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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다시 시작하자!
공계진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
1. 들어가는 말
6.4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진보진영은 여전히 혼돈속에 있다. 통합진보당은 내란음모사태, 당해산 사태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고, 정의당과 노동당은 특별한 탄압을 받고 있지 않으나 별다른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
민주노총은 정치위원회를 꾸렸으나 6.4지방선거에 대한 뚜렷한 정치방침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아직 진보분열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국민총파업 앞둔 대의원대회 유회되었는데, 유회시 논의되었던 안건이 진보탄압 대응이었던 것이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진보가 제역할 못하면서 6.4지방선거는 새누리, 민주당+안철수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다.
왜 이리되었는가? 이제 진보운동을 평가하며 이후 과제에 대해 논의해보자.
2. 진보정당의 몰락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아픈 과거를 되돌아 보아야 한다. 되돌아 본 결과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진보정당은 몰락했다는 것이다.
진보정당이 몰락한데는 3가지 요인이 작동했다.
첫째, 잘못된 통합진보당 건설이다.
민주노동당이 분열하여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통합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수순은 진보신당 등 진보진영과의 선통합후 국민참여당(이하 국참당)과의 통합이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민주노동당 당권파는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그 반대의 수순을 밝았다.
국참당 중심의 통합진보당 창당은 진보의 많은 부분이 통합에 결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민주노총은 국참당은 계급적이지 않은 당이기 때문에 그곳과의 통합에 반대했으나 관철시키지 못했다. 이것은 이후 민주노총 분열의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둘째, 잘못된 비례후보 선출이다.
비례후보순위 투표시 통합진보당 내 소위 경기동부, 광전, 부울경은 현재 구속되어 있는 이석기 후보를 전폭지지, 이석기 후보를 비례2번으로 올렸다. 민주노총, 전농 등에서 대중운동을 하며 운동의 발전에 기여한 대중지도자들이 존재했지만 위 세력의 결정에 의해 그들은 배제되었는데, 이것은 민주노총과 여타 조직들을 허탈감과 분노에 빠지게 하였다. 비례후보 순위 결정 선거에서 소위 위 세력들이 보여준 모습이 전형적인 패권주의 모습이었는데, 이것이 분열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셋째, 패권과 분열이 결합된 수습이다.
비례후보 순위 결정 투표 후 선거 부실부정 문제가 발생했다. 대리투표 등 전반적 부실이 문제로 제기되었고, 비례후보 사퇴문제가 제기되었다. 아니 사퇴가 요구되었다.
그러나 이 문제를 결정하는 2012년 5월 12일 중앙위원회회의는 폭력으로 얼룩져졌다. 5.12 폭력사태로 통합진보당은 큰 내상을 입고, 분당 수순을 밟게 된다.
여기까지 가지 말았어야했다. 문제의 핵심은 비례후보 사퇴였는데, 문제의 핵심 진영은 이를 일부수용해야 했다. 그것이 대승적 견지에서 진보정당을 살리는 길이었다.
그리고 이후 사퇴가 거부되었을 때 비판진영이 탈당하는 것도 문제였다. 문제가 있다면 통합진보당내에서 진영을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투쟁해야 했다. 그래서 진보정당을 제대로 세워냈어야 했다.
그러나 양진영 모두 민중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은 분당되었다. 1차 분당에 이은 2차 분당이었으며 진보정당은 1개가 아닌 3개(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현정의당>, 진보신당<현 노동당>)로 늘어났다. 파이는 같은데 수가 늘어났으니 각 당의 규모와 힘은 약해졌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도 힘이 현저히 약화되었다.
이 틈을 박근혜 정부가 놓칠리 없다. 박근혜정부는 집권후 얼마 되지 않아 이석기 의원이 참석한 회의를 문제 삼아 소위 내란음모사건을 조작하였고, 그것을 빙자, 현재 통합진보당 해산을 추진하고 있다.
3.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좌초
민주노총은 마지막 수습과정에서 조건부 지지철회를 내걸고 이석기 의원 사퇴를 요구하였으나 받아들여지 않았다. 그러자 곧바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철회를 결정하였다.
민주노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통합과 분당이었지만 그 충격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이 민주노총이었다. 필자는 국참당과의 선통합과 앞서와 같은 비례후보선거에 반대했었는데, 필자가 반대했던 이유는 그것이 옳지 않아서이기도 했지만 그것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민주노총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우려는 현실화되었다. 분열 후 현장에서 통합진보당 뿐만 아니라 진보정당에 대한 냉소주의와 분노가 확산되었다. 그래서 간부들은 정치에 대한 논의를 꺼려하거나 아예 하지 않게 되었다. 필자가 민주노총 안산지부 조합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간부들은 정치세력화에 대한 질문을 빼자고 했었고, 결국 정치세력화 관련 문항은 빠졌다.
진보정당은 몰락하고, 현장에서 정치세력화를 논의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린 것, 이 상황을 필자는 민주노총 정치세력화 좌초로 표현하고자 한다.
민주노총 창립시 목표가 노동자 정치세력화이고, 그 목표에 근거하여 노동자들의 의식을 높이고, 민주노동당을 창당하는 등 일정한 성과를 내었었으나 20년도 안되어 무너지고 만 것이다.
4. 민주노총 정치세력화 좌초의 원인, 정치의 아웃소싱.
앞의 논의 결과를 볼 때 민주노총 정치세력화 좌초의 원인은 통합진보당의 분열 등 진보정당 분열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정치세력화 좌초의 책임에 민주노총은 자유로운가? 그렇지 않다. 필자가 보기엔 가장 큰 책임자는 민주노총 자신이다. 즉, 본질적으로 보면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사업 아웃소싱이 좌초의 근본 원인이다.
정치세력화는 진보정당을 만드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조합원들의 정치의식을 높여내고, 조합원들을 당원화하고, 그 힘을 토대로 세상을 바꿀 때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정치는 민주노동당, 경제는 민주노총’이라는 이분법으로 정치세력화에 접근했다. 그 결과 조합원들에 대한 정치사업, 당원화 사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금속노조를 예로 보면, 대협실에서 진보정치와 관련된 사업을 주관했으나 그들은 상층 사업을 주관했지 조합원들의 정치의식 고양 사업은 하지 않았다. 다른 산별노조의 사정은 더 험하면 험했지 결코 낫지 않다.
그 결과 조합원의 4% 미만이 당원화되었고 그것도 민주노총이 조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당원들에 대한 지도력도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이 변혁(이것은 당의 몫이라고 봄)이라는 관점하에 노조를 운영하지 않다보니 당의 운영과 전략적 방향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거나 개입하지 않았다. 소위 정치는 진보정당, 민주노총은 경제투쟁이라는 이분법 또는 양날개론에 빠져 정치를 도외시했던 것이다.
그 결과 당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에 개입, 잘못을 바로잡을 힘을 상실하고 말았다. 즉, 진보정당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를 했으나 무시당하고, 결국 당의 분열을 막지 못했다. 그리고 그 후과를 뒤집어 쓰고, 정치세력화 좌초를 맛보아야 했던 것이다.
5. 정치세력화 좌초의 연쇄반응, 산별노조의 역진
정치세력화 좌초는 민주노총의 분열과 더불어 지도력과 위상을 더욱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민주노총의 방침에 근거, 산하연맹들이 산별노조 건설을 추진한 결과 민주노총의 80%가 산별로 전환되었으나 기업별 요소가 많이 잔존함에 따라 무늬만 산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 내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경우 산하 대공장에서 산별노조로의 전진보다는 후퇴가 이루어지고 있다. 즉,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공공연하게 산별노조 탈퇴를 주장하는 세력들이 나타나고 상당한 지지를 획득하고 있으며 이들은 이 지지를 바탕으로 산별노조의 역진을 추진하고 있다. 산하조직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민주노총이 지도력을 발휘하며 다시금 산별노조가 전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나, 민주노총은 막아낼 힘도, 의지도 없는 상태이다.
지난 2.25국민총파업 때 금속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하였으나 부결되었는데, 주요 원인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파업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로 그들이 내세운 것은 놀랍게도 ‘남의 일에 왜 우리가 파업하냐’는 것이었다. 맙소사! 산별의 정신은 ‘하나됨’과 ‘연대’인데, 이것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6. 정치세력화는 민주노총, 노동운동을 살리는 길
노동자정치세력화는 비단 진보정당을 만드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세력화는 노동자들의 정치의식(계급의식, 연대의식, 자주의식)을 높여내고, 그들을 변혁의 주체로 세워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의식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노동자들의 의식은 높아지고, 투쟁에 참여하는 대열도 늘어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당연하게도 민주노조운동의 최대 문제인 ‘조합주의, 경제주의’에 빠져 변혁을 포기하는 노동자들도 줄어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세력화는 현재 민주노총이 안고 있는 문제, 노동운동이 안고 있는 문제를 극복하는 핵심 처방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이다.
문제해법의 핵심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민주노총이 직접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아웃소싱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챙기겠다는 방침의 선언이 중요하다.
둘째, 조합주의, 경제주의 즉 소위 ‘실리프레임’을 벗어던지고, ‘변혁프레임’을 다시 확립해야 한다.
실리프렘임의 핵심은 물량확보->장시간노동, 심야노동->고임금 확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소위 ‘운동’이라는 것이 없다. 왜냐하면 임금만 많이 따내면 되기 때문이다. 즉, 임금 많이 따내면 되었지 세상을 바꿀 필요없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동자들을 의식화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실리프레임에 갇히면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은 고양되지 않는다. 그 결과 계급의식, 연대의식, 자주의식은 희석되고, 조직력과 투쟁력은 약화되어 민주노총이 위력적인 조직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실리프레임을 벗어던지고 변혁프레임을 확립해야 한다.
셋째, 노동자들에게 다시 희망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 희망은 어떻게 주어야 하나?
우선 정치세력화 재추진에 대한 의지와 함께 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 민주노총 정치위원회를 중심으로 각급단위에 정치위원회를 세우고, 노동자정치세력화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신호를 주어야 한다. 아웃소싱, 외주가 아니라 직접 정치사업을 하겠다는 강한 신호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정치위원회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사업을 해야 한다.
우선 갈라져 있는 정치세력을 하나로 재구성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즉, 민주노총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진보는 현존하는 진보정당을 단순히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제3지대에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진보는 분열과 박근혜정권의 탄압에 의해 이미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제 새로운 틀을 준비해야 한다. 기존 것에 연연해 하면 우리의 목표는 멀어진다.
이때 기준은 과거를 성찰하고, 새로운 진보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자세이어야 한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패권주의자, 분열주의자들은 과감히 배제해야 한다. 현재 상황을 볼 때 민주노총만이 이 일을 할 수가 있다.
현재 진보진영은 ‘...주의, 노선’으로 갈라져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무슨 주의를 신봉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진보진영으로 뭉치게 하는 것이다.
지금 그러한가? 현재 진보는 자신만의 주의를 지킨다고 바둥거리며 우리가 함께해야 할 국민들을 잃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가 신봉한다는 주의를 스스로 훼손하며, 진보가 바라는 사회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진보가 심한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3지대 진보의 재구성은 어떤 노선을 가진 당이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어떤 좋은 작풍을 가진 당을 만들어 국민들과 파트너를 형성 - 엄격히 말하면 국민들로부터 파트너라는 인정을 받고 - 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성찰과 헌신이라는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최근 몇 년 사이 겪었던 진보운동은 ‘노선이 아무리 좋아도 작풍이 좋지 않으면 대중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다’는 것을 아주 뼈저리게 보여주고 있다. 작풍이 좋아야 노선도 사는 것이다.
진보재구성 작업과 더불어 내부적으로는 조합원들에 대한 정치의식 고양사업을 적극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의식수준을 갖고 정치세력화를 달성하기 어렵다. 민주노총은 대대적인 교육사업을 통해 조합원들사이에 만연해 있는 조합주의, 경제주의를 극복시키고 조합원들의 정치의식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넷째, 민주노총은 지역의 시민사회세력, 경제세력 등과 연대하여 지역에서 진보를 재구성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
진보운동의 출발지는 지역이다. 현재와 같이 중앙이 극심하게 분열하고 있는 조건에서 지역에서 진보를 재구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안산시흥진보포럼의 예를 조금 소개하고자 한다.
“안산시흥의 활동가들은 진보운동을 성찰하며, 2013년 3월부터 진보의 재구성작업에 들어갔다. 그들이 한일의 첫 번째는 자신들을 포함하여, 과거 진보를 성찰하는 것이었다. 그 후 그들은 진보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세력 뿐만 아니라 경제, 시민사회세력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지역공동체 구성, 경제공동체 구성, 마을공동체 구성 등을 위한 노력을 진행하면서 진보의 재구성 을 위한 추진주체 형성에 들어갔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거 노선이 아니라 현재 진보의 재구성을 위해 과거를 성찰하고, 헌신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그에 걸맞게 주체를 형성해 갔다는 것이다. 그 결과 통합진보당 당원, 정의당 당원, 탈당자, 시민조직 활동가, 협동조합 활동가 등을 주요 구성원으로 하는 진보포럼을 만들어냈다. 그 진보포럼은 새로운 진보를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