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석 시인은 전업시인이다. 전자메일로 삼백육십오일 시조와 시 해설을 배달하고 있는 시 자체와 같은 시인이다. 부지런함과 끈질김 그리고 문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그 누구도 감히 좇을 수 없다. 1985년《현대시조》로 등단한 이후 시집 『받아쓰기』외5권 시조집 『꽃불』외2권 시조선집 『고양이 걸음』 시론집 『미래를 개척하는 시인 』등을 펴냈다. 본지는 임영석 시인의 시내마천국 (詩川魔天國)을 매일 연재한다./편집자 주
임영석 시인의 시내마천국 (詩川魔天國).12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9월 04일(수) 18:01
부부 강 순
당신은 나의 산 나는 당신의 산
우리는 왜 이 등산을 시작했을까 풋풋하고 순수한 봄날의 첫 느낌 탓이었을까 화려하고 열정적인 여름의 유혹 때문이었을까
제대로 된 등산복과 장비도 없이 무얼 믿고 이 산행을 감행했을까 낙엽이 쌓이고 그 위로 눈이 나리는 아름다운 그림 같은 가을과 겨울을 상상한 걸까
저기, 나뭇가지 위 새끼 참새 두 마리 어미를 향해 주둥이를 벌린다 사랑스런 저 미운 주둥이들 그러나 가끔 하산하고 싶다
언,제,쯤,이,면 서로의 정상에 닿을 수 있는 서로의 산이 될 수 있을까? 결혼 10년차 앗! 암벽 등반이다 ! 발을 옮기기가 두렵다
2005년 『현대문학, 2월호』에서
부부라는 의미는 남녀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일거수일투족 속속들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돼가는 것이다. 삶의 짐도 함께 지고 가야 하고 고통과 행복도 함께 해야 한다. 강순 시인은 부부 생활을 등산으로 비유하고 있다. 산을 오르는 험하고 힘든 걸음만큼 부부로 살아가는 것도 산의 정상을 향해 걸어가는 만큼이나 힘들다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산이 돼 올라야 한다고 말한다. '당신은 나의 산 / 나는 당신의 산' 때문에 서로의 마음의 높이가 어느 높이인지를 가름하고 그 페이스를 잃지 않고 올라야 할 것이다. 강순 시인은 결혼 10년 차에 들어서자 암벽을 마주한 산이라 말한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 모든 부분이 힘들고 고난이 겹쳐 오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부부는 한편으로는 서로의 외로움을 해결해 주지만 때로는 아픔과 고통을 짐 져 주어야 한다. 산도 아름답고 험하지 않은 산은 오르기 편할 것이다. 하지만 악산을 만날 수도 있고, 산은 골이 깊으면 깊을수록 아름답다.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산이라 믿게 하는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서로를 의지하는 마음, 그 마음이 삶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산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삶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게 하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