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과학상 앓이’ 대한민국 언제 탄생할까
R&D 투자는 세계 최고 수준…노벨과학상 수상은 전무
과학에 막대한 투자에도 성과는 놀라울 정도로 적다고 평가
네이처는 한국이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가성비가 낮은 나라로 분석
올해도 한국의 노벨과학상(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수상은 ‘제로’인 가운데, 역대 노벨과학상 수상 전적 역시 ‘제로’에 머물고 말았다. 다행히도 올해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이 탄생하여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에 이어 두 번째로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했다.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이 세계 1위인 이스라엘에 이어 우리나라는 2위로, 미국과 일본보다 높지만, 노벨과학상 성과는 전무한 이유는 무엇일까. 앞으로 한국의 노벨과학상 수상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
연구는 최고…노벨과학상은 ‘제로’
올해도 어김없이 한국은 ‘노벨과학상은 허탕’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 10월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 등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도 우리나라는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후보자로 꼽히는 인물이 올해 한국인은 단 한 명도 거론되지 않았다.. 반면 일본은 25명, 중국은 3명의 수상자를 이미 배출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네이처 인덱스’를 통해 한국은 과학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놀라울 정도로 적다고 평가해 눈길을 끈다. 네이처는 데이터를 활용해 각 국가의 R&D 영향력 및 경쟁력 등을 분석해 네이처 인덱스를 최근 발표했는데, 올해는 한국을 집중분석했다.
특히 네이처는 한국이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가성비가 낮은 나라라고 분석했다. 2022년 국가별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은 이스라엘이 5.6%로 세계 1위며 한국은 5.2%로 2위, 미국 3.6%, 일본 3.4%, 독일 3.1% 등 순이다. 주요 국가들 가운데 이스라엘과 한국만 5%가 넘는 수치다. 문제는 한국의 연구성과가 세계 8위에 그친 것이다. 반면 미국의 연구성과는 1위, 중국이 2위, 독일이 3위로 파악됐다.
네이처가 자연과학 분야 최상위 논문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을 집계해 인구수로 나눈 지표를 다른 국가들과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GDP 약 5%를 R&D에 투입하고 있음에도 이 지표는 30 정도로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반면 이스라엘 지표는 60 수준으로 나타났다.
네이처는 한국이 과학 분야에서 투입 대비 성과가 떨어지는 원인에 대해 ‘다양성의 부족’과 ‘학계와 산업계 간 선순환 고리가 약화됐다’는 점을 꼽았다. 한국의 연구가 세계에 알려지는 것은 다양성과 개방적인 문화에 달려 있으며, 해외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한국 주요 대학들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심해 자율성이 부족한 문제와 규제로 인해 대학의 연구가 산업으로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는 점도 지적했다.
네이처는 한국과 일본의 상황을 비교하기도 했다. 이미 노벨과학상 수상자 20여 명을 배출한 일본의 경우 수십 년에 걸쳐 하나의 주제를 연구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고 분석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꾸준한 투자를 해야 학계 및 사회에 영향력이 큰 혁신 연구가 나온다는 의미다.
한국에서 여성 과학자 비중이 지나치게 낮은 점도 문제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여성 연구인력은 전체 인력의 23%에 불과하며, 이런 현상이 한국의 가장 두드러진 약점으로 꼽혔다. 실제로 10억 원 이상의 대형 과학 프로젝트를 맡는 남성 연구자는 1100명인데 비해, 여성은 70명 정도다.
네이처는 또 한국이 더 많은 국제협력을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 인재 유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외국인은 2012년(473명)에서 2021년(1944명)까지 약 4배가 늘었지만, 이들 중 한국에 남지 않고 자국으로 돌아간 비중은 2018년 45.6%에서 2021년 62%로 매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의 ‘노벨과학상 후보’ 연구들
매년 10월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오면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가 늘 한국인 최초 수상자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아쉽게도 김빛내리 교수 이름은 이번 수상자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특히 그의 연구 주제인 마이크로RNA(리보핵산) 연구 분야에서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이 나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큰 상황이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빅터 앰브로스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교수와 개리 러브컨하버드 의대 교수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마이크로RNA의 원리를 밝힌 연구를 인정받았다. 이들은 1980년대까지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마이크로RNA를 1993년 발견했으며, 이것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둘 연구자가 마이크로RNA의 존재와 기능을 밝혔다면, 김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마이크로RNA의 생성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인물이다.
마이크로RNA는 ‘드로셔’와 ‘다이서’라는 효소 단백질이 잇달아 기다란 RNA를 잘라내면서 만들어지는데, 김 교수는 2015년 생명과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셀’에 드로셔의 기능을 밝힌 논문을 발표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우재성 서울대 교수와 함께 드로셔의 3차원 구조를 처음으로 규명하면서 역시 셀을 통해 발표했다.
특히 김 교수는 지난해 네이처에 다이서 단백질의 작동 원리를 밝혀냈으며, 이러한 성과로 여성 과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로레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을 수상하고, 국내에서는 호암상, 아산의학상, 최고과학기술인상을 휩쓸었다. 이러한 활약이 그가 늘 한국인 노벨상 수상 1순위로 꼽혔던 이유다.
김 교수 외에도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액시온(Axion)을 실제로 발견한다면 노벨상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네이처는 2016년 한국의 연구개발 투자 현황과 노벨상 수상을 위한 노력을 소개하면서, 액시온을 찾고 있는 IBS의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의 연구를 꼽았다.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분야를 뽑고 투자를 집중해야 하는 사례로 해당 연구를 주목한 것이다.
액시온은 유력한 암흑물질 후보 중 하나로, 입자 물리학의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가상의 입자다. 특히 지난 8월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이 액시온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범위를 좁힌 연구 결과 2건을 공개하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암흑물질은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 빛과 반응하지 않는 물질로, 오직 중력을 매개로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암흑물질은 우주를 설명하는 한 가지 학설일 뿐인데, 이는 아직까지 그 존재를 정확히 입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지난 수십 년간 액시온을 찾는 연구가 진행 중인 이유다.
학계는 액시온 탐색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일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현재 과학자들은 이론으로 예측된 범위에서 암흑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을 배제하는 식으로 암흑물질을 찾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강력한 자석을 사용한다. 이론에 따르면 액시온은 강한 자기장과 만나면 질량에 상응하는 주파수를 나타내는 광자(빛의 입자)로 변환도며, 이때 공진기를 이용해 주파수를 증폭하고 검출하면 해당 관찰 영역의 액시온 존재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전교육청 등 ‘노벨상을 찾아서’ 영재의 꿈나무 육성
‘노벨상의 꿈’을 찾아 충북의 영재들이 영국·스웨덴으로 출국했다.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10월 2일까지 영국과 스웨덴에서 ‘2024 충북 영재 노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노벨 프로젝트는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영국과 노벨상의 본거지인 스웨덴을 방문해 지역 학생들이 노벨상의 꿈을 꿀 수 있도록 추진 중인 사업으로, 이번에는 총 6개 팀 30명(학생 24명, 교사 6명)이 참가해 팀별 프로젝트 주제에 따른 다양한 탐구활동 진행했다. 영국 헤일리베리 학교와 스웨덴 살트헤바덴 삼스콜라 학교를 방문해 현지 학생들과 함께 다양한 수업 나눔과 국제교류 활동도 펼쳐 눈길을 끌었다.
또한,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대전 학생들이 2024년 전국청소년과학페어 3년 연속 전국 1위, 자연관찰캠프 2년 연속 전국 1위를 달성했다. 청소년과학페어는 17개 시도 대표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관해 매년 개최되는 대회로, 올해 대전 대표 학생들 총 6팀이 참가해 과학 토론 부문에서 외삼초등학교, 융합과학 부문에서 대전배울초등학교와 대전송촌중학교 학생들이 대상을 수상하면서 3년 연속 전국 1위와 함께 대상 3팀을 배출하는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또한,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가 주관하는 ‘제32회 전국자연관찰캠프’에서는 한밭초등학교가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대전의 학생들이 2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성과는 대전광역시교육청이 2017년부터 전개한 과학교육 사업인 ‘노벨과학 꿈키움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인 과학 탐구 활동으로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학교 현장의 과학교육을 단계적으로 지원한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노벨과학 꿈키움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기초과학 역량 함양을 통해 미래 과학 분야 노벨상에 도전하는 노벨 세대로 자라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대전의 과학교육 브랜드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어린 학생들이 미래의 과학 꿈나무로 성장할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