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금북정맥-18(유득재-쉰고개-매봉산-근흥초교-도황리) |
충청남도 태안군 원북면 시목리까지 가는 시간은 두 시간이 채 되질 않는다. |
늦가을 이른 새벽 바람이 제법 차다. 시목초등교 근처에 주차를 한 뒤 어둠 속을 |
헤치고 걷기를 시작한다.(06:05) 날이 밝아올 때까지 도로를 따라 걷는다. |
귀가 밝은 멍멍이들이 우리 둘의 발소리를 듣고 멍멍대며 짙은 어둠을 깨려한다. |
서서히 날이 밝아오며 육쪽마늘이 줄 맞춰 자라고 있는 밭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
야트막한 동네 뒷산도 아닌 언덕배기를 오른다. 차갑지 않은 그렇다고 선선하지도 |
않은 바람이 쉴새 없이 불어댄다. 영상 7도의 날씨가 경우에 따라서는 추울 수도 |
따뜻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그저 그렇게 가을다운 날씨다. 땀을 닦지 않을 |
정도로 덧 옷을 벋지 않을 정도로 산행에 알맞은 최적의 날씨라고나할까. |
일반 도로를 지나 101.6m의 매봉산을 오른다. 그런데 초입을 잘못 찾은 관계로 |
한참을 헤맨다. 억지로 길을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
그것은 산끼리의 대조일뿐 인간에 비하면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상대이다. |
이 곳 저 곳 그 곳까지 헤매다 처음 확실했던 장소까지 원위치를 한 후 모든 |
자료를 동원하여 확인 작업을 한다. 누군가가 인터넷에 제시한 전신주의 번호에 |
착오가 있었다. 바른 등산로 입구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정말 생각지 못했던 |
새로이 만들어진 행복이다. 무명봉을 올라 잘 닦여진 길을 따라 너울너울 춤추며 |
능선길을 나섰지만 왠지 느낌이 나빠지기 시작한다. 다시 빽을 한다. |
그리고 무명봉에서 두번째의 새로 만들어진 기쁨을 만끽한다. 잠시 후 매봉산에 |
오른다. 이름표가 붙어있다. 바삐 기념촬영을 마치고 갈 길을 재촉한다. |
탄탄대로다. 열심히 휴대폰으로 길 공부를 하던 창학이가 '5기의 묘가 나란히 |
있는 곳을 지나………' 주문을 한다. 아무리 가도 공부한대로의 장면이 나타나질 |
않는다. 지도를 꺼낸다. '아이쿠' 고통스런 신음 소리가 절로 나온다. 지도상에는 |
매봉산 정상에서 바로 좌로 꺽이게 되어 있었다. 아쉽지만 열심히 정상까지 |
되돌아가 40여분간 추가산행을 마친다. 정상으로 되돌아 온 뒤 확인을 하니 정말 |
어이가 없을 정도로 大路에 현혹되어 수 없이 많이 달린 방향표지기인 리본을 |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매 번 다짐을 하면서도 귀신에 홀린듯한 실수를 아직도 |
하고 있음은 쌩쌩하게 살아있다는 증거라 자위하며 각자의 도시락을 꺼내 아침 |
식사를 한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아주 부드럽게 이어진다. 둘만의 호젓한 |
둘레길이다. 낮은 고갯길을 넘어가며 마늘밭을 가로지르고, 길을 묻고 끊어진 |
산길을 이어간다. 누군가의 열성적인 산꾼에 의해 73m 높이 언덕배기 꼭대기에 |
이름을 붙여놓았다. 예로부터 불려온 이름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대단한 양반이다. |
어쨌거나 좌로 우로 서해바다가 우리를 부른다. 지난 봄부터 한 여름 삼복더위도 |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맞이하는 바다가 그토록 반가울 수가 없다. 감격 그리고 |
감탄. 햇빛이 반사되어 내게로 날아 온 반짝이는 서해바다의 모습은 눈이 부실 |
정도다. '가자! 창학아! 오늘 끝까지 가는거야!' 그러나 시간이 허락질 않는다. |
밀물때가 되어 서서히 만들어진 자그마한 섬 하나가 동화 속의 그림처럼 다가 |
온다. 가질 수 없는 만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간직하며 가을바다를 |
느낀다. 산과 바다, 술과 안주, 너와 나, 가을 그리고 단풍, 서로가 뗄래야 뗄 수 |
없는 관계처럼 아름다움이 숨어있다. 가을도 노래해야 하고 바다도 노래해야 |
한다. 늘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오늘은 일상의 스트레스가 껌딱지처럼 |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산행이 쉽지만은 않게 |
느껴진다. '곤파스'와의 싸움에서 진 나무들이 수 없이 쓰러져 있고, 우리는 |
그들을 피해다녀야만 한다. 한 여름 삼복더위에 왔다면 '통과'는 거의 불가능할 |
상황이었을 것이다. 가을이 겨울이 그 억쌘 놈들을 죽여버린것이다. 그래서 |
우리가 좋은 것인가?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 우리는 그 여름을 정말 신나게 |
제대로 즐겼으니까. 이젠 그 끝이 보이면서 자꾸만 아쉬움이 남는다. |
시간상 오늘 종착지를 만날 수는 없었지만 절대 섭섭함은 없다. 우리에겐 한 번의 |
기회가 더 주어졌다는 사실이 즐거운 것이다. 나는 캔맥주 한 잔으로 창학이는 |
막걸리 한 잔으로 금북이와의 사랑을 서로 달리 회상하며 4시간반에 걸쳐 집으로 |
향한다. |
2012.11.17 |
i-San
|
첫댓글 드디어 바다!
대단한 꾼님들...
날씨가 추워서인가? 나비가 날아가버렸넹.
나비는 봄을 좋아해. 봄을 기다리고 있지.
광연 친구 혼사날에 금북정맥 졸업 산 및 결혼 축하 산행합니다, 세 시 서래마을 출발, 산행 후 결혼 축하하러 갑니다. 10여키로 남짓. 백발 같이 갑시다..
끝과 시작!
쭈와!!!
서래마을로 갈께여. 끼워 주세염.ㅎㅎ
정말??????????????? 11월24일 02:50 조달청앞에서 기다리시오. 랜턴준비
ㅎ 이제 조우할날이 멀지않았군여 . 금북이 마무리잘하시고 조만간 뵙지요. ^^
겁난다. 널 따라다닐 생각을 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