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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금지옥엽님께서 보내주시는 서평입니다.
『리딩으로 리드하라』
세상을 지배하는 .1퍼센트의 인문 고전 독서법
이지성, 문학동네, 2010
대단하다. 놀랍다. 그의 어마어마한 독서량, 그 독서를 통해 깨우친 것들을 전하고자 하는 사랑과 열정, 책을 읽는 내내 들떠 오르던 마음, 감출 수 없었던 흥분, 이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그가 했을 일들,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겠다. 고맙고 존경스럽다.
매일 새벽 두 시간 정도 독서 후 운동하고 여섯 시에 집에 들어와(그럼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났단 말인가?)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다가 8시 출근, 퇴근 후 밤 12시까지 글쓰기를 전업 작가가 되기 전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수도승처럼 반복했다니, 하루에 한 권 이상의 책을 읽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밥과 잠을 허락하지 않았다니, 그런 치열한 삶이 있었기에 전업 작가로서 성공한 것이리라. 세상에 그냥 주어지는 일은 없구나. 어쩌다 책 한권 써서 운 좋게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이란 결코 없겠다싶다.
몇 년 전 <피노키오 상담실>을 읽으며 이지성이란 이름을 처음 마음에 새겼다. 같은 초등학교 선생님인데 아이들을 제대로 사랑하고, 제대로 가르치는 구나 학교 현장에 이런 분이 계시다는 게 자랑스럽다는 생각과 동시에 부끄러웠다. 본받아 나도 더 나은 선생이 되리라 부끄러운 마음을 다독이며 한 번 더 정독했던 기억이 되살아나 글쓴이에 대한 믿음의 마음으로 책을 들었다.
이제 그는 초등학교 선생님을 그만 두었단다. 그러니까 전업 작가가 된 것이다. 그의 제자가 될 수도 있었던 많은 아이들에겐 엄청난 불운이겠으나 대신 책을 통해 누구나 그와 만날 수 있다는 건 더 많은 이들에게 다행이겠다.
이 책에서 지은이가 주장하는 것은 ‘인문고전’을 읽으라는 것이다.
아인슈타인, 뉴턴, 처칠, 에디슨이 사고뭉치에서 위대한 천재로 탈바꿈한 비결, 둔재들만 가던 소문난 삼류학교 ‘시카고 대학’이 노벨상 왕국이 된 사연, 카네기, 워런 버핏, 이병철, 정주영이 황금 손이 될 수 있었던 밑바탕, 알렉산더, 세종과 정조, 당 태종과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희대의 국가 경영자들의 공통점, 그 비밀은 모두 인문고전 독서에 있다고 다양한 사례들을 들어 단언한다.
인류역사에서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에게 많은 것들을 금지 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인문고전’독서라는 사실, 그 이유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 자체가 부를 재배분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란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미국의 교육과정이 리더의 두뇌를 가진 사람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문고전 중심의 사립학교 교육과정이 아닌 공장의 부품 같은 두뇌를 가진 사람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립학교 교육과정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인문고전 독서교육 전통이 완전히 사라졌고, 우리나라의 공교육이 시키는 일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를 육성하는 것은 목적으로 하는 교육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계속 되는 한 우리나라는 영원히 피지배계급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견해는 틀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이다.
세상의 리더들과 부자들이 인문고전을 읽는 이유, 우리가 인문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인문고전을 읽음으로써 우리 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하여 우리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스스로 10년 이상 치열하게 인문고전을 읽어 온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문고전을 읽는 방법을 자세히 제시하며 지금 당장 인문고전 읽기를 시작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 책을 읽노라면 이지성, 그의 열정에 힘입어 지금 당장 인문고전을 읽어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솟는다. 그동안 나의 독서 수준이 부끄럽고 진작 이런 책이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이제라도 이 책을 읽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함께 든다.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인문고전 독서, 새로운 목표 하나가 생겼다. 기대감에 가슴이 부푼다.
‘읽고, 사색하고, 필사하라’는 그의 말을 실천하는 첫 번째 책 -2012년에 처음 구입한 책이기도 한- 으로 그의 책을 선택했다.
밑줄 그어 가며 읽은 곳들을 그대로 옮긴다.
人生欺世 非學問 無以爲人 - 李珥
세상에 태어나 학문을 하지 않으면 사람답게 될 수 없다. -이이
(수많은 인문학자를 연구하고 이이를 가장 존경하게 되었나 보다. 차례에 앞서 이글을 싣고 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이이를 가장 많이 인용하며 글을 맺는다.)
들어가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인문고전 독서는 두뇌에 특별한 기쁨을 가져다준다. 물론 처음에는 고되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고 어렵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이해하지 못해 진도가 일주일 또는 한 달씩 늦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어느 지점을 넘기면 고통은 기쁨으로 변한다.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온 천재들이 쓴 문장 뒤에 숨은 이치를 깨닫는 순간 두되는 지적 쾌감의 정점을 경험하고, 그 맛에 중독된다. 그리고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뻔한 꿈밖에 꿀 줄 모르고 평범한 생각밖에 할 줄 모르던 두뇌가 인문고전 저자들처럼 혁명적으로 꿈꾸고 천재적으로 사고하는 두뇌로 바뀌기 시작한다.
엄청난 양의 인문고전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아이의 두뇌는 자연스럽게 그 저자들의 두뇌처럼 바뀌어갔다. 내용을 이해하고 못하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천재들의 생각하는 방식과 접촉한다는 자체가 중요했다.(Page 20)
세상에는 두 종류의 책이 있다. 고전과 비 고전. 고전은 짧게는 100~200년 이상, 길게는 1,000~2,000년 이상 살아남은 책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천재들의 저작이다.
생각해보자. 만일 앞으로 10년 동안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매일 두 시간 이상 개인지도를 받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사람들보다 뛰어난 존재가 될 것이다. 아니 세계 최고의 두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분명 이 시대의 천재들이다. 그러나 불멸의 인문고전을 남긴 진정한 천재들과 비교하면 그들은 기껏해야 머리가 조금 좋은 사람들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렇게 생각해보자. 만일 앞으로 10년 동안 매일 두 시간 이상 위대한 인문고전을 남긴 진짜 천재들에게 개인지도를 받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인문고전은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쓴 진정한 천재들이 자신의 모든 정수를 담아놓은 책이다.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존 스튜어트 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정수를 완벽하게 소화하면 누구나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를 경험할 수 있다.
1. 바보 또는 바보에 준하는 두뇌가 서서히 천재의 두뇌로 바뀌기 시작한다.
2. 그동안 억눌려 있던 천재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3. 평범한 생각밖에 할 줄 모르던 두뇌가 천재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 (Page 22)
1장>> 개인, 가문,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인문고전 독서의 힘
두뇌의 수준은 그가 읽는 책의 수준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두뇌가 우수하지 못한 인간은 두뇌가 우수한 인간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인류 역사의 어느 시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지배계급은 그 사실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피지배계급의 문자교육 자체를 금지했다. 그 악습은 현대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이상한 형태로 되살아났다. 문자교육 자체에 있어서는 평등을 추구했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불평등을 추구했던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미국의 부자계급은 사립학교를 다니고 빈자계급은 공립학교를 다닌다.(Page 35)
결론을 내리자. 인문고전 독서는 나라와 가문과 개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니 나라와 가문과 개인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뭔가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느껴지거든 낙담하거나 한탄할 시간에 인문고전을 펴기를 권한다. 1,000~2,000년 된 지혜의 산삼을 두뇌에게 실컷 먹이기를 권한다. 그러면 언젠가 반드시 당신 자신이 혁명적으로 변하고, 당신 가문에 인문고전 독서의 전통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가문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우리나라와 세계와 인류의 역사를 바꾸는 위대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Page 57)
2장>> 리더의 교육, 팔로어의 교육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중고를 합쳐서 무려 12년이나 교육을 받고도 지적이고 창의력 넘치는 인재가 되기는커녕 좀 심하게 말하면 바보가 되어서 사회에 나온다. 대학에 입학해서 다시 4년을 배우고 대학원까지 졸업해도 마찬가지다. 당당히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지식인이 되기는커녕 제 앞길 하나도 헤쳐 나가지 못하는 무능력한 존재로 전락하기 일쑤다. 도대체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왜 우리나라 학생들은 배우면 배울수록 무능력한 사람이 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 공교육이 시키는 일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를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Page 66)
수학과 과학의 천재들은 원리 자체를 만들거나 발견한 사람들이다. 즉 수학ㆍ과학 영재교육이 천재를 배출하려면 기존 원리를 터득하는 교육이 아니라 새로운 원리를 창조하거나 발견하는 교육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데카르트, 파스칼, 뉴턴, 라이프치히, 오일러, 가우스,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같은 수학ㆍ과학 천재들의 공통점은 1) 새로운 원리를 발견하거나 창조한 천재들이 쓴 고전에 심취했다, 2) 새로운 원리를 발견하거나 창조했다, 3) 새로운 고전을 집필했다는 것이다. (Page 73)
이 책에서 말하는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인문고전을 읽고서 변화하기를 바란다면 에디슨의 어머니가 치른 것 못지않은 전쟁을 치러야 한다. 다름 아닌 자기 자신과 말이다. 과거의 자신을 죽이는 처절한 자기투쟁이 뒤따르지 않는 인문고전 독서는 지식의 축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누누이 말하지만 지식은 인간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삶의 근본적인 변화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가 있을 때 생겨난다. 다름 아닌 그 ‘지혜’를 갖는 것을 나는 인문고전 독서를 통한 ‘변화’라 이야기하고 있다.(Page 77)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가장 잘 시킬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부모나 교사가 최소한 1년 이상, 다섯 권 이상의 인문고전을 혼신의 힘을 다해서 ‘제대로’읽으면 된다. 즉 인문고전을 조금이라도 이해해보려고 매일 발버둥을 치고, 매일 30분 이상 노트에 성실히 필사하면서 두뇌가 변화되는 경험을 손톱만큼이라도 해보면 된다.
이쯤에서, 비록 부족하기 이를 데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공식적으로 처음 주장하고, 아이들을 상대로 직접 실시해보고, 오랜 기간 연구해온 나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통독하게 하라.
2. 정독하게 하라.
3. 필사하게 하라.
4. 자신만의 의견을 갖게 하라.
5. 인문고전 연구가와 토론시켜라.
자신의 의견을 갖는 것, 이는 모든 독서의 목적이다. 나는 통독-정독-필사를 제대로 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갖게 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때문에 교육자가 굳이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절한 질문을 던져줄 필요는 있다. 이를테면 아이가 밑줄 그은 부분을 보고 “넌 이 사람이 왜 이런 말을 했다고 생각하니?”라든다, “이 부분에서 무엇을 느꼈기에 밑줄을 그은 거니?”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다. 책을 다 읽은 뒤에도 비슷한 질문을 던지면 좋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교육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는 자신의 의견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데 서툴기 때문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때문에 교육자는 아이가 자신의 의견을 모두 표출할 수 있도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져줄 필요가 있다.
이지성이 제시한 독서교육의 틀에 얽매이지 마라. 인문고전 독서교육의 본질은 두뇌의 혁명적인 변화다. 그런데 이 변화는 내가 제시한 독서교육의 틀을 열심히 잘 따른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교육자의 열정과 사랑을 통해서 얻어진다. 교육자 자신이 얼마만큼 치열하게 책을 읽었는가, 교육자가 아이에게 인문고전 읽는 기쁨을 전달해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교육자가 아이들 얼마만큼 사랑으로 대했는가에 달려 있다. 즉 최고의 인문고전 독서교육 노하우는 당신의 두뇌와 심장 속에 있다.(Page 95)
3장>> 자본주의 시스템의 승자가 되는 법
물론 철학 그 자체에만 매진하는 것은 경제와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철학으로 단련된 두뇌가 경제에 뛰어드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철학자의 두뇌를 가진 사람은 순식간에 간에 경제를 지배해 버린다. 이유는 경제 활동이 곧 두뇌 활동이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최고의 두뇌들이 모인 월 스트리트만 보아도 잘 알 수 잉T다. 월 스트리트의 꼭대기에는 철학고전에 정통한 사람들이 있다.
철학고전은 사람의 두뇌를 차원이 다르게 바꾸어버린다. 사고의 수준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킨다. 철학고전 독서로 다져진 두뇌는 시장의 본질을 본다. 평범한 책만 읽은 사람은 죽었다 깨나도 볼 수 없는 그 무엇을 본다. 결과는 인간의 수준을 초월한 이익의 실현이다.(Page 112)
지혜는 책 속에 있지 않다. 지혜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한다. 세상에는 소위 인문고전 마니아라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어떤 교수들은 평생 인문고전만 파고든다. 하지만 그들의 독서는 세상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들은 인문고전을 ‘공부’하기 때문이다. 인문고전을 통해 내면의 지혜를 일깨우는 대신 말이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나 밀턴 프리드먼 같은 교수들이나 존 템플턴, 피터 린치 같은 투자자들은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내면의 지혜를 일깨운 사람들이다. 치열한 철학고전 독서를 통해 두뇌 속에 ‘철학하는 세포’를 만든 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과 월 스트리트 금융 시스템의 본질을 꿰뚫은 사람들이다.(Page 138)
당송 팔대가 중 한 명인 왕안석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貧者因書富 富者因書貴
가난한 사람은 독서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독서로 귀하게 된다.(Page 140)
회사를 세우는 이도, 회사를 이끄는 이도, 회사에서 일을 하는 이도, 회사의 고객이 되는 이도 인간이다. 즉 경영은 인간이다. 인문고전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 특히 경영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인문고전이 길게는 수천 년, 짧게는 수백 년 동안 각 시대의 리더들에게 철저하게 검증받은, 인간에 대한 최고의 지침서이기 때문이다. 각 시대의 리더들은 문학고전을 통해서 인간의 마음을, 철학고전을 통해서 인간의 생각을, 역사고전을 통해서 인간의 삶을 배웠다. 그리고 자신의 배움을 국가, 군대, 기업 등의 경영에 활용했다.(Page 146)
4장>> 인생경영, 인문고전으로 리드하라
현 시점에서 젊은이들이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머지않아 의과, 법과, 경영학과의 시대는 저물고 인문학 전공자가 대접받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Page 156)
대기업 CEO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귀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우리나라에서 인문고전 독서를 가장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Page 183)
돈 없고, 능력 없고, 배경 없는 사람일수록 인문고전을 치열하게 읽어야 한다. 인문고전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1000만 원이 넘는 수강료를 지불하고, 해외로 독서 여행을 떠나고, 새벽마다 조찬 특강을 듣는 CEO들보다 더 열심히 인문고전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두뇌를 혁명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무수히 많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 우리나라의 부족한 자본주의는 진정한 변화를 위한 첫 발걸음을 떼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Page 185)
5장>> 인문고전 세계를 여행하는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
만일 누구든지 인문고전, 특히 철학고전을 단 한 권이라도 제대로 뗀다면 그 사람의 두뇌는 반드시 변화한다. 그리고 오랜 세월 꾸준히 인문고전 독서를 해나간다면 언젠가는 두뇌가 혁명적으로 변한다.
인문고전은 짧게는 100~200년, 길게는 1,000~2,000년 이상 된 지혜의 산삼이다. 이런 지혜의 산삼을 지속적으로 섭취한 두뇌가 어떻게 혁명적으로 변화하지 않겠는가. 처음에는 어렵기만 했던, 아니 차라리 고문처럼 느껴졌던 인문고전이 어느 순간 기막히게 재미있어지기 시작하고, 두뇌 속에 그 ‘재미’를 맛보는 순간이 서서히 쌓이기 시작하고, 그렇게 계속 해나가다 보면 마치 벼락처럼 두뇌가 충격적으로 바뀌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것은 4차원적인 경험이므로. 0.1초 아니 0.001초일까. 그 초순간적인 경험을 하고 나면 두뇌는 완벽하게 변화한다. 마치 애벌레가 나비로 변화하듯이. 그 환상적인 경험을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하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인문고전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다. 간절함과 사랑이다. 인문고전을 읽을 때 글자만 읽어서는 안 된다. 그 내용만 이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단면적인 책 읽기에 불과하다. 그 단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입체적인 독서로 넘어가야 한다. 진정한 독서는 인문고전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문장 뒤에 숨어 있는 천재의 정신을 만나는 것이다. 그 사실을 잘 이해해야 한다. 깨달음이 있는 책 읽기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Page 199)
공감 100퍼센트 인문고전 독서 노하우
해설서를 멀리해라
해설서에는 인문고전을 보다 잘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 때문에 나는
해설서를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시기는 인무고전 독서를 시작하도 최소3년, 최고 10년의 흐른 뒤가 적당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좀더 본질적으로 말하면 당신의 내면에 인문고전 독서능력이 제대로 자리 잡은 뒤에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인문고전 독서능력은 인문고전을 날것 그대로 치열하게 읽다 보면 저절로 생긴다.(Page 207)
체계를 세워라.
필사하라
일단 저질러라
인문고전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일단 저지르라는 것이다. 인문고전을 한권 구입해서 죽이 되는 밥이 되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베껴 써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철학고전을 세 권에서 다섯 권만 독파하면 일종의 감이 생긴다.
항상 인문고전을 가지고 다녀라
읽은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라
6장>>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
세종대왕을 생각해보자. 그의 인문 고전 독서법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치열함으로 요약된다. 그의 독서법은 百讀百習, 즉100번 읽고 100번 필사하는 것이었다. 세종은 왜 그토록 힘들게 독서했던 걸까? 나는 그가 백성을 애타게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세종이 인문고전 연구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집현전 학사들을 모아놓고 한 다음 말에서 그 확신을 얻었다.
“내 유일한 소망은 백성들이 원망하는 일과 억울한 일에서 벗어나는 것이요, 농사짓는 마을에서 근심하면서 탄식하는 것을 영원히 그치는 것이요, 그로 인해 백성들이 살아가는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것이다. 너희들이 지극한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Page 237)
남명 조식은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의관을 단정히 갖추고 자리에 앉아서 독서했는데 온종일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어서 사람들이 조각상 같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는 평생 이런 독서 습관을 유지했다. 남명은 검을 몸에 차고서 독서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아마 이런 각오를 했던 것은 아닐까. 만일 조금이라도 나태하게 책을 읽는 자신을 발견하면 이 검으로 나 자신을 베어버리리라.
성호 이익은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어머님과 오랫동안 이별했다가 다시 만난 것처럼 독서하라. 아픈 자식의 치료법을 묻는 사람처럼 질문하고 토론하라.” 성호에게 있어서 책은 책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가족이었다.
다산 정약용은 이런 고백을 남겼다. “유배지에 도착해서 방에 들어가 창문을 닫고 밤낮으로 혼자 외롭게 살았다.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런 상황이 고마웠다. 그래서 ‘이제야 독서할 여유를 얻었구나’ 하면서 기뻐했다.” 다산에게 독서는 패가망신한 자신의 처지를 도리어 행운으로 여기게 할 정도로 소중한 것이었다. 그는 독서를 자기 자신보다 더 귀하게 여긴 사람이었다.(Page 240)
진정한 필사는 종이 위에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영혼 속에 새겨 넣는 것이리라. 인문고전이자기 자신과 하나가 된 상태 말이다. 키케로의 『서한집』을 전부 필사한 것으로 유명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페트라르카는 『나의 비밀』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이 입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다가 자네의 영혼을 뒤흔들거나 유쾌하게 만드는 경이로운 문장을 마주칠 때마다 자네의 지적 능력만을 믿지 말고 그것을 외우도록 노력해보게나. 그리고 그것에 대해 깊이 명상하여 친숙한 것으로 만들어보게. 그러면 어쩌다 고통스러운 일이 닥치더라도 자네는 고통을 치유할 문장이 마음속에 새겨진 것처럼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음을 깨닫게 될 걸세.”
페트라르카는 필사의 천재라고 할 수 있다. 그 자신이 인문고전 필사광이었을 뿐만 아니라르네상스의 중심지였던 피렌체를 아예 인문고전 필사의 도시로 만들어버린 장본이이었으니까 말이다. 그 필사의 천재가 권유하는 최고의 필사는 영혼을 뒤흔드는 문장들을 마음속에 새기는 것이다. 그 방법은 암송 즉 외우는 것이다.(Page 255)
서애 류성룡은 『서애선생문집』에서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면서 그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명쾌하게 알려주고 있다.
“다섯 수레의 책을 술술 암송하면서도 그 의미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가. 사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애뿐만 아니다. 동양의 천재들은 하나같이 진정한 인문고전 독서는 사색에 있고, 사색이 빠진 인문고전 독서는 헛것이요 가짜라고 강조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자.
관중은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그러면 귀신도 통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귀신의 힘이 아니라 정신의 극치다”라고 했다.
공자는 『논어』에서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음은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라고 했다.
맹자는 “마음의 기능은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얻는 것이 있지만 그러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라고 했다.(Page 261)
책을 읽으면 사색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얻는 게 있다. 그러나 사색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 사색한 것은 글로 기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색하고 기록 한 뒤 다시 사색하고 해석하다 보면 깨닫고 알게 되어 두루 통하게 된다. - 조선의 천재 성리학자 백호 윤후
독서는 오로지 사색하고 연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프랜시스 베이컨
독서는 단지 지식의 재료를 얻는 것에 불과하다. 그 지식을 자기 적으로 만드는 것은 오직 사색의 힘으로 가능하다 - 존 로크
사색 없는 독서는 전혀 씹지 않고 삼키기만 하는 식사와 다를 바 없다-에드먼드 버크
내 통찰력의 근원은 끊임없는 독서와 사색입니다. - 앨빈 토플러(Page 263~4)
천재들은 인문고전을 읽고 끝없는 사색에 잠겼고, 사색의 와중에 머리와 가슴을 치는 깨달음을 얻었다. 천재들은 그 깨달음을 기록했다. 마치 여기저기 흩어진 채 빛나고 있는 진주알을 하나의 실로 꿰어서 아름다운 목걸이를 만들듯이.
사색을 기록하는 방법은 1)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따로 준비한 종이나 노트에 즉시적는다, 2)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책의 여백에 즉시 적는다, 3) 책 한 장 또는 책 전체를 읽고 사색한 뒤 그것을 독후감식으로 적는다, 이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Page 269)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의 핵심인 ‘반복독서-필사-사색’은 ‘깨달음’을 향해 있다. 이는 곧 ,‘깨달음’이 있는 독서를 해야 천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깨달음이 있는 독서란 책을 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요, 그의 정신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인문고전의 저자와 동일한 수준의 사고능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연암 박지원은 그것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마천의 『사기』를 읽었다고는 하지만 글자만 읽고 마음은 읽지 못했구나. 「항우본기」를 읽고서 성벽 위에서 전투를 관망하던 생각이나 하고 「자객열전」을 읽고서 고점리가 축을 치던 장면이나 떠올리는 것을 보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사마천의 마음을 아는 것이다.”(Page 275)
다산 정약용이 두 아들에게 필사하라고 지시한 『반계수록』의 저자이자 모든 백성이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을 꿈꾸었던 조선 치고의 경제학자로 조선 후기 실학시대의 문을 연 천재 학자 반계 유형원은 어린 시절부터 인문고전 독서를 하면서 황홀한 기쁨에 젖었는데, 자신의 평소 독서 경험을 이렇게 남겼다.
“밝은 창가 조용한 책상 앞에서 가지런히 두 손 모으고 단정하게 앉아서 종일 독서한다. 혼신의 힘을 다해 책을 읽다가 고요히 사색에 잠긴다. 책에 적힌 성인의 말씀과 내 사색이 절묘하게 들어맞는 순간이 온다. 붓을 들어 그것을 기록한다. 이해가 안 되는 구절을 만나면 밥과 잠을 잊고서 매달린다. 그러면 언젠가 마음에 깨달음이 온다. 그때 나의 심장은 뜨겁게 고동치고 내 입술에선 흥겨운 노래가 나오고 내 손과 발은 덩실덩실 춤을 춘다.”(Page 277)
인간의 뇌는 무엇인가를 읽고 쓰고 암송할 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읽고 쓰고 암송하는 뇌의 사진을 그렇지 않은 뇌의 사진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전자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신피질의 활동이 급격하게 증가하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인간이 깊은 사색에 잠길 때 뇌에서는 전혀 다른 뇌파가 나온다. 아인슈타인이 사고실험에 몰두하고 있을 때, 동양 최고 수준의 바둑 명인이 바둑을 두고 있을 때, 전설적인 명상가가 깊은 명상에 빠져들었을 때 나오는 바로 그 뇌파가 나온다. 인문고전을 읽고 필사하고 암송하고 사색할 때만 그러는 게 아니다. 베스트셀러는 물론이고 신문 사설을 읽고 필사하고 암송하고 사색할 때도 뇌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특별한 뇌파가 나온다. 그런데 인문고전을 읽고 사색하는 수준을 넘어서 인문고전의 저자와 정신적으로 하나가 되어 그의 모든 생각과 마음을 두루 깨닫는 경지에 도달하면 그 사람의 뇌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뇌의 모든 신경세포와 신경회로가 일순 눈부신 빛에 감싸여 전혀 다른 형태로 재탄생하고 재배열되지 않을까? 그리하여 그 사람의 두뇌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사고를 하는 위인의 뇌로 기적처럼 변화하는 게 아닐까?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를 연구하면서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는 그 정도로 신비롭고 경이로운 면이 있다.(Page 279)
그냥 죽도록 ‘사색’만 한다고 해서 ‘깨달음’이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특별한 두 가지 ‘마음’이 있어야 한다. 바로 ‘위대함을 향한 열정’과 ‘사랑’이다.
위대해지려고 각오한 자만이 위인이 될 수 있다-샤를 드골
위대한 존재가 되고픈 나의 야망은 끝이 없었고, 인류의 미래를 위한 일에 대한 열정은 내가 가진 가장 강렬한 감정이었다. 나는 전 인류의 운명을 마음속으로 늘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 생각은 나 자신과 절대 분리될 수 없는 것이었다.- 존 스튜어트
우주 사이의 일은 곤 내 일과 같고 내 일은 곧 우주 사이의 일과 같다- 육자정
사랑이야말로 인문고전 독서의 모든 것이다.(Page 286)
위대한 인문고전을 집필한 사람들은 비로 그 표현은 달랐지만 마음은 똑 같았다. 그들에게는 인류를 향한 천재적인 사랑이 있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바꾼다. 인문고전 독서교육도 무조건 적인 사랑의 마음을 지닌 사람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할 때 그 효과가 가장 클 것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의 마음으로 인문고전을 읽고, 필사하고, 사색하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 문장 뒤에 숨은 천재들의 인류를 향한 숭고한 ‘사랑’이. 그 사랑과 만나는 순간 당신의 심장은 위대한 전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동시에 당신의 두뇌 깊은 곳에서 황홀한 깨달음의 빛이 터져 나와 당신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것이다. 그러니 사랑하라. 영혼 깊이 사랑하라.(Page 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