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은 신체의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늘 보이는 곳에 가지런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입술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말이 칼이라면 입술은 칼집이다. 칼집은 주인 노릇을 하지 않는다. 그저 주인을 지키는 담담한 역할이 주어져 있을 뿐이다. 그렇다 해서 입술이 갖는 무게가 가벼운가. 아니다. 칼의 무게 만큼 무거운 것이 입술이다. 칼이 존재함으로서 입술이 존재하는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칼을 담는 그릇이되 칼이 칼 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입술이 있음으로 해서 칼이 온전해 진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입술이 칼처럼 무게를 가질 때 비로소 사람의 삶은 온전해 진다.
입술을 변호함에 있어 작위적이지 않고, 그 가치를 드러내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입술의 무거움이 칼의 무거움과 비견될 수 있을까?
입술은 향수를 담는 병마개이다. 꽃잎이 열리지 않을 때 꽃이 어떤 향기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듯 입술이 열리지 않을 때 말이 가지는 사랑스러움과 날카로움을 알 수 없다. 병마개가 열려야 그 향기의를 맡을 수 있으니 닫힌 향수는 무엇에 쓸 수 있으랴. 그러므로 입술을 열게 할 때야 그 진의를 알릴 수 있고 진리가 전달 될 수 있다.
입술은 문지기다. 잠들기 전까지는 창을 비껴들고 세상의 과녁을 향해 나아가는 숱한 색깔의 말을 지켜봐야 하는 문지기다. 무릇 말은 나아가고자 하고 입술은 심중을 헤아려 닫혀 있거나 열려져야 한다. 심중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그말이 과녁에 꽂힐때 슬픔과 연민 기쁨과 환희를 지켜보는 것이 입술이다. 입술은 말로서 정교하게 작동되는 세계를 음미하는 문지기이다.
입술은 지킴이다. 입술 속에서 말은 스스로를 삭히며 자신을 아름답게 가꾼다. 마치 여인이 연인을 문 밖에 두고 하얀드레스를 갈아입는 것처럼 단장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여인은 드레스를 입는 순간의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 언어는 신중하고 사랑의 몸짓 또한 그러하다. 여인의 마음은 떨림과 환희의 중간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드레스로 갈아 입는 짧은 그 시간이야 말로 소중하게 지키고픈 여인의 순결 같은 것이다. 그런 순간을 지키는 것은 입술에게 주어진 최고의 직책일 것이다.
입술은 꽃이다. 사람은 그 꽃에 입맞춤을 하며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므로 입술은 사랑의 통로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어 그 꽃은 열정을 불러 일으키며 격한 사랑의 감정을 불태우는 불쏘시게다. 사람에게 입술이 없다면 꽃이 세상에 없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입술은 음악회의 스피커다. 마음에 울림을 주는 하모니는 스피커를 통해 세미하게 또는 장중하게 온몸을 파고든다. 음악이 없다면 고요함을 어찌 견디며 쓸쓸한 밤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위로를 얻을 것인가.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그 위로야 말로 입술이 주는 한 잔의 차가 아닐까.
입술은 메신저다. 지금 간절히 누군가의 마음을 전해 듣고 싶을 때 사람들은 입술을 바라본다. 입술이 열리는 순간을 기다리며 그 움직임에 민감한 촉수를 들이댄다. 첫 음절이 간절함을 충족하거나 깰 때, 그 입술을 바라보며 기뻐 하거나 실망한다. 메신저는 늘 좋은 경험만을 할 수 없다. 말을 전달하며 묵묵히 견디는 것도 입술의 몫이다.
또한 말은 곧잘 칼에 비유된다. 칼은 살을 베지만 말은 마음을 벤다. 말은 양날의 칼이다. 베기도 하지만 치유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입술은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말이 칼이 되게 하려면 말의집에서 나와야 한다. 말의 집은 입술이다. 누구나 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식을 한다. 말을 하는데 있어 입술의 역할을 긴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에게 입술이 없다면 말을 바르게 할 수가 없다. 성대와 혀로만 말을 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입술이 열려야 말을 온전히 할 수 있다. 칼을 쉬게 하는 것이 칼집이라면 입술은 말을 쉬게 하는 집이다. 칼집에서 칼은 침묵하지만 그 침묵으로 인해 칼의 위력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듯이 입술 속에서 말은 그 힘을 잠시 감출 뿐이다. 사랑하는 여인 곁에서 쉼을 얻듯이 칼이 쉬는 그곳이 바로 여인이다.
마음이 주인이어서 그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나 모든 것을 하는 것이 기실 입술인 것이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가 하듯, 입술은 나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입술은 일상에서 주목 받지 앉는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에는 누구나 입술을 바라본다. 사랑하는 여인의 고백을 들을 때, 죽어가는 이의 마지막 한마디를 들을 때 입술은 빛나는 주연의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므로 없는 듯 있는 입술이야 말로 보이지 않은 향기이다.
흔히 사람의 삶에 있어서 그 요긴함은 주목 받는 칼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보이는 듯 보이지 않은 곳에서 입술 같은 요소요소가 한몸을 이룰 때 비로소 온전해 진다고 믿는다. 숨겨져 있거나 주목 받지 못한 존재처럼 여겨 질 때 삶을 놓아 버리고픈 충동을 느낄 수 있지만 깊이있게 쓸모를 성찰하면 모든 것은 존재 가치를 입증해 낼 수 있다. 입술이 늘 조연만 하겠는가. 입술처럼 빛나는 순간이 있는 것이 인생이다. 오늘 나는 그 입술에게 입맞춤 하고 싶다. 2004. 03. 06
첫댓글 입술의 역할과 중요성
잘 배워 갑니다
고운향기가 나오도록 노력 해야 겠네요
모나코 처럼만 하면 OK...
이쁘고 보드라운 입술에 장두칼집이 어울리지 않으나
입술놀림이 칼놀림과 같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문이군
명심하고 사네만 내입술로 누군가 베이기도 했으리라.
덧붙치면 입술이 없으면 뽀뽀나 물같은 액체를 어떻게 섭취할까? 매우불편 하것구마이.
고이 담아 청산도넷 자유게시판으로 모셔 갑니다,
항상 시인님의 따뜻함에 감사드립니다.
예 그 입술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겠지요. 저는 오늘도 하릴없이 컴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습니다. 커피도 토하면서 저의 한숨은 깊어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