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713보도-퇴직금떼먹은서울시.hwp
오세범_1심판결문.pdf
법원, 비정규직 퇴직금 떼먹은 서울시에 철퇴
서울중앙지법, 서울대공원 동절기 해고 기간제 퇴직금 지급 판결 … 서울시, 항소 여부 관심
1. 2009년 3월 9일 서울대공원에 입사한 오세범 씨는 공원 안에 있는 조경, 식물원, 장미원, 자연캠프장의 수목을 관리하는 일을 했다. 그는 하루 8시간씩 주 40시간 이상 근무를 했다. 서울대공원은 동절기인 12월 하순부터 다음 해 2월 중순까지는 녹지관리 업무가 필요없다며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동안의 기간제 계약직으로 오세범 씨와 동료들을 고용했다. 서울대공원은 동절기에는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녹지 관리 업무를 하게 했다.
2. 서울대공원은 녹지관리 업무를 위해 2012년까지 매년 1, 2월경 계약직 채용 공고를 해 서류심사 → 2차 면접, 체력, 기능심사를 거쳐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했다. 서울시는 2011년에는 2010년 근무자 35명 중 27명을 다시 채용했고, 2012년에는 2011년 근무자 39명 중 33명이 다시 채용했다. 퇴지금을 떼먹기 위해 10개월 계약직으로 채용과 해고를 반족한 것이다. 서울시는 상시업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2012년, 2013년 43명을 무기계약직(공무직, 상용직)으로 전환했다.
3. 오세범 씨와 동료들은 계약직 고용을 반복해 체결했고, 공백기간이 근로계약기간에 비해 짧고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일을 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유지되어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지급의 전제가 되는 ‘1년 이상의 계속근로’ 요건이 충족되었다며 퇴직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전년도 계약기간 만료 후 다음 해 계약기간 시작까지 길게는 약 3개월 반에서 짧게는 약 2개월 동안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고,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동안 실업급여를 신청하여 수급하기까지 하였다”며 이들과 서울시 사이에 ‘1년 이상의 계속근로’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퇴직금 채권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4. 이에 대해 7월 9일 서울중앙지법(판사 김우정)은 서울시에게 계약직 노동자들이 일한 기간 동안의 퇴직금(14명, 90,764,999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①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반복 체결된 근로계약 사이에 동절기 동안 일부 공백기간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계절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원고들에게 귀책사유가 없고, 계약기간이 아닌 기간이 1년 중 약 2개월 정도로 전체 근로계약기간에 비하여 길지 않은 점, ② 원고들 중 일부는 계약기간이 아닌 기간에도 폭설 등으로 동절기 업무수행이 필요한 경우 대체휴무-대체근무라는 명목으로 근로를 제공하였던 점, ③ 채용심사시 수목 등 조경관련 전문지식과 조경장비 작동 능력 등이 평가 항목에 포함되어 신규지원자보다 기존근로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이므로, 기존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더라도 근로관계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게 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었던 점, ④ 실제로도 2011년에는 기존근로자 지원자 35명 중 27명이, 2012년에는 기존근로자 지원자 39명 중 33명이 채용되어 지원자 대부분(2011년 경쟁률 6:1, 2012년 경쟁률 5.4:1)이 근로계약을 체결한 점, ⑤ 기간제근로자들이 무기계약직근로자들과 동종․유사업무를 수행하였고, 기간제근로자들 중 정년에 달하지 않은 근로자들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점 등을 알 수 있고, ⑥ 원고들이 동절기에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동안 실업급여를 신청하여 수급받았다고 하더라도, 실업급여 청구와 퇴직금 청구는 양자의 법적인 성질과 지급의무의 주체가 다르므로, 이를 이유로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5. 법원은 계약직 노동자들이 “동절기에 해당하는 매년 12월 하순경부터 다음 해 2월 중순경까지는 피고에게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이 전체 근로계약 기간에 비하여 길지 않고, 계절적 요인 등 당해 업무의 성격에 기인하여 그 기간 중 근로를 제공하지 않거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전체적으로 피고와 계속적 근로관계에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법원은 계약직 노동자들이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위 기간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의 근로는 위 기간을 포함한 전체 근로기간에 걸쳐 근로관계의 계속성의 유지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지급의 전제가 되는 ‘1년 이상의 계속근로’ 요건이 구비되어 퇴직금청구의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판결했다.
6. 서울시가 관리하는 서울대공원의 계약직 노동자 퇴직금 지급 판결은 계절적 원인 등을 이유로 무분별하게 계약직 노동자들을 반복 채용해온 지방정부의 잘못된 관행에 쐐기를 박은 판결이다. 계약 기간이 1년 중 8~10개월이고 방학이나 계절적 요인 등으로 특정한 기간 동안 불필요한 업무라고 하더라도 ‘상시 지속적’인 업무인 경우에는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유지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시는 1심 판결을 존중해 항소를 중단하고, 계절적 요인 등을 이유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노동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이 온당하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대공원 오세범 분회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대해 직접고용하겠다는 원칙에 따라 공무직으로 전환한 것에 비추어봤을 때 재판 결과를 존중하고 항소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장 권두섭 변호사는 “공공기관에서 유사한 판결이 있었지만 지방정부를 상대로 한 판결은 처음”이라며 “지방정부에서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계절적 요인 등을 핑계로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7. 특정한 이유로 계약직 노동자들을 반복해 사용해온 것은 서울시만이 아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노동-비정규직-일자리 전문가들이 모여 16개 광역시도와 산하 43개 공사·공단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지난 4년 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 일자리 증감 현황을 분석해 만든 「2014 지방정부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16개 광역시도에 4,577명의 계약직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는 전체 노동자의 5.2%다. 이들 중에는 2~3개월 정도 단기적으로 필요한 인원도 있지만 동절기, 농한기 등을 제외한 상시적 업무에 필요한 노동자들이 대다수다. 따라서 16개 광역시도 자치단체장들은 계약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고, 퇴직금을 비롯해 밀린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