로 향하는 듯한 길을 나와 점심을 먹었던 곳을 지나 3폭포 쪽으로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산모퉁이 하나를 막 돌아 들어가니 왼쪽으로 저만치 앞에 위 아래로 두개의 은기둥이 앞을 가로막고 서는데 하나는 마치 왼쪽으로 솟아오른 바위산이라도 떠받치고 있는 듯, 또 하나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새끼용이 바닥을 박차고 하늘로 올라가려 용트림을 치는 듯 하다. 3폭포였다. 감탄하며 보고 있노라니 문득 조선 선조 때 송강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을 하면서 임지로 가는 길에 금강산에 들러 금강대로 오르는 길에 만폭동 계곡의 비경에 취하여 “백천동 옆을 지나 만폭동 계곡으로 들어가니, 은과 같이 하얀 무지개, 옥과 같이 고운 용의 꼬리가 섞여 돌며 뿜는 폭포 소리가 십리 밖에까지 퍼졌으니 먼데서 들을 때는 우레 소리와 같더니, 가까이 가 보니 하얀 눈이 날리는 것 같구나”라고 표현한 "관동별곡"중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어디 만폭동 계곡에 비할 수가 있으랴만 규모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것이 폭포로서 갖추어야 할 것은 다 갖춘 듯해 보인다. 주왕산의 3개 폭포 중 3폭포는 역시 사내의 늠름한 기품이 엿보이며 으뜸이다. 폭포의 규모나 생김새가 그러하고 또 한없이 밀려드는 물기둥을 바닥에 패대기를 쳐서 잘게 부숴가며 적당히 포효하는 소리가 그러하다. 3폭포야 내 너의 늠름하고도 당찬 기백에 마음을 빼앗겨 너에게 간청을 하니 정녕 나를 따라 충청도로 갈 뜻은 없단 말이더냐? 그렇게만 해준다면 내 너를 등에 없어 안동 예천을 한걸음에 달려 문경에서 잠시 쉬어, 상주 청원 고속도로일랑 곁눈질도 하지 말고, 문경세제 굽이굽이 비호같이 달려 넘어, 수안보서 땀을 씻고 월악으로 길을 잡아, 단양 땅에 당도한 후 충주호에 배를 띠워, 단양팔경 유람한 후 청주고을 들어설 제, 초정 약수로 목축이고 문의를지나 대청호 건너, 한밭벌일랑 날아 넘어 계룡산 천하제일 명당에 터를 잡아 너를 내려, 하루가 멀다 하고 애첩 찾듯 널 찾을 것이거늘 네 어찌 대꾸도 없이 고독한 산보자의 애간장만 태운단 말이더냐. 계룡산에도 너와 같이 마르지 않는 폭포가 하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거나. 아쉬움을 뒤로한 채 3폭포를 돌아 나와 하산 길을 서둘렀다. 벌써 주왕산을 향했던 산행 팀의 선두가 보이기 시작을 했기 때문이다. 걸음걸이마저 부자연 스러운데 주차장까지의 거리는 나에게는 결코 짧지만은 않은 길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다행이 내려오는 길은 빠르고 수월했다. 어렵지 않게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벌써 많은 인원이 먼저 도착을 해 있다. 버스 옆으로는 진청의 푸른 포장이 펼쳐져서 뒤풀이 손님들이 앉길 기다리고 있고 커다란 찜통에서는 구수한 냄새와 함께 모락모락 김이 번져 나오고 있었다. 삼삼오오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맛있는 찌개와 함께 소주잔이 연신 춤을 추고 여기저기에서 왁자지껄 담소가 이어지고 터지는 폭소 속에 ABC산악회의 4월 정기산행의 대미는 그렇게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뒤풀이가 끝나고 버스에 오르니 인원 점검을 마치기가 무섭게 버스는 출발을 한다.
주왕산!
내 너의 자태가 빼어남을 칭송하는 소리를 듣고 너를 흠모하기 시작한지가 어언 강산이 두어 번 변할 세월이 흐른 듯 한데도 가슴에 새겨진 네 이름을 아직도 놓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러 기어이 너를 찾음은 이 가슴속에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이 아직은 뜨겁게 살아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아직은 이 가슴으로 뜨겁게 사랑할 수 있는 열정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하물며 예까지 와서도 너를 품에 안지도 못한 채 가녀린 너의 허리만 애가 타도록 애무만하다 돌아서니 내 어찌 널 더욱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으랴. 예쁜 꽃은 따지 말라고 했더냐? 진정으로 사랑하면 지켜주라 했더냐? 내 오늘 너로 하여 그 말의 깊은 의미를 깨닫고 돌아서나니. 아~ 주왕산아 이 가슴에 너의 이름은 뼈에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남아 너의 이름만으로도 달려오고픈 처절함은 단지 몸부림만으로 달래어질까? 너에게 피로 맹세를 하니 내 너를 기필코 다시 찾으마. 그 땐 내 이마의 주름이 수를 더하고 굵기가 굵어지고 깊이가 아마도 뼈까지 닿아 너는 나를 모를지라도 나는 널 쉽게 찾을 것이니라. 행여 초록이나 짓 붉은 단풍이나 하얀 소복으로 네 몸을 가린들 너의 향기마저 감추어지겠느냐? 오늘 내 눈에 진물이 나도록 널 보고 가는데 어찌 그깟 얄팍한 옷 한 자락에 네 몸이 감추어진단 말이더냐? 계절이 바뀌면 가장 먼저 예쁜 옷 갈아입고 어여쁜 자태를 유감없이 뽐내고 있으려무나. 내 다시 오는 그날 뜨거운 눈 빛 만으로 정성스레 너의 속치마를 걷어내고 파르르 떠는 몸을 으스러지도록 안아주마. 오늘 못 이룬 사랑일랑 우리 다시 만나는 그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뿜어대는 단내 나는 가쁜 숨 몰아쉬며 격정의 밤과 낮을 보내자꾸나.
첫댓글 참 이뿌게 수 놓았네요. 수고하셨습니다. ~~^^*
고맙습니다. 망극한 마음 추스리시기에도 벅찰 아침에 이렇게까지 헤아려 주시다니요........
주왕산에 오르지 못함을 애절히도 표현하셨네요 산행하던날 옆에서보기가 안쓰러웠는데 ..... 무릎은 괜찬쑤? 멋진글 잘읽고 갑니다 아 ..정말 글솜씨좋네요 감복했습니다
미래님 덕분입니다 낙오자의 설움을 잊게 해주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