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삼성경제연수고의 최숙희 박사가 한국소비자원의 '세상보기'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소비자정보의 중요성은 표시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가공식품의 영양정보 표시제도는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최근 들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식품 영양표시제도는 소비자가 식품의 영양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자신의 건강에 적합한 식품을 선택하도록 돕기 위한 제도이다.
즉 식품이 가진 영양적 가치를 표시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식품 영양에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여 소비자 스스로 적합한 식품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에게는 당 함량이 낮은 식품을, 고혈압 환자에게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은 식품을, 신장병 환자에게는 나트륨 함량이 낮은 식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소비자 선택의 폭을 확대하는 것이다.
식품 영양표시는 소비자에게 제품 정보를 정확하고 쉽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품에 포함된 영양소를 1일 영양권장량 기준으로 표시하면 소비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식품정보를 정확하고 쉽게 전달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소비자는 제품의 정보를 통해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의 제품을 선호하게 된다. 올바른 정보가 제공될수록 소비자가 선호하게 되므로 경쟁력 있는 기업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되고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게 된다.
한국은 1996년에 식품 영양표시제도를 임의제도로 실시하기 시작하였고, 영양표시 의무화 대상 식품이 2008년 3월부터 대폭 확대되었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제4조의2)에 의해 영양표시 대상 식품으로 레토르트식품, 과자류 중 과자 및 캔디류, 빵류 및 만두류, 초콜릿류, 쨈류, 식용 유지류(유지류), 면류, 음료류 등의 일반 가공식품과 특수용도식품과 식품 중 영양표시나 그 강조표시를 하려는 식품 등이 있다. 영양성분 표시를 하는 경우의 의무표시 사항에는 열량,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나트륨, 당류,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콜레스테롤 등이 해당된다.
미국은 식품 영양표시를 의무적으로 표시한 세계 최초의 국가이다. 미국은 1974년부터 식품에 임의 영양표시제도(voluntary labeling)를 도입하여 실시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 들어 영양이 식품 판매의 중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식하여 식품업계의 마케팅에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198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은 식품표시에 관하여 소비자, 제조업자, 건강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본격적인 식품의 영양표시제도를 추진하기 시작하였고, 1990년 미국 의회는 ‘영양표시 및 교육법(NLEA; Nutrition Labeling and Education Act)’를 제정하여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영양표시를 의무화하였다. 그러나 이 법은 식품업계의 경제적 부담이라는 이유로 시행이 연기되다가 1994년부터 발효되었다.
영양표시 대상품목은 가공식품의 90% 수준에 이르고 있다. 총 14가지의 영양성분이 의무적으로 표시된다. 열량, 지방으로부터의 총열량, 총지방,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나트륨, 탄수화물, 식이섬유소, 당류, 단백질, 비타민A, 비타민C, 칼슘, 철 등을 순서대로 표기해야 한다. 이와 같은 영양소의 표시대상은 국민들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선정되었으며, 영양소의 표시순위는 식생활에 관한 권고(dietary recommendations)에 근거한 것이다.
한국에서 시리얼을 판매하고 있는 다국적기업 K사는 당류, 트랜스지방 등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은 성분 9종을 제품포장 전면에 표시하는 ‘전면 영양표시제’를 2007년 11월부터 도입하였다. 영양 성분의 함량과 일일섭취기준 대비 1회 섭취분 비율이 큰 활자와 다양한 색상, 그리고 그래픽을 이용해 눈에 띄고 보기 쉽도록 제품 전면에 배치한 것이다.
영양성분표시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주부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에서 전면 영양표시제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전면에 영양표시를 한 K사 제품이 호주와 영국 등 해외 시장에서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결국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공간에 이해하기 쉽게 전달되는 정보가 제공되는 제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제품을 잘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품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점점 더 실감하게 된다.
■ 글 / 최숙희 수석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