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스타인”의 그림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기억하시는지요?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어려서 사과나무 아래서 놀곤 했지요.
나무에 사과가 열리면 따먹고...
그러다 소년은 청년이 되어 결혼을 합니다.
청년은 나뭇가지를 잘라서 신부와 함께 살 집을 짓습니다.
세월이 흘러 청년은 장년이 되고, 이번에는 아예 나무 밑둥을 잘라
배를 만들어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지요.
세월이 또 흘러 소년은 늙은이가 됩니다.
이제 기력이 다해버린 소년,
그동안 모든 것을 아낌없이 준 사과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조용히 쉬게 되지요...
사람은 영적(靈的)인 존재인지라,
아무리 겉으로 가면을 쓰고 위장을 하여도,
상대방은 본심을 직감적으로 알아보게 되어 있습니다.
비록 상대방이 다섯 살 된 꼬마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 회사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강조를 합니다.
“절대로 고객에게 일순간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이나 과장을 하지 마라,
고객은 즉시 우리 회사를 불신하게 될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핑계나 변명말고 솔직해져라.
솔직함만큼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도구가 없다.”
세상에서 제일 미련한 사람이 누구냐 하면,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이나 행동을 가식적으로, 또는 이기적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이미 상대방은 그 본심을 다 알고 있는데도
열심히 위장을 하는 사람,
그리곤 속으로 상대방이 내 본심을 모르겠지- 하고 흐믓해 하는 사람이
바로 세상에서 제일 미련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옛어른들께서,
나이 사십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지라고 말씀 하셨을겁니다.
이런 평범한 진리를 어머님에게서 이미 초등학교 때에 들었는데에도,
내 스스로 깨닫기까지 삼십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어머님께서 항상 말씀해 주시던 또 다른 교훈,
“다른 사람에게 어리숙해지거라.
세상사람들은 어리숙한 사람과 친구되고 싶어하고
어리숙한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 한단다.”
위선으로 어리숙한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어리숙해지라는 것입니다.
너무나 똑똑하고 약삭빠른 사람이 많은 요즘 세상에는,
어머님의 평범한 교훈이 더욱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고 있습니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현대인들,
특히나 자식사랑이 넘쳐서 남을 짓밟고 가장 위에 오르고 선두에 서야한다는,
강박관념같은 경쟁심을 가진 부모님들이 많은 요즘 세상에서는
똑똑하고 영리해서 남에게 피해 안보고 남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어리숙하게 자녀들을 키우라는 이야기가 씨알이나 먹히는 말이겠습니까?
자녀를 위해서라면 물질적으로는 무엇이든지 해 주면서도,
인격적인 교육의 책임을 슬쩍 비껴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도대체 자녀들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
무엇이 되도록 성장하게 하고 싶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너무 많은 요즘입니다.
그래도 참으로 이상한 것이,
어리숙하고, 진솔하고, 남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사람에게
결국은 다른 사람들이 따르고 사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진리를 빨리 파악한다면, 까짓 영어 단어 하나, 수학 문제 하나
덜 외우고 덜 푸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스카우팅을 통해서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진정한 인격성장과 정신교육이 된다는 것을 파악하고 계신 학부모님들은
정말 현명하신 분들이십니다.
협동, 봉사, 희생, 사랑, 우애, 용기, 순종, 지혜...
이런 단어들이 어떻게 지식보다 못하다는 말인지요?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그 알량한 지식보다
위에 나열한 품성들이 훨씬 더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으면서도,
우리 자녀들에게는 혹시 지식으로 가득 찬 이기심과 사행심과 경쟁심이 팽배한
값싼 교육을 지향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다행히 백호지역대에는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또 감히 나는 따라갈 수 없는 정도의 배포와 인격을 갖고 계신
스카우트 지도자님들이 많이 계셔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언제나 나는 인격이 성숙하게 되어서 저런 모습이 될까- 하고
늘 부러움과 존경심을 보내게 됩니다.
최소한 그러한 모습이 되려고 늘 애쓰고 있습니다만,
속물 근성에 젖은 얄팍한 인격과 쓸데없는 혈기는
늘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후회하는 일을 만들곤 하지요...
그래도 그런 분들이 주위에 계셔서 나 자신을 반성하게 하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해주시니,
내 인생에 이게 왠 복인가 하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백호지역대 스카우트 활동을 하면서 그런 복많은 느낌을 늘 받고 있습니다.
아낌없이 준다는 것-.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백호지역대의 지도자님들의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 신난다는 생각 뿐입니다.
이은호 대장님...
늘 허허 웃으며 실없는 웃음을 뿌리는 듯 하지만,
대원 사랑하는 마음으로 치자면,
그루터기만 남은 사과나무 이상의 사랑을 갖고 있는 대장님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지금의 벤처스카우트인 연장대 시절부터
이은호 대장님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은호 대장님의 거의 천재에 가까운 재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모든 재능을 대원 사랑하는 열정으로 뿜어내는
이은호 대장님이야말로 스카우터 중의 스카우터라고 할 수 있지요.
최영진 대장님...
이은호 대장님의 안방마님이신데,
늘 잔잔한 미소로 그 넉넉한 마음씨를 보여주시곤 하지요.
우리 훈육지도자들이 모이면, 옛날에 이은호 대장이 저렇게 말이 많지가 않았는데,
어째 저렇게 말이 많아졌느냐고 흉 아닌 흉을 봅니다.
그럼 이은호 대장님은 당당하게 이렇게 말한답니다.
“최영진 대장을 만나서 내 인생이 두 배로 행복해졌다,
그래서 이렇게 말이 많아졌다...”
모두들 한바탕 웃음으로 웃어 넘겨버리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이은호 대장님의 모든 것을 신뢰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는 최영진 대장님-.
이런 멋진 아내를 가진 사람은
대한민국에 단대장을 제외한다면 정말 몇사람 없을 겁니다. ^^
허준호 대장님...
우직한 겉모습만큼이나 속마음도 우직하고 마음 넓은 진짜 싸나이입니다.
늘 친구들인 다른 대장님들을 뒤에서 슬그머니 돌볼 줄 아는,
진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은 과묵하고 사랑 많은 대장님이지요.
사업이 번창하여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서도
스카우트 활동이라면 늘 그 자리에 있고 싶어하는,
스카우트 중독 중증환자 중에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김미라 대장님...
작은 체구답지 않게 허준호 대장님을 오프로드 자동차 동호회에서 만나 결혼한,
작은고추 맹렬여성 대장님이십니다.
아직은 너무 어린 영도 때문에 본격적인 스카우트 활동을 못하고 계시지만,
남편의 천방지축 스카우트 사랑을 슬몃 미소로 받아주는
멋쟁이 대장님이십니다.
장상윤 대장님...
늘 혈기 넘치는 단대장을 옆에서 조용히, 그러나 힘있게 잡아주는 35년 친구이자,
이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목사님이십니다.
무궁화스카우트까지 하고는 범스카우트 진급을 못한 것을 늘 아쉬워 하지만,
사랑! 하면 전세계에서 1,2위를 다툴만큼 사랑과 따스함 그 자체인 대장님이십니다.
그리고 팔불출 단대장의 반쪽, 하영옥 단위원님...
미국에서 15년여를 살다보니 그럭저럭 자리도 잡히고,
1,200평 2층 집에, 세 개의 사업체, 볼보와 몬테로 자가용, 한인회 임원직...
그럭저럭 미국생활이 살만하고 안정을 찾아갈 때에,
하영옥 단위원과 저는 공중곡예를 세바퀴나 하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하였습니다.
그래도 털끝하나 다치지 않고 이렇게 두사람 다 멀쩡히 살아있는 것은
정말로 하나님의 은혜이지요.
교통사고 이후 하영옥 단위원에게 한국 가서 좀 쉬고 오라고 했더니,
덜컥! 피아노 학원을 내고설랑, 나보고 한국으로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미국에서 할 일 다 해보고, 볼 것도 다 봤으니,
그래 내 나라에 가서 살자 하는 마음으로 집 정리, 사업체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가족들보다 약 1년 뒤에 나 혼자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었지요.
하영옥 단위원과 은섭, 혜섭이가 먼저 들어와 있고,
나만 혼자 미국에 남아 사업체와 집 등등을 정리하고 있을 때에,
구정이 되었습니다.
몇 달 가족들과 떨어져 있으니 보고 싶기도 하고,
도대체 어떻게들 살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나라로 정말 올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려고
구정 때에 식구들이 있는 우리나라 서울 중계동을 방문하였습니다.
하영옥 단위원은 내가 언제쯤 올런지 몰라서 학원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학원의 방 하나에다가 전기온돌을 깔고,
은섭이, 혜섭이를 데리고 먹고자고 하고 있었습니다.
놀이방에 다닐 나이의 은섭이와 혜섭이는 아빠 왔다고 신나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아침에 일어나니, 콘크리트 벽면 학원의 싸늘한 윗풍으로
입김이 후후 나오는 이부자리 안에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미국에 집 있고 사업체 있는데 가족들 다 데리고 다시 갈까나...
하고 이생각저생각을 하고 있는데, 손위 처남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상호야, 집에 잠깐 들려라.”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형님으로 알고 지내던 처남은, 보통 때는 심서방이지만,
뭔가 심각하게 꾸짖을 일이 생기면, 옛날로 원상복귀, “상호야!”입니다.
처남네 집을 들어서는 순간, 아니나 다를까,
“야, 이 $#%@&야, 도대체 어떻게 사업을 말아 먹었길래
처자식 이 고생시키고 쫄딱 망해서 서울 왔냐?
당장 미국으로 다 꺼지지 못해!!!”
그런 꾸중을 두시간 여 아뭇소리 못하고
처자식 앞에서 듣고설랑 처남네 집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구정날, 개미새끼 한 마리 길거리에 찾아보기 힘들고,
동네 구멍가게까지 문닫고, 겨울 찬바람은 왜 그렇게 을씨년스럽게 불던지요...
아뭇소리 없이 걷던 하영옥 단위원이 학원으로 가지 않고 근처 호텔로 들어가더군요.
모처럼 따뜻한 물 나오는 욕조에서 은섭이, 혜섭이는 좋아라 물장난을 해대고...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왠지 모를 울분이 울컥 올라와서,
그래, 내일 당장 비행기표 끊어서 가족 몽땅 데리고 다시 미국으로 가자,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을란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하영옥 단위원이 조용조용 이야기를 시작하더군요.
“은섭이 아빠, 우리 오빠는 물질적인 성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분이신 거, 잘 알잖아?
근데, 함께 사는 부부인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됐지 뭐.
우린 물질을 보고 사는 인생이 아니잖아?
한국서 우리가 할 보람찬 소명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 딴 생각말고 빨리 미국 사업체 정리하고 들어와...”
갑자기 하영옥 단위원이 미스유니버스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면서
콧등이 찡- 해 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그날 하영옥 단위원의 그런 이야기가 없었다면,
오늘 나는 백호지역대의 단대장으로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하영옥 단위원의 자랑은 충분하겠지요? ^^
그 외 일곱 분의 단위원님들에 관하여서는
솔직히 깊이 아는 바가 없어서 자세한 글을 쓰지 못하겠습니다.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남을 평하는 것 역시 커다란 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과 몇 달간의 백호지역대 활동에서 보여주신
단위원님들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이고 감탄일 뿐입니다.
부정을 위한 부정, 불평을 위한 불평을 하시는 분이 한 분도 안계시고,
늘 매사에 긍정적이신 단위원님들은 어찌 그리 모두 아름다우신지요!
(크~ 아부를 좀 했더니 얼굴에 경련이 나네용. ^^)
대원들과 스카우트 활동에 몸으로 함께 뛰시는 단위원님들의 모습을
백호지역대의 학부모님들 모두가 보셔야 하는데 말입니다.
매사에 철저한 분석과 꼼꼼함으로
백호지역대의 행여 있을 실수를 사전에 예방하시는 김동주 단위원님,
늘 앞장 서서 다른 단위원님들 챙기시는 배태순 단위원님,
백호지역대의 문서관리를 꼼꼼히 챙기시는 김미희 단위원님,
특유의 호탕함과 매력으로 매사에 적극적이신 백보경 단위원님,
늘 묵묵히 매사를 꼼꼼히 챙겨주시는 은효경 단위원님,
골치 아픈 회계 업무를 차질없이 매끈하게 수행하시는 이지영 단위원님,
멋쟁이 신세대 단위원님으로 넘치는 끼와 재주가 많으신 정정임 단위원님...
백호지역대의 모든 지도자님들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들이십니다.
요즘처럼 자기 이익 철처히 따지고, 자식들에게 돌아갈 실속 정확히 챙기는 세태에,
스카우트 대원들 모두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퍼부어 주고
희생과 불편을 묵묵히 감수하시며 스카우팅을 즐기시는 백호지역대의 지도자님들,
말씀하시지 않고, 표현하시지 않아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은 지도자님들의 마음을
이미 대원들이 알고 있고, 학부모님들이 알고 있고, 서로가 알고 있습니다.
늘 이분들을 대할 때마다 마음 속에서 절로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 이게 우짠 복입니까요...”
백호지역대의 단위원님들, 그리고 훈육지도자님들,
사랑합니다! 하늘만큼 땅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