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해외정보국(M16)과 미국 전략사무국(OSS)은 역사상 가장 멍청한 위조 작전을 펼쳤다.
영국의 해외정보국은 독일인을 분열시키고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우표를 위조하는 작전을 펼쳤다. 이 작전은 제3국에서 독일로 조작된 국제 우편을 보내는 것이었다. 우편 내용은 독일로 들어가는 도중 검열에서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봉투에 위조된 우표를 붙였다. 우표에 그려진 히틀러의 사진은 히틀러와 힘러(독일 게슈타포 책임자)의 합성 사진으로 대체되었다. 독일 내부에 권력 다툼이 벌어진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다. 당연히 별 효과가 없었다.
Himmler 로 위조(1차) Himmler 로 위조(2차) 위조대상이 된 독일우표 진품
하지만 미국 전략사무국은 이 아이디어가 뛰어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들은 제3국에서 편지를 보내는 게 아니라 독일 우편수송열차를 습격한 후 파괴된 열차에 위조한 우편자루를 슬쩍 집어넣는 ‘콘플레이크 작전’을 세웠다. 전략사무국은 많은 예산을 들여 독일인의 주소를 알아내고 수많은 직원을 고용해 내용 없는 편지를 쓰게 했다.
다른 위조 전문가들은 독일의 우편봉투와 편지지, 소인, 우편봉투를 위조했다. 전략사무국이 만든 우표에는 ‘독일제국’ 대신에 ‘망하는 제국’이라는 글귀가 삽입되었고 히틀러의 사진은 해골과 합성되었다.
OSS의 위조우표 위조우표의 재 위조 위조우표의 리프린트(?) 위조 대상이 된 독일우표 진품
1944년 8월 편지들을 완성한 전략사무국은 독일의 국내 우편 소인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까지 만든 봉투는 모두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전략사무국은 다시 새로운 봉투를 만들어 편지들을 채워 넣었다. 9월에 새로운 정보가 입수됐다. 독일 우체국은 전시 체제에 따른 새로운 우편법령에 따라 사업용 우편물만 배달한다는 것이었다. 전략사무국은 조사해놓은 주소 가운데 사업가의 것들만 추려 새로운 봉투에 다시 위조를 시작했다.
1945년 2월 콘플레이크 작전이 드디어 실행됐다. 전투기가 우편열차를 습격한 다음 가짜 우편자루 여덟 개를 낙하했다. 계획대로 우편물은 독일 전역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1945년의 독일은 이미 연합군에 의해 본토를 공습당하고 있었다. 수백만 명의 독일인이 폭격으로 집을 잃거나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기 위해 거주지를 옮겼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정부는 주소 변경 내역을 정리할 수 없었고, 전략사무국이 만든 대다수의 우편물은 수취인 불명이 되어 버려졌다.
편지를 받은 독일인 중 상당수는 발신인을 기억해내지 못해(모르는 사람인 게 당연하다!) 편지를 버렸고, 드물게 위조 우표를 알아차린 사람은 놀라서 편지를 소각해버렸다. 독일에서 반정부 표현물 소지는 사형감이었기 때문이다.
이 작전의 실체가 알려진 것은 우표 수집 덕이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죽은 후 그의 우표 수집품이 공개되었다. 우표 전문가는 루스벨트의 수집품 가운데 이상한 우표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현재 위조우표가 제대로 붙어 있는 위조 봉투는 단 두 장에 불과하다. 이 수집품은 엄청난 고가에 거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