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야기(5) 중앙뉴스, 2015.4.12.
물- 봄비 같은 생명수
김영철
최근 긴 가뭄 끝에 수일 간 봄비다운 비가 내려 농민들의 걱정을 다소 덜어주어 마음이 놓였다. 물은 산소와 더불어 인간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치수는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국가의 흥망이 걸린 기간사업이었다. 수년 전 4대강 정비사업 시 국토개발과 환경보호의 상반된 견해로 국론분열의 논쟁을 겪기도 했었다.
지구표면에서 바다와 육지의 넓이 비가 7:3 인 것과 마찬가지로 인체의 구성 성분도 약 60%가 물이다. 체내 수분의 1~2%를 잃으면 심한 갈증을 느끼고, 5% 정도 잃으면 반 혼수상태에 빠지고, 12%를 잃으면 생명을 잃게 된다. 사람은 음식을 먹지 않고서는 4~6주 정도 견딜 수 있지만, 물을 마시지 않으면, 신진대사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독소 물질이 배설되지 못하여 1주일 이상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물은 인체 내에서 항상 대사 순환되고 배설되므로, 성인에서는 하루에 2.5리터 정도의 물을 섭취해야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자연에서도 풀과 나무들의 새순이 돋아나기 위해서는 봄비가 내려 대지를 촉촉이 적셔 주어야 한다. 물은 모든 생명에게 봄비와 같은 생명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물은 만물의 근원이라고 설파하였다.
비가 오는 날 창밖을 보고 있으면 옛 그리움에 마음이 젖어든다. 비에 젖은 목련 꽃잎이 커다란 눈물방울처럼 뚝 떨어진다. 창밑에 가득 쌓인 젖은 목련 꽃잎처럼 그리움이 부풀어 온몸마저 젖고 마는듯한, 우수의 정서를 표현한 「봄비」라는 필자의 시를 소개한다.
창밖에 비 오는데 방 안의 내 마음이 젖네
무심한 봄비에 흰나비의 날개가 젖고
빗방울, 점점 무거워져 목련 꽃잎 떨어지네
커다란 눈물방울에 젖은 흰 손수건들이 창 밑에 쌓이네
빗물에 젖은 그리움이 부풀어 온 가슴을 채우네.
물의 역활
물은 수소 2, 산소 1 로 되어 있는 물질이며, 화학식은 H2O 이다. 물은 기체, 고체, 액체일 때 각각 분자의 존재상태가 달라진다. 즉, 기체 상태인 수증기 속에서는 독립된 분자로, 고체인 얼음결정 속에서는 수소결합에 의한 육각결정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액체인 물에서는 공유결합과 수소결합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물은 세포의 형태를 유지하고, 혈액과 조직액의 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영양소를 용해시키고 흡수 운반해서 세포로 공급해 주고, 불필요한 대사 노폐물을 체외로 배설 시켜서 혈액을 중성 내지 약 알카리성으로 유지시킨다. 체내의 열을 발산시켜서 체온을 조절한다. 즉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므로 좋은 물을 마시는 것이 건강 유지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물
좋은 물이란, 간단히 말하면 중금속이나 세균에 오염되지 않은, 맛이 좋은 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의 분자 구조가 6각형의 고리모양으로 되는 육각수가 몸에 좋다. 섭씨 10도 이하로 냉각할 때 육각수가 형성되기 쉽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8~14도 사이에서 가장 좋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몸에 좋은 물을 마시는 요령으로는 아침에 기상하여 식사 20~30분전 공복에 물 한두 컵을 마시면, 밤사이 몸속에 쌓인 노폐물을 씻어내는 효과가 있다.
수돗물을 끓여 마시는 경우, 수돗물에 녹아 있는 트리할로메탄(THM)등 휘발성 오염물질과 세균을 제거할 수 있다. 물을 끓일 땐 결명자나 볶은 보리, 볶은 옥수수를 함께 넣으면 중금속 제거에 효과가 있어 좋다. 끓이지 않고 마실 경우에는, 칼슘, 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이 보존되는 이점이 있다. 물을 끓이지 않고도 수돗물의 염소 성분과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방법으로는, 수돗물을 용기에 받아 반나절 정도 가라앉히거나, 수돗물을 용기에 받은 뒤 녹차 팩을 1~2분 간 담가두는 방법이 있다. 수돗물의 염소 냄새를 제거하는 방법으로는 믹서기에서 5분 정도 강하게 돌리거나, 물 한 컵에 레몬즙을 3~5방울 떨어뜨리면 된다. 그리고 불순물이 비교적 적은 오후의 수돗물을 음료수로 쓰는 방법도 있다.
정수기
흔히 많이 사용하는 정수기로는, 역삼투방식 정수기와 중공사막(中空絲膜)필터방식 정수기가 있다. 역삼투압방식은 삼투압 현상을 반대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삼투막에 압력을 가해 물 분자만 걸러내는 것이다. 필터로 들어가는 물의 수압과 필터 자체의 성능에 따라 다르지만, 중공사막 방식에 비해 10~100배 더 좋은 정수능력을 보이는 대신, 시간당 정수량은 중공사막에 비해 떨어진다. 중공사막 방식은 0.01µm 크기의 필터를 이용해 물속의 각종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방식이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역삼투압 방식의 정수기는 저장 탱크 때문에 미생물의 번식 가능성이 있고, 수돗물 속의 미네랄 성분을 모두 걸러내면서 산성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반면에 중공사막필터방식은 필터기공이 상대적으로 커서 이온성 물질이나 일부 중금속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최근 출시되는 제품들은 이런 단점들이 상당히 개선된 정수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탈수증
탈수증은 체내의 수분 즉 체액이 결핍된 상태를 말한다. 체액에는 수분 외에 나트륨이온, 칼륨이온, 염소이온 등의 전해질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단순히 수분의 결핍에 의한 증상뿐만 아니라 이러한 전해질의 결핍 때문에 일어나는 증상도 나타난다. 탈수증의 증상으로는 갈증이 심하고 몸이 나른하며, 손발 저림과 근육통이 생기며, 맥박이 빨라지고, 두통, 구역질 등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에는 의식을 잃게 된다. 몸무게의 12% 이상의 탈수증은 사망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부족한 체액(수분과 전해질)을 빨리 공급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토가 없는 가벼운 탈수증은 가정에서도 수분을 마시면 된다. 이 경우도 단순한 물보다는 소금을 적당량(물 1리터당 소금 1티스푼) 넣어 마시는 것이 좋으며, 스포츠드링크 등을 복용해도 좋다. 이런 가정에서의 처치에도 호전이 안 되는 심각한 탈수상태이면, 즉시 병원에 가서 수액주사(링거액, 하트만액 등)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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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전문의, 의학박사, 시인 (필명: 김세영), 김영철내과의원 원장, 성균관의대 외래교수,
한국의사시인회 회장, 문학의학학회 이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인권위원, 시산맥시회 고문,
시집 『물구나무서다』『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