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50405일 Khatmandu 네팔짱
김기경씨의 제안으로 요구르트를 먹으러 가기 위해 5시에 일어난다. 사실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더 자고 싶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6시경 어제 밤의 주역들 그리고 두 아주머니가 추가되어 7명이 김기경씨를 따라 타멜거리로 나선다. 20분 거리라고 한 것이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길을 잃은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우리는 타멜거리의 새벽풍경, 진 풍경을 구경하게 된다. 이
곳에 형성된 새벽시장에는 많은 채소가 나와 있고 사람들로 복잡하다. 새로운 구경거리라 재미있게 생각하는데
기경씨는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해 자꾸 미안해 한다. 그러지 마라. 덕분에
구경을 잘 하고 있지 않냐? 물어 물어 돌다 보니 유명한 더르바르 광장이다.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곳을 실제 두 눈으로 보게 되니 신기할 따름이다. 앉아
구걸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 백일까? 수 천 일까? 비둘기 떼가 광장에 내려 앉아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쪼아먹고 있다. 또
대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곳 저곳에 참배객들이 줄을 잇는다. 그럼에도 나는 의심이 간다. 과연 히말라야 신은 존재하는가? 왜 이들의 삶을 고단하게 만드는가? 아닌가? 나의 편견인가? 세상을
보는 잣대의 기준이 나일 수는 없다. 따지지 말고 아무 생각 없이 보이는 그대로 그냥 보자. 생각지 못한 엄청난 유적지를 만나고 다시 빙글빙글 돌아 드디어 길거리표 요구르트 장수를 찾아낸다. 사발만한 그릇에 담겨있는 요구르트가 70R.다. 모두들 한 그릇씩 사서 들고 일부는 보기에도 지저분한 튀김 과자를 사먹는다.
나는 주변에서 자전거에 싣고서 파는 바나나 한 무더기를 장선생의 도움으로 100R.에 산다. 그리고 10R.에 튀김과자 5개를
사서 먹는다. 먹거리 쇼핑이 아무래도 최고인 듯 하다. 다른
사람들은 다시 길거리표 롤빵을 사먹는다. 나는 빵집에 들러 식빵을
90R.에 산다. 요구르트, 바나나, 식빵 등 합해서 260R.로 아침거리를 푸짐하게 준비해서 돌아온다. 또 다시 소운선생의 도움으로 아내와의 카톡이 이루어 진다. 구석진
곳에 홀로 앉아 눈물을 닦아가며 오랜만의 교신을 한다. 눈물이 한정 없이 흐른다. 그냥 집 생각만 해도 눈물이 흐른다. 내가 지금 잘못하고 있는 걸까? 여행 내내 아내에게는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장선생에게 여분의
펜을 얻는다. 네팔짱 사장이 나타난다. 무척이나 반갑다. 이제야 서울에서 가지고 온 김을 전달한다. 방이 부족하여 4층에서 다른 건물 1층으로 옮긴다.
두 개의 방으로 나누어져 있고 한 방은 이미 세계 여행자 강석진이 차지하고 있다. 모든
짐을 풀고 안나푸르나에 가지고 갈 것과 두고 갈 것을 심사숙고 하여 장시간 동안 분리한다. 침낭을 뺐더니
배낭이 너무 홀쭉하다. 다시 침낭을 챙기니 모양새가 그럴 듯하다. 그런데
좀 무겁다. 어쨌든 이미 혼자 출발한 거나 다름 없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밖에 나간다. 장선생과 김기경 등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점심식사
제안에 따라 나선다. 부티 나게 안심과 바비큐를 주문해 먹는다. 7-8천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맛도 훌륭하고 분위기도 훌륭하고 서비스도 만족스럽다. 저녁에 또 오기로 약속하고
돌아온다. 다음은 TIMS와 PERMIT을 만드는 일이다. 택시를 타고 Nepal Service Center를 찾아간다. 처음 택시기사가
내려준 곳은 공원입구 같은 곳이다.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경찰에게 길을 물으니 바로 근처이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남이 하는 것을 눈치 봐가며 따라 한다. TIMS신청서를
작성하고 사진 두 장과 2006R.를 낸다. 잠시 후 바로
발급된다. 신기하고 신통하고 나 스스로 자랑스럽다. 다음은 ANNAPURNA PERMIT이다. 이것도 생각보다 간단하다. 접수를 맡은 남자가 내가 한국인임을 알고 ‘안녕하세요’한다. 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반갑고 고맙다. 2000R.에 PERMIT도 바로 발급된다. 나 혼자 일을 처리했다는 게 참으로 재미있다. 다시 택시를 타고
네팔짱으로 돌아온다. 마지막 남은 일은 베시사하르행 버스를 타는 일이다. 아마도 예매를 하는 게 좋겠단다. 얼른 택시를 타고 New Bus Park로 가서 버스표를 예매하고 돌아온다. 그런데 택시
기사가 당초의 약속 250R. 와는 달리 돌아서 왔다며 300R.를
달라고 한다. 그것은 자기 잘못이지 내 잘못이 아니다. 250R.만
지불하고 네팔짱으로 들어가니 6시가 약간 넘었다. 점심 멤버가
모두 모여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보자 바로 식당으로 간다. 김기경부부와 장선생, 나 그리고 강성진과 이라현 이다. 환갑잔치 기념이란다. 고맙고 즐거운 시간이다. 보드카는 김기경이 점심 때 남은 돈으로
사왔다. 약간의 취기가 돌고 기분이 좋다. 돌아오는 길에
여분의 돈으로 맥주 4병과 약간의 안주거리를 산다. 숙소로
돌아와 부부방에서 2차를 한다. 강성진과 이라현은 빠지고
팀에서 이탈한 김선생이 찾아온다. 그는 계속 팀에 대해 불만이 많은 모양이다. 내일 아침 만남이 어려울 것 같아 이별인사를 미리 한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진다.
이 곳에서 생각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니 영화보다 재미 있고 소설보다
흥미진진하다. 26세의 동아대생들이 쿰부히말라야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들을 보니 두현이가 생각난다. 어제 만난 한 학생은 안나푸르나를
다녀오고 인도로 간다고 한다. 이틀 동안 네팔짱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들 대단하고 신기하다. 특히 장선생은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다. 백성이 나 하나뿐인 여왕님이라고
불러주니 아주 즐겁고 좋아하는 표정이다. 처음에는 나를 김선생님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오라버니라고 하는데
정말 동생삼고 싶을 정도로 애교 만점이다. 김기경 부부는 일부러 틈을 내어 일년에 한 번씩 이 곳 히말라야에
온다고 하는데 고소증세가 남들보다 심한 것 같다. 강성진과 이라현은 각자 여행을 다니다 네팔짱에서 만나
함께 터어키와 이스라엘로 여행하기로 했단다. 둘 다 38세인데
강성진은 말이 없고 조용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 다니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이라현은 집을 정리하고 돌아다닌다고 했다. 내 기준에서 보면 참으로
별스런 인생이다. 인터넷으로만 만나던 방랑자들을 실제로 만났다는 것이 내게는 더욱 신기하고 아름답고
부럽다. 장선생은 나와 뜻이 같다며 다음 생에서는 둘이 만나 함께 돌아다니자는 것이다. 비구니 둘라는 눈 인사만 하고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김기경을
통해 들은 이야기는 지난주에 교통사고를 당한 한국인이 바로 이 스님들과 같은 절에 있었다는 것이다. 슬픈
일이다. 거리의 택시기사는 마치 혼란과 혼돈의 거리에서 신기 묘기 대행진을 하는 것 같다. 인간계가 아닌 지옥계다.
첫댓글 김선생님! 오랜만입니다. 이젠 몸도 완전 회복되시고 건강하시죠? 혹시나 싶어 카페에 들어와보니 이렇게 많은 산행글들이 올라와 있네요.오늘 종일 틈틈이 빈 시간에 랑탕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어딘지도 잘 모르면서 읽어도 재미 있네요.
생생한 현장감이 실감 나는듯 합니다. 사진의 풍경은 꼭 알수 없는 태초의 고향같네요. 대단하신 체력과 좋은 경험 등이 정말 부러울 따름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언제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집시다. 질 지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