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K어르신은 장기요양등급 3등급자로 최근 한 재가요양기관으로부터 우리 센터와 2년간 계약을 하는 조건으로 50만원짜리 TV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어차피 보호자 입장에서야 요양보호사가 집에 와서 수발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이용할 참에 TV까지 덤으로 주겠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서 계약을 채결했다.
양주시의 Y요양센터는 요양보호사와 근로계약을 맺을 때 등급자 노인을 데려 오는 조건으로 월급을 인상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위 사례는 모두 불법이지만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건강보험의 4.05%가 재원으로 들어가는 만큼 비영리제도로 운영돼야 하나 이미 시장에서는 영리의 물살을 급격히 타고 있다.
서울에서만 각 구별로 2개 이상의 재가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한 시설장은 “경영의 마인드로 운영하지 않는 한 시설이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우후죽순으로 재가요양기관이 생기고 있지만 운영이 어려워 곧 문 닫을 신규 업체가 반은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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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법인 단기보호센터.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소규모 노인시설은 보조금이 끊길 경우 공공서비스 제공이 어렵다고 말한다.] |
요보법 시행 후 특히 나라의 보조금을 지원 받는 법인 중 가정봉사원파견센터와 단기주간보호센터를 운영했던 재가노인복지센터들은 정부의 보조금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조금 지급 유무에 따라 기존 공공복지서비스 제공을 하던 인건비와 운영비에 사활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회장 조남범)에서 마련한 직원 전문화 교육에서 협회는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정부의 보조금마련이 필수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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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협은 요보법 시행 후, 공공성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회원들 사이에서 많은 이견이 오간다.] |
그러나 최영호 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장은 “변화는 필수적이며 현재 복지관 등에서도 중복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향후 방침이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재협은 현재 기업형 영리기관의 재가시설 진출에 경쟁우위확보를 위한 공동브랜드 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이 추구하고 있는 브랜드는 영리가 아닌 복지서비스와 수년간 현장에서 쌓아온 전문성, 전국 1천 여개 이상 회원조직의 네트워크를 중점으로 부각시킬 계획이다.
반면 한 사회복지법인 시설장은 요보법에 대해 ‘복지로만 봐선 거꾸로 가는 제도’라며 비판했다. 법은 비영리로 만들어 놓고 민간기업의 재가시장으로의 유입은 개방해 둔 상태에서 복지시설을 수익창출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전남 여수의 한 시설장은 “근처 등급자들은 자부담금 마저 없어 재가서비스를 이용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이들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자부담금 면제를 해주는 조건밖에 없다. 서비스 대상을 확보하면 할수록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불법행위라서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운영자금이 튼튼하지 않은 많은 소규모 사회복지기관들은 요보법 시행 이후 복지윤리와 경영마인드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