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취산
2016. 4. 2(토)
산길 : 둔덕고개~호랑산~사근치~△436.6~봉우재~영취산~상적(예비군훈련장)
거리 : 9.4km / 04:00
여수영취산.gpx
국내 3대 진달래군락지중 하나라는 여수 영취산을 찾았다.
여수시에서 개최하는 진달래축제 기간중이었으나 완전히 개화하지 않은 탓도 있겠으나 내 눈에 그리 장관으로 들어오진 않는다. 물론 꽃산행은 시기가 중요하다. 꽃잎이 완전히 열리는 만개 날짜, 날씨, 그리고 시각이 맞아야 제대로된 감동을 느낄 수가 있겠다.
그렇다고 날짜가 맞지않다고 내일, 모레 다시 갈 수도 없는 산이다. 늘 그랬지만 모든 조건이 맞는 때는 다른 변수가 있다. 나만 그 때를 기다리나. 온 조선사람들 모두가 물때를 맞추고 있다. 전날 산에 올라가 한박하고 사람들 올라오기 전에 둘러보고 내려가는 방법이 있긴하다만, 그런 열정이 남아있기나 하나. 안보고 말지...
그런데 정작 내 관심을 끈 놈은, 진달래가 아니라 영취산 정상석이다.
뭔 글자고?
진례봉은 한 번에 읽겠다만, 옆에 적힌 글은... 영취산이라 적은건가? 靈鷲山
영취산 진례봉이라...
아래 지도 (進禮山)진례산이라 표기된 곳. 509.7m
2013 onMap
2013 년 국토지리원 지형도에는 삼각점이 있는 436.6봉이 영취산이고, 509.7봉은 진례산으로 표기되었는데,
2014년 발행된 지리원 지형도에는 진례산이 아니고 영취산이다. 진례산은 없다.
2015 onMap
사람들이 헷갈려한다.
삼각점봉(436,6)을 영취산으로, 영취산(509.7)을 진례산으로 알고 있거나, 어느게 어느건지 모르겠다거나.
어찌된건지 나름대로 히스토리를 추적해봤다.
원래는 509.7봉이 영취산이었다. 여수반도에서 가장 높기도 하고, 조선지형도에도 영취산으로 나온다.
1917 조선지형도
2012년 지형도에 영취산이 진례산으로 바뀐다.
그 연유는 알 수 없으나 여수지역에 한 벼슬하는 어르신들이 옛문헌을 근거로 그런 작업(!)을 하지 않았나 추정이 된다.
동국문헌비고에 따르면...
영취산은 흥국사 동남쪽에 위치한 439m 봉우리고, 동북쪽 봉우치 왼쪽에 있는 510m봉이 진례산으로 기록됨
동국문헌비고 몇 장 몇페이지에 그렇게 기록된지는 찾지 못하겠다만, 동국문헌비고는 지리서가 아니라 당시의 제도와 문물에 관한 기록이다. 그리고 옛 문서에 439m, 501m 라는 표현이 나오기나 하나.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을 찾아보니, 진례산이 나오기는 하나 현재의 어느 산을 말하는지 특정하기는 어렵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전라도(全羅道) 광양현(光陽縣)
동쪽은 경상도 진주 경계까지 58리, 남쪽은 바닷가까지 6리, 서쪽은 순천부(順天府) 경계까지 13리, 북쪽은 같은 부 경계까지 8리이며, 서울과의 거리는 8백 70리이다. 【봉수】 건대산(件臺山) 봉수 현의 동쪽 18리에 있으니 남쪽으로 순천부(順天府) 진례산(進禮山)에 응하고 서쪽으로 같은 부 성황당산에 응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전라도(全羅道) 순천도호부(順天都護府)
동쪽은 광양현(光陽縣) 경계까지 15리요, 북쪽은 같은 현 경계까지 25리요, 남원부(南原府) 경계까지 60리요, 곡성현(谷城縣) 경계까지 36리이고, 남쪽은 바닷가까지 35리요, 서쪽은 낙안군(樂安郡) 경계까지 31리요, 동복현(同福縣) 경계까지 83리이고, 서울과의 거리가 8백 34리이다. 【산천】 인제산(麟蹄山) 부의 남쪽 4리에 있는 진산(鎭山)이다. 일명 건달산(建達山)이라 하며 옛 성터가 있다. 조계산(曺溪山) 부의 서쪽 80리에 있다. 계족산(鷄足山) 부의 북쪽 45리에 있다. 난봉산(鸞鳳山) 부의 서쪽 4리에 있는데 옛 성터가 있다. 원산(圓山) 부의 북쪽 6리에 있으며, 삼봉(三峯)이 있다. 모후산(母后山) 부유현(富有縣)에 있다. 또 동복현(同福縣)편에도 보인다. 송광산(松廣山) 부유현(富有縣) 서쪽에 있다. 진례산(進禮山) 부의 동쪽 73리에 있다. 해룡산(海龍山) 부의 남쪽 10리에 있다. 구현(鳩峴) 부의 북쪽 30리에 있다. 백야곶(白也串) 부의 동쪽 60리에 있으니 둘레가 1백 15리인데 목장(牧場)이 있다.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의 표현이 이런 식이다. '부의 동쪽 75리'
순천부에서 보면 방위각 160도로, 동쪽이라기보다는 남쪽이다. 백야곶은 더 남쪽 아래인데, '부의 동쪽 60리'로 진례산보다 더 가깝다는 표현이다.(아래 대동여지도)
옛문서의 표기 방식(수준)을 고려해야 함이 당연한데, 유독 '진례산' 세 글자만 눈에 띄였는지 모르겠다.
대동여지도를 보면 진례산과 그 아래에 영취산이 있다.
현재 지도와 비교하기는 무리지만, 봉수대가 표시된 진례산보다, 영취산이 더 높고 큰 산으로 그려져 있다. 다만 흥국사 바로 뒷봉이 진례산으로 보이긴 한다마는 흥국사의 정확한 지점도 불분명하고, 위에서 이어진 산줄기로 보면 진례산이 안쪽이고 영취산이 바다쪽 끝지점으로 나타난다.
어쨌거나, 2014년 지형도에는 다시 원래대로 진례산은 지워지고 영취산이 살아났다. (위 2015 onMap)
국토지리원 지명검색에 '진례산'을 검색하면 '정보없음'으로 나온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명검색
영취산(Yeongchwisan) [분류] 자연지명 > 산 > 산지
[한글주소] 전라남도 여수시 중흥동 산190-11
[지명요람] 三日邑의 중앙에 있는 山(510)으로 麗水半島에서 가장 높다. 서쪽 산록에 興國寺가 있고, 그 末寺인 兜仙庵, 圓通庵 등이 있다.
현재 인터넷에 떠도는 영취산 지도가 중구난방이다.
영취산, 진례산, 영취봉, 진례봉...
여수시에서 설치한 정상석이 저 모양이니 사람들이 헷갈려 할 수밖에 더 있나. 여수시는 '국내 3대진달래 군락지'만 광고할게 아니라 산이름 제대로 잡아주기 바란다. 실제로 그날도 봉우재에서 영취산이 어디냐 묻는 사람들에게 누구는 오른쪽을 가리키고, 누구는 왼쪽을 가리키더라.
정상석의 글자를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쉽게 새겼더라면 (영취산 진례봉) 그나마 덜 헷갈릴텐데, 무슨 글자인지 읽지를 못하니 그 봉은 '진례봉'으로 밖에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그 '영취산 진례봉'에서 내려오는 누구도 자신이 영취산에서 내려가는줄을 모르니 이 어찌 한심한 일이 아닌가.
77번국도. 둔덕동 고개
호랑산 둘레길
호랑산 (482.5m △광양453)
맨 끝봉이 영취산
신라 화랑이 여기까지 왔다고라고라?
얼마나 효자였으면 비석에 효자라 새겼으까... 孝子同福吳公
사근치
여수소방서 영취산 표시는 맞다
436.6m(△광양312)
2012년 지도에 '영취산'으로 표기된 봉우리
이 표지목을 보고 사람들은 영취산이 맞단다.
[현위치 - 정상 / 영취산04-02지점]
남쪽 건너편 봉화산
아직 쪼까 멀었어라~
시루봉
영취산
봉우재
왼쪽 흥국사, 오른쪽은 상남초등학교
영취산 정상석 (영취산 진례봉)
줄이 얼마나 긴지,
아쉬운대로 이거라도...
예전에는 이 작은 정상석만 있었는데, 어느날(2013) 큰 정상석이 새로 설치되었다.
※정상석 배경 출연진은 글쓴이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묘도대교
앞에 보이는 섬이 묘도인데, 묘도 저쪽편에 이순신대교가 생겼다. 광양에서 이순신대교, 묘도대교를 건너면 바로 영취산이다. 저 다리가 생기기 전에는 순천으로 돌아와야 했는데, 영취산이 그만큼 가까워졌다.
맨 우측 뾰족한 호랑산에서 여기까지,
가마봉에서 왼쪽으로 하산,
우측 멀리 남해 망운산이 희미하다.
뾰족한 호랑산에서~ 영취산까지
정유공장 탱크, 연기가 그림 베린다
천주산보다 몬하다...
두견새가 슬픔으로 밤낮 없이 피를 토하며 울어 그 피가 꽃을 물들였다고 두견화라 한다...는 전설이 있던데,
우리회사 중국통역담당한테 물어봤다.
"진달래를 중국말로 뭐라하노?"
"뚜겐화"
두견새가 피를 토하고 어쩌고 했더니, 처음 듣는 이야기란다.
지도에 없는 임도를 건너
예비군 훈련장으로 내려간다
예비군 훈련장 앞 도로에서, 우측은 축제행사장, 왼쪽은 대형버스 주차장
축제장에는 가 볼일도 없이 좌틀했다.
조선에 축제장 치고 가볼만한데 있더나...?
첫댓글 영취산의 이름에 진례산이 더해져서 사람들 혼돈스럽게 만든 것을 알기 쉽게 정리해 놓으셨네요....
예전에 저도 영취산 오를때 많이 혼란스러웠는데 이제야 확실하게 알겠습니다.감사합니다
한 때 두견주 잘 못 마시고 이 좋은 세상 못 보구 아웃 되신분들 계시쥬
난 성질 상 사람 북적대는 곳은 못가니 영취산 진달래 보기는 글렀따 .... 거쥬
덕분에 진달래 군락지 여수 영취산의 멋에 빠져듭니다.
영취산, 호랑산에서의 운치있는 조망도 드러납니다.
유래에 얽힌 지명담을 즐감합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