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은 우리의 음식 문화를
대표하는 식물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에는 콩이 들어가지 않은 게 거의 없을 정도이다. 된장, 간장, 고추장 등 모든 음식 요리에 쓰이는
기초 장류에는 콩이 꼭 들어가게 되어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된장찌개를 비롯해 두부, 콩나물, 콩자반, 녹두전, 콩잎 장아찌 등과 같은
반찬에서부터, 밥에 들어가는 밥밑콩과 더 나아가 떡을 만드는 떡고물서부터 다양한 꾸미개 재료로도 쓰인다. 콩의 원산지는 중국의 동북부와 만주,
한반도 등으로 알려져 있지만 콩의 원조인 야생콩이 한반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한반도가 그 중심임을 증명하고 있다.
콩에는 단백질 40%, 지질 20%, 탄수화물이 30%가 들어있어 곡식이라고는 하지만 성분으로 볼 때 거의 고기에 가까워 흔히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하였다. 그러나 콩은 쇠고기를 능가하는 뛰어난 영양성분과 건강 효과를 갖고 있어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풍부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콩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화와 치매를 방지하는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콩에 들어있는 칼슘은
쇠고기의 여덟배, 인은 세배, 철분은 열한배, 비타민 B1은 열배나 된다고 한다.
콩 자체가 갖고 있는 영양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다양하게 가공해서 먹으면 그 효과가 더욱 배가된다고 한다. 곧 된장이나 간장처럼 발효시킨
음식에는 그 효과가 몇 배로 증가하며 나물로 키워먹을 때는 비타민 C가 풍부하게 새로 생긴다.
한반도가 콩의 원산지인 만큼 우리의 콩 종류는 무궁무진할 정도였다. 미국이 우리나라에서 수집한 종만 해도 무려 5천4백9십6종이나 되었다고
하며 그렇게 해서 미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것만 3천2백종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은 그렇게 수집해간 콩으로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여 지금은 콩 수출
세계 1위의 나라가 되었다.
콩은 아마 우리 농사의 역사 중에서 가장 오래된 작물일 것이다. 한반도 전역에서 자생하고 있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렇고, 또 오랜 옛날
우리의 조상인 유목민들이 한반도에 들어왔을 때 초지가 부족하여 가축을 기를 수 없기에 고기의 대체 음식으로 풍부한 영양을 갖고 있던 콩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그 중에도 또한 중요한 이유는 콩이야말로 농사짓기에 가장 쉬운 작물이라는 사실이다. 콩은 아무런 농기구 없이 손만 갖고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물론 거름도 필요 없다. 콩의 뿌리에는 공중의 질소를 거름으로 만드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만 잘 빠지면 그냥 아무
땅이나(거친 산악지방도 물론) 심어서 키우고 탈곡할 때도 막대기로 두드리거나 아니면 돌 같은 데에다 두드려 패면 쉽게 열매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그것을 먹을 때에도 쌀처럼 번거롭게 껍질을 벗길 일도 없이 날로도 그대로 먹을 수 있으니 그처럼 쉬운 일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의 콩은 점차 수입콩에 밀려 원산지인 우리나라에서 밀처럼 자취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원산지의 명성은
둘째 치고 농약에 찌든데다 소위 유전자 조작 콩이라는 아주 위험스런 수입콩이 우리의 밥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실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귀농자들과 함께 우리의 농민들이 나서서 콩을 되살려야 할 일이다.
콩은 수많은 종류가 있어 그 이름조차 나열하기 힘들다. 대개 쓰임새에 따라 이름을 짓거나(메주콩, 밥밑콩, 나물콩, 약콩, 고물콩 등),
또는 모양에 따라(흰콩, 검정콩, 속푸른콩, 청태, 쥐눈이콩, 수박태 등), 지방 이름에 따라(갑산태, 청산태 등), 익는 시기에 따라(서리태,
올태, 유월콩 등), 열리는 형태에 따라 실로 그 이름들은 매우 다양하다.
여기서는 그 많은 콩들을 다 일일이 소개할 수는 없어 대표적인 메주콩만 소개하기로 한다. 나머지는 파종 시기와 약간의 관리법상의 차이
말고는 대부분 비슷하므로 메주콩을 대표적인 콩재배 사례로 생각하면 좋겠다.
메주콩은 된장을 만드는 데 가장
널리 쓰이는, 그래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콩이다. 메주콩을 심을 밭은 어느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햇빛이 잘 들고 물 빠짐이 좋으면 된다. 되도록
기름진 땅은 피하는 게 좋다. 콩은 자체적으로 거름을 만들기 때문에 기름진 땅에선 열매를 많이 맺기보다 덩굴만 무성하게 자랄 수가 있다.
밭은 힘들여 이랑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적당히 물만 잘 빠지게 하면 그뿐이다. 농약과 비료를 많이 사용하여 산성화된 땅은 좋지 않으므로
그럴 때는 석회가루나 숯가루를 뿌려 주면 좋다. 그러나 산성화가 심각할 정도로 심하지 않으면 걱정할 일은 못된다.
씨앗을 뿌릴 때는 6월초부터 7월초까지 심을 수 있는데, 되도록 음력 보름 이전에 한다. 모든 작물이 마찬가지로, 심을 때는 음력으로 보름
전에 거둘 때는 보름 이후에 하는 게 좋다. 그래야 발아와 생육이 힘이 좋고 거둘 때도 제대로 영근다.
심을 때는 콩을 세 알씩 40~50㎝ 간격으로 심는다. 세 알씩 심는 것은 발아가 되지 않는 것도 있을 수 있고 또 콩이 두세 포기씩 함께
자라야 열매도 잘 맺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한 개는 새가 먹고 한 개는 땅의 짐승이 먹고 한 개를 사람이 먹는다 해서 세 알 씩
심었다고도 한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농사 짓던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말이다.
흙을 덮을 때는 모든 종자들과 마찬가지로 항상 씨의 세배 두께로 덮는다. 혹시라도 까치 같은 새의 피해가 우려되므로 흙을 약간 눌러주듯이
덮고 위에다 낙엽이나 잡초들을 덮어주면 좋다. 새 피해가 심한 곳에서는 따로 모종을 내어 옮겨 심어야 하는데, 100배 정도로 희석한 목초액에
1시간 정도 담갔다가 직접 심으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목초액에서 나는 특유의 진한 불냄새(훈제냄새)를 새가 싫어하기 때문에 잘 먹지 않는다.
약 4~5일 후 싹이 나오면 새가 싹을 싹둑 잘라먹기도 하기 때문에 다시 목초액을 뿌려준다. 좀 늦게 뿌려 주어 잘린 싹이 있으면 다시 심어주면
된다.
모종을 낼 때에는 비슷한 방식으로 심어서 한 뼘 정도로 자랐을 때 뿌리에 흙이 붙은 채로 옮겨 심으면 된다. 콩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특별히
거름이 필요 없지만 열매를 더욱 많이 얻고 싶다면 인이나 칼리 성분의 거름을 준다. 질소 성분의 퇴비는 오히려 덩굴만 키워주므로 이는 반드시
피한다. 인이나 칼리 성분의 비료로는 나무를 태운 재에 많으므로 비싼 돈 주고 화학비료를 사는 일은 하지 않도록 한다. 작년에 거둔 콩대를
태워주면 더욱 좋다.
콩이 가지를 칠만큼 어느 정도 자랐을 때는 풀을 매고 북돋아 주기를 한다. 북주기를 하면 뿌리에 산소를 많이 공급해주어 좋다. 더불어
위에서 새로 나오는 순을 따주면 위로 자라는 것을 막고 옆으로 가지를 많이 치게 하여 열매를 많이 맺는다. 아주 가물 때는 물 대책을
세워야겠지만, 콩이 발아가 되어 한 뼘 정도 자라면 꼭 장마가 오므로 별 걱정할 필요 없다. 콩은 병해충이 별로 없다. 특별히 갉아먹는 벌레도
없지만 가끔 있더라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거둘 때는 첫서리 내리는 10월 하순 상강 이후가 좋다. 콩은 서리를 맞아 콩 전체가 샛노래질 때까지 밭에 그냥 내버려둔다. 콩은 얼지만
않으면 괜찮으므로 서리맞아 샛노래지는 걸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콩깍지가 벌어지면 낫으로 벨 때 콩들이 떨어지기 때문에 깍지가 벌어지기
전에 거두어 햇빛에 말려야 한다.
거둘 때는 낫으로 뿌리 윗부분을 베든가, 뿌리 채 뽑을 때는 흙을 잘 털어야 한다. 탈곡할 때 콩이 흙과 섞이면 나중에 키질하기도 힘들고
고르기도 어렵다. 콩알을 거두고 난 콩대는 작두로 토막 내어 흙에 깔아 놓고 일부는 내년에 태워 거름으로 쓸 것을 남겨두면 좋다.
메주콩의 제일 큰 쓰임새는 역시 된장과 간장이다. 이에 대해서는 『귀농통문』 13호에 만드는 법이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 바란다.
다음으로 대표적인 것은 두부가 있고 싹을 틔워 나물을 해먹는 것이 있다. 그리고 콩잎으로 담아먹는 장아찌가 있다. 콩잎이 약간 노랗게
익었을 때 따서 된장이나 고추장에 담아 삭혀 먹는다. 또는 소금물에 담가 삭혔다가 건져서 엿기름과 젓국물과 함께 각종 양념으로 김치를 담가
먹으면 훌륭한 밑반찬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