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6일 (세계일주여행 88일차 /
태국북부 오토바이 여행 3일차 Chiangdao-Doi Mae Salong)
제목이 좀 자극적이죠? 오늘과 내일은 도이 매살롱을 집중적으로 소개할 생각입니다. 일단 도이 매살롱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요.
어제 정말 운 좋게도 Mobby Hut이라는 완전 새 방갈로에서 첫 손님으로 묵게 되었습니다. 침대가 어찌나 편안하고 모기장이 어찌나 좋던지 창문 다 열어 놓고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MT온 기분으로 정말 오랜만에 잘 잤습니다. 아침에 제가 좀 일찍 일어나서
읍내로 나가서 빵이랑 따뜻한 커피를 사왔지요. 방갈로 앞에 앉아서 아침을 즐기고
있습니다.
너무 느긋한 아침이지만
우리는 오토바이를 6일간 빌려서 여행중이라 너무 느긋하게 즐길수만은 없습니다. 오늘은 도이 매살롱까지 가야하기 때문이지요. 거리상으로는 150km가 좀 넘습니다. 하지만 도이 매살롱은 해발 1800m의 고산지대인만큼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일단 치앙다오에 왔으니
치앙다오 동굴을 보고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여행왔을 때 일정때문에 이곳을 그냥 지나간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숙소에서 큰길로 나와서
3km정도 동굴까지 가는 길을 따라 들어가면 동굴 입구가
나옵니다.
치앙다오 동굴은 입장료로 20밧을 받습니다. 명목은 동굴 안에 설치해 놓은 형광등 전기료입니다. 아무튼 20밧을 내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입구부터 압도적입니다. 위쪽으로 햇빛이 새 들어오는 동굴안에 불상들이 가득합니다.
조금 더 내려가자
갈림길이 나옵니다. 이 갈림길에는 가스램프를 든 현지인들이 있습니다. 한쪽은 형광등 조명이 설치된 동굴입니다. 다른 한 쪽은 위쪽으로 나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데 아주 깜깜합니다.
이 길을 따라 가려면 가스램프를 든 현지인 가이드를 따라가야
하는데 램프 대여비가 100밧입니다. 그리고 가이드에게는 따로 팁을 조금
주도록 요구합니다. 우리는 일단 형광등이 설치되어 있는 길 따라 가보기로 했습니다.
동굴을 따라 들어가보면
곳곳에 불상들이 있습니다. 이 동굴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참 놀랐을 것 같습니다. 동굴의 길쭉한 틈 사이로 누워서 잠자는 불상도 있습니다. 이 동굴의 맨 끝에
있는 불상입니다. 태국 북쪽 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뱀 위에 올라 앉은 불상입니다. 좀 괴기스럽지요?
Kelly양은 가스냄새 때문에 동굴을 빠져나가고 저는 100밧을 주고 미지의 동굴을 탐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원래 좀 구석지고
음침한 곳을 좋아합니다. 램프의
가이드를 따라서 깜깜한 동굴을 따라 들어가보면 안에 온갖 모양의 종유석, 석순 등등이 있습니다. 특히 동굴 천정에는 박쥐가 새까맣게 붙어 있더군요.
동굴 사이 사이를 램프의
가이드를 따라 갑니다. 가끔씩은 이렇게 엄청 작은 개구멍 같은 곳을 통과해서 다시 엄청나게 넓은 동굴로
들어서기도 합니다.
이 동굴 안에도 작은
사당이 있더군요. 이런 깜깜한 곳에 어떻게 저런걸 지었을까요?
가이드가 “치킨”이라고 말해준 바위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닭머리와
다리, 몸통이 다 있습니다. 닭 머리에 약간의 장식은 인간의
작품이군요.
좀 과한 지출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잘 들어가본 것 같습니다.
치앙다오 동굴을 나와서 이제 열심히 107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다음 목적지는 FANG입니다. 도이 매살롱까지 가는 길의 중간에
위치한 큰 도시입니다. 치앙다오에서 81km 떨어져 있습니다. FANG까지 가는 길은 석회암지대입니다. 계림처럼 석회암
산들이 아름다운 모습을 이루면서 길 양쪽으로 나타납니다.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서 FANG에
도착했습니다. TESCO 할인점이
들어서 있을 정도로 제법 큰 도시입니다. 시
장 옆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25밧짜리
볶음면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Kelly양 3일간의 오토바이 여행에 많이 지친 모습입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있습니다.
FANG에서
30km정도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따돈(THA
TON)이 있습니다. 따
돈은 치앙라이까지 연결된 강을 따라 래프팅을 시작하는 도시이고 여기서 고산족들 트래킹 프로그램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게스트 하우스들이나 호텔도 제법
많이 들어서 있습니다. 따돈 마을이
보이는 산 꼭대기에 사원이 하나 있습니다. 사
원에서 마을과 강을 바라보며 잠깐 쉬었습니다.
따돈에서 강을 넘어서
매살롱 쪽으로 조금 더 가다보면 Tha
Ton Orchard (따돈 과수원)가 나옵니다. 오렌지 나무들이 무성한 아주 큰 과수원입니다. 여기만 하나의 관광상품이 될 만한 곳입니다. 우리는 과수원이 모두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까지 가지는 못하고 입구에서 간단히 산책을 즐겼습니다.
과수원 길이 너무
예쁩니다.
저 노란 나무에서 나는
향기는 정말 황홀했습니다. 그게 저기서 난 향기가 맞지요? 아닌가? 오렌지 꽃 향기던가? 아무튼 황홀한 향기에 취했습니다. 어딜 가나 꽃잎을 줏어서 공중으로 던지기를 좋아하는 Kelly양입니다.
이제 열심히 매살롱을
향해 갑니다. 43km 남았습니다. 길은 이제 산으로 산으로 올라갑니다. 고산족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는 걸 보니 높이 올라왔나 봅니다. 시장이나 관광객들이
오는 마을이 아니라 길에서 전통복장을 입은 고산족들을 만나는 일은 신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흔한 일이기도 하지요.
재작년에 도이 매살롱
길을 오르면서 이길이 마치 천국으로 올라가는 길 같다고 여긴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감탄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다 날려버려서 벼르고 별러서 이번 오토바이 여행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풍경이 그다지 좋지 않네요. 안개가 많이 끼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요즘 태국 산들에서 잡초를 많이 태운다고 합니다. 온 산에 잔뜩 낀 안개가 날씨 때문이 아니라 연기라고 하네요. 아무튼 멋진 초록의
풍경들이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도 예전에는 산넘어 산, 점점 색이 옅어지는 산들이 너무 깨끗하게 보였던 곳인데 이번에는 영 흐릿합니다.
도이 매살롱 마을 뒷산에
있는 사원으로 오르는 길입니다. 이 사원은 700개의 계단을 따라 마을에서
걸어서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만 이 사원으로만 연결되는 도로도 있습니다. 이 도로를 보고 제가
아마 천국으로 올라가는 길 같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제가 일부러 기울여서 찍은거
아닙니다. 도로가 정말 저렇게 생겼습니다.
115CC 오토바이로 힘겹게 올라가는 이 도로는 경사가 장난 아닙니다. 그리고 그만큼 경치도 좋지요. 원래는 Kelly양 뒤로 산들이 보여야 하는데 뒷
배경이 하나도 안보이네요. 아쉽습니다.
도이 매살롱 뒷산에 있는
사원에 올라가면 해발 1800m에 올라 앉은 마을이 이렇게 보입니다. 도이 매살롱은 1949년에 중국 공산당에 밀린 장개석의 중국 국민당의 잔당들(93사단)이 이곳까지 도망을 와서 주둔하고서부터 정착한 곳입니다. 중국을 경계한 미군은 이들을 이용해서 중국을 견제하고 정보를 캐낼려고 하고 그 때문에 이들이 마약을 재배하는 것을
눈감아주게 됩니다. 그래서 이 근처의 아카족이나 리수족 같은 고산족들은 마약을 재배하고 마약에 많이
중독되기도 했지요. 지금은 이곳의 대부분이 태국에서 유일한 차재배지이고 사과 같은 과일 재배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곳의 중국인 후손들이 정식으로 태국정부에 의해서 인정받은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합니다.
도이 매살롱 뒷산에 있는
사원입니다. 사원의 크기와 포스가 장난이 아닙니다. 여기서 마을을 바라보며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어도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15개월만에 다시 돌아와 본 도이 매살롱은 개발의 손길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세븐일레븐이 들어와 있고 게스트 하우스 2개 뿐이었던 마을에 호텔과 리조트, 방갈로들이 생겼습니다. 신생 게스트 하우스와 아카 게스트 하우스가
나란히 붙어서 둘만 영업하던 곳 맞은 편에 게스트 하우스도 하나 더 생겼습니다. 찾아오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마사지 집도 없어서 마사지 하는 아주머니가
방으로 찾아와서 마사지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타이 마사지 전문점도 생겼습니다. 그래도 부지런한 Mr. 홍께서 운영하는 신생(Shin Sane)게스트 하우스는 여전합니다. 2층 더블룸을 1인당 50밧, 둘이 합쳐 100밧에 방을 잡았습니다. 걸을 때 마다 흔들리는 나무 건물 집이지만 1층의 작은 식당이 정겨운 집입니다. 그리고 무선공유기까지 달아놓아서 방에서
무선인터넷이 되는 이 행복이란~!
Kelly양은 고산족 마을들이 지척에 있고 시장에도, 거리에도 고산족 복장을 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진짜 고산 마을인 이곳이
빠이보다 더 좋다고 합니다. 원래
계획으로는 내일 치앙센까지 가는 것이 목표였지만
Kelly양은 내일 하루 여기 더 머물고 싶다고 합니다. 안될게 뭐 있겠습니까?
빠이로 돌아가서 몇일
머물 계획이었지만 Kelly양은 빠이보다 이곳에서 몇일 더 있고 싶다고 합니다. 저도 몇가지 점에서는 여기가 빠이보다 더 좋습니다. 빠이의 지나친 상업화와 이제는 너무
조용한 마을이 아니게 되어버린 그곳의 대중화가 싫은 여행자라면 이제 빠이로 가지말고 도이 매살롱으로 오세요. 여기는 빠이에 없는 진짜 삶이 있습니다. 치앙마이와 빠이의 거리보다
치앙라이와 도이 매살롱의 거리가 훨씬 가깝기 때문에 치앙라이에서 당일 투어로 오는 사람들이 가끔 있지만 이곳은 당일 투어로 머물다
가거나 하룻밤 잠깐 머물기에는 매력이 너무 많은 곳입니다. ‘천국으로 가는 길’을 따라 도이 매살롱으로 와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