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우 진
Lee, Woo Jin
畵道의 외길 걸어
古稀의 圓熟한 老境을 맞는
올곧은 藝術家
김남수 / 미술평론가
<붉은산> 10F 1998
옛 말에 '人生古來稀'라는 선현의 말이 생각난다. 근 10년 전 고희를 맞은 선배 미술인이 '古稀展'을 갖는 자리에서 귀 옛말로 필자에게 '이제야 그림이 무엇인가를 조금은 알 것 같소'라고 고백을 한 일이 있다. 평소 인품과 교양을 겸전한 선배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온 것은 종교의 경지에 이른 그의 예술의 고해성사가 아닌가 싶어서 내 마음을 읊조이고 찡하게 했다. '성인은 동심과 통한다'라는 옛말이 불현듯 솟구치고 현대과학과 문명의 혜택이기는 하지만 '예술은 70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고 보니 '인생고래희'는 조상님네들이 즐겼던 옛 고사에 불과하다는 심사가 필자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따지고 보면 예술행위는 양식을 가진 화가들의 가슴을 쥐어뜯고 붓끝으로 그의 가슴을 후벼파고, 갈등하고 몸부림쳐도 쉽게 그 완성에 접근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뭇 미술인들이 체험을 하고 있다. 그래서 상술한 선배작가처럼 '藝術古來稀'라는 말이 나온 것은 아닐까. 필자는 이 가설을 필자의 사전에 새기고 싶다. 올해로 고희를 맞는 화단의 원로 李宇鎭. 수도자처럼 외곬 수로 한 눈 팔지 않고 외길만을 걸어 온 진솔하고 진실한 화가 이우진. 세시풍속과 타협을 싫어하고 올곧게 예술의 본령인 일관된 신념만을 위해 살아온 그는 올해로 원숙한 古稀의 경지를 맞고 있다.
<추수> 15P 1995
양화가 물량주의적이며, 논리적이요, 공리적인데 반해 동양화를 하는 심정으로 繪事後素를 중히 여기는, 정신주의에 치중하는 등 예술행위에 매료되어온 화가가 원로 이우진이다. 깨끗하고 순수한 선비처럼 양식 있는 화가로 구김살 없는 생애를 살아 온 작가의 예술세계를 집중탐구해 보는 것은 후학들을 위한 사표요, 귀감이 될 것이다. 화가 李宇鎭은 1934년, 한국의 남단 풍광이 수려한 藝鄕 珍島에서 출생했다. 한국미술사상 새로운 화맥을 형성할 만큼 큰 획을 그은 소치, 의재, 남농 등 운림산방의 큰 별들이 이 고장에서 배출되었고, 남도창의 발상지요, 절의를 중히 여기는 선비들의 유배지로도 이름난 이 고장에서 작가는 감수성이 예민한 꿈 많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집 뒷산에는 낙낙장송, 짙푸른 소나무가 울창하고, 앞 뜰 먼바다에는 은백의 파도가 출렁이는 천혜의 자연환경, 이렇듯 예술의 향기가 농밀한 고장에서 자랐다. 해방 일세대의 현대미술교육을 받은 그는 배동신, 양인옥, 김영중 등 한국의 기라성 같은 미술인을 스승으로 모시는 행운을 누리면서 많은 감화를 받았다. 광주사범대학 미술과를 졸업한 후 교직에 투신한 그는 전남여고, 순천고등학교, 광주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 등 수 많은 학교를 전전하면서 미술교사로 42년을 봉직하고, 정년으로 정든 교단을 떠났다. 미술교사이면서 화가라고 하 는 피할 수 없는 숙명때문에 그는 가르치면서 창작생활을 배우는 후회 없는 치열한 삶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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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사골 추경> 20P 1998
<겨울나무> 30P 1996
<일출봉의 봄> 15P 1996
<무등잔설>15P 1994 박용훈씨 소장
<가을서정>30P 2002
<9월의 정> 8P 1998
<마량포구> 10P 2001
정들었던 제자들과의 이별은 저승에 가는 날 까지도 그 정 지울 길이 없지만 스승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그가 본격미술에 뛰어든 것은 지난 98년인, 5년 전부터였다.
作品世界
지난 94년 작가 이우진은 회갑을 기념하는 작품전으로 서울과 광주에서 각각 발표전을 가졌다.
60평생에 광주, 순천, 서울 등에서 불과 네 번째의 개인전을 가진 셈이니 무던히도 과묵하고 평소에 말수가 적은 화가임을 확인할 수가 있다. 말은 많을수록 쓸모가 없고 불필요한 췌육을 늘어놓기 마련이다. 그와는 반대로 말수가 적을수록 꼭 필요한 말만 하기 마련이다. 그의 작품전도 작가의 인품이나 성격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요즘 젊은 작가들이 빨리 대성하고 싶은 성급함 때문에 일년이 멀다하고 서둘러 작품전을 갖는 풍조와는 달리 함부로 작품전을 갖지 못하는 겸허한 작가의식, 부끄럽지 않는 작품을 세상에 선 보이고져 하는 책임있는 공인의식, 이러한 캘릭터가 작가 이우진의 자화상이자 인격이다.
당시 그는 자연에 대한 애정과 풍광이 수려한 남도 의 향수와 서정, 풍토적인 정경을 그의 화폭에 유감없이 표출해 내고 있다. 작품 '향리' '사동초가' '양지' '지리산의 봄' '과수원' '법성포 해안' '동구' '방앗간' '쌍계사입구' '월출산' '수영' '완도해변' '남녁의 봄' '일출봉' '월출산초가' '동복천변' '고향의 정' '무등잔설' '산방산' '강천사 잔설' '선운사' '선운사잔설' 등 자연과 묵시적인 교감을 하면서 일상 친숙해 온고향의 주변 풍경들이 등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빛과 색채가 어우러진 인상주의 화풍의 맑고 정갈스런 작품들을 화폭에 수놓고 있다. 자유자재로운 붓텃치와 운필의 세, 밀도감 있는 화면의 공간분할, 물상의 포치 視點 등이 능수능란한 세련미를 더 해주고 있다.
<네팔>, 포카라에서> 20F 2000
당시 이 작품전의 평문을 쓴 미술평론가 김인환씨는 '그가 그리는 자연의 대상은 잘 다져진 묘사력에 의해 정연하게 펼쳐진다. 화면은 치밀하고 엄격한 편이다. 그의 작품은 평소 연마해 온 데생의 기본기에 의해 틀이 잡혀지고 엄밀한 형태파악으로 지탱된다. 자연대상이 깊이 있게 전개되는 화면이다. 꼼꼼하게 자연 대상의 구석구석까지를 파고드는 치밀한 묘사적 접근은 가시적으로 닿아오는 자연을 왜곡 없이 화면에 수용하려는 태도가 아닌가 싶다.
<6월의 포구> 50F 1995 박용환씨 소장
그와 같은 소박한 자연몰입에서 점차 거기에 자아를 투사시키며 개성주의를 가미시켜간다. 화가의 축적된 경험과 연륜의 두께가 더해지며 그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진 화면은 풀꽃 한 포기에 이르기까지 화가의 정감이 스며들고 있다. 결코 서두르지 않는 기분으로 자연과 일치감을 꽤하려는 화가의 의도를 감지하게 된다'라고 평하고 있다. 허구와 가식을 모르는 진솔한 화가의 편린을 이 평문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한치의 실수나 적당주의, 가설을 용납하지 않는 화가임을 이 평자는 증거하고 있다.
<서귀포> 50P 1999
<인도여정> 30P 1999
<금천의 봄> 15P 2003
<섭지코지> 10P 2001
그러나 화가 이우진은 반세기에 가까운 연륜의 작품활동을 해오면서 그의 예술양식과 작품의 주제, 정신주의 등에서 다양한 변화주기를 맞는다. 초기 아카데믹한 사실주의 기법의 정교하고 디테일한 소재주의적 선묘, 중기에 오면서 거의 20년에 가까운 인상주의 화풍의 추구, 이는 스승과 선배들의 영향을 크게 받은 탓이기도 했으리라. 아직도 우리 한국 서양화단의 구상계열 작가들의 7, 80%가 인상주의 화풍을 추구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데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지난 10년 동안 작가의 예술은 자연을 주조로한 점진적이고 완만한 변화를 추구하면서 독자적이고 내밀한 조형어법을 구축해 왔다.
<소 매물도> 20F 1999
<눈의 향연> 30P 1999
<한라산이 보이는 유채밭> 15P 1999
가시적인 외연의 형상들이 단순한 재현이 아닌 작가의 내면세계에서 수렴되고 재구성되는, 主知主義적인 재구성을 통한 새로운 변화주기를 맞는다. 이른바 원숙의 경지에 이르면서 자각과 頓悟의 심오한 경계에 접근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가 소속된 목우회는 우리나라 사실주의와 구상계열이 근간을 이루는 대표적인 그룹이다. 그동안 이 그룹을 통한 정통양식을 천착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작들에서 나타나는 독자적인 자기언어의 구축, 승화된 창작의 경지를 완성하려고 하는 집요한 노력이 고희를 맞는 시기를 정점으로 하여 두드러지게 표출되고 있다.
이번 고희전에 선보일 작품들은 최근 4, 5년 사이에 완성된 것들이다.
그 일부를 본란에서 감상해 보기로 한다. 작품 '가을의 서정'은 담양의 한 농촌을 소재로 선택하고 있다.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초가을의 정경을 부드럽고 완곡한 필법으로 완성하고 있다.
<월출산 천황봉> 10P 2003
마치 동양화의 번지기 기법이 원용된 듯 구체적 실상의 외연들은 생략된 듯 심의적인 표현에 강점을 두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의 '밤섬이 보이는 풍경'은 근경의 도시풍경과 원경의 밤 섬이 앙상블을 이루면서 조화롭게 매치되고 있다. 화면을 밀도감 있게 꽉 매우는 근경의 선묘와 원경의 그림처럼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의 이미지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밤섬이 보이는 풍경> 15P 1999
또한 작품 '나목-겨울나무' 제주도 산간 산업도로에 비단결처럼 은백의 눈이 쌓이고 그 위에 걸어가는 點中人物은 흡사히 순결무구한 선경을 보는 느낌이다. 작품 '가을의 정' 전북의 운일암과 반일암을 소재로 완성한 이 그림은 뛰어난 묘사력과 활달한 운필의 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設彩에서 거의 완벽을 기하고 있다. 담양 가마골의 '추색'은 단아한 농촌의 향취가 물씬 풍기고 탐스런 가을의 빛깔이 곱게 물들어가고 있다. 화순 북면의 '붉은 산'은 기슭에 짙푸른 초원과 수목들이, 산허리에 황갈색의 단풍빛깔이, 산정암석의 단애에는 하얀 눈이 뒤덮여 마치 색채의 마술을 보는 느낌이다. 직관으로 얻은 작가의 영감이 빚어낸 극치가 아닌가. 2000년 완성한 '실상사 가는 길' 나주 금천을 소재로 한 '사월의 향기' 올 봄(2003년)에 완성한 '월출산 천왕봉' '금천의 봄' 등은 기법과 양식에서 같은 방법론을 구사하고 있으며 새로운 視點과 분석적인 寫意를 통하여 재창조해 낸 또 다른 자연을 완성하고 있다.
그밖에도 남제주 화순의 암벽의 '단애' 광주호에서 본 '무등산2' '서귀포 해변' 전북 군산의 '어은동 소견' '한라산이 보이는 유채밭' '일출봉의 봄' '섭지고지' 전남 강진의 '마량포구 1,2' 경남 통영의 '소 매몰도' 함양의 '9월의 정'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가마골 추경> 15P 1998
<인도 바라나시 풍경> 30P 2000
99년 2000년, 2001년 외국의 스케치 여행에서 완성한 인도의 '바라나시 풍경' 네팔의 '포카라에서' '안나푸르나' '히말라야 가는 길에서 완성한 '산안개' 등은 외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여유와 공간이 화면에서 펼쳐지고 있다.칠순을 살아온 월로화가 이우진의 예술과 생애는 모두에 다른 원로화가가 고백을 했듯이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겸허한 생각으로 새로운 출발지점에 서서 자각과 반성의 성찰을 되뇌이면서 다소곳이 다짐을 한다. 단아하고 진솔하게,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후회없는 생애를 살아왔지만 아직도 미진하고 흡족하지 못한 창작의 세계를 향해 뜨거운 열정의 혼을 불살라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가 그의 가슴에 새겨지고 있다.
* 光州師範大學 美術科 卒業
* 전남도전(5,6,11,15,17회 입선) 쪾목우회(12,13,16,17회 입선)
* 湖南美術展(서울 新聞會館) 쪾프랑스.르.싸롱전 入選(프랑스)
* 全州KBS招待 全美會 全友會展(全北藝術會館)
* 光州寫生會展(1988~2002)(南道藝術會館)
* 第26回 亞細亞 現代 美術展(東京都美術館)
* 南道作家 招待展(공평아트센타)
* 吳之湖美術賞 記念 招待展(光州市立美術館)
* '93, '94 繪畵祭(서울世宗文化會館)
* 個人展 6回 쪾具象作家95人 繪畵祭(西大門區體育會館)
* 韓國 木友會-카나다 作家 合同展(國立現代美術館)
* 光州 美術賞 基金마련展(조흥문화회관)
* 第8回 韓·日(光州-가고시마)美術 交流展(가고시마 예명관)
* 光州·全南 重堅 作家 具象展(群山市立文化會館)
* 無等藝術館 開館記念 西洋畵 招待展 (無等藝術館)
* "새 천년의 만남" 2000년 招待展(北區廳展示室)
* 2000년 光州비엔날레 特別展(光州비엔날레)
* 光州廣域市 美術大展 審査委員(비엔날레 展示室)
* 2000년 大韓民國 繪畵祭(서울世宗갤러리)
* 光州·全南 원로重堅作家 招待展(常溪갤러리)
* 西洋畵 出鄕 作家 招待展(珍島鄕土文化會館)
* 光州비엔날레 記念 2002 韓國重堅作家 招待展(光州學生敎育文化會館)
* 韓·中 "東方의 빛깔" 展(世宗文化會館)
* 2003 繪畵祭(두 도시의 만남 전)(南道藝術會館)
* "남도의 서정" 招待展(市立美術館 錦南路分館
* 韓·日(光州-仙台)美術 交流展(仙台市立美術館)
* 아시아의 魂展(한국목우회-파키스탄합동전)(서울市立美術館)
* 스케치여행 : 미국, 일본, 동남아, 중국, 인도, 네팔
* 現 在 : 韓國美協, 木友會, 全友會, 師美會, 珍美會,光州寫生會, 토만사 會員, 珍美會長, 光州寫生會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