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은 신앙의 기초
교회의 삶의 신비
1. 부활절과 빠스카(Pascha)
부활절은 교회력 중에서 가장 오래된 절기이며 기독교의 3대 축제일 중 하나이다. 부활절은 원래 그 전야와 부활절 당일을 합하여 '빠스카'라고 불렀는데 그 전날 일몰부터 부활 새벽까지 드리는 철야예배는 성서 낭독, 시편 찬양, 기도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때에 회심자들을 위한 세례식이 있었고 성만찬 예식도 거행되었다 빠스카는 십자가와 부활을 하나의 전체로서 경축하는 것으로, 이는 초대 그리스도인들이 그 두 가지를 나눌 수 없는 하나로 보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순절이 확립되었고, 4세기말경에 성(聖)금요일이 십자가 수난을 기념하는 날로 확립되면서 원래의 빠스카 주제(Pascha theme)가 나뉘어져서 오로지 부활절에는 부활의 주제만 남게 되었다.
최근에는 초대교회의 전통을 살려 빠스카 주제의 원형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왜냐하면 사순절과 성 고난 주간과 성금요일을 부활절로부터 분리시킴에 따라 십자가 수난과 부활의 본질적인 일치가 깨어졌기 때문이다. 부활은 십자가를 전제해야 하며 십자가는 부활로 완성되는 것이 우리 믿음의 핵심이기에 이 둘은 분리할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2. 부활절과 오순절(Pentecost)
초대교회는 부활절을 재림신앙과 밀접하게 연관시켰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승천 후에 재림 때까지 그리스도의 영적 실존을 상징하는 "또 다른 보혜사"인 성령의 강림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부활절의 연장으로서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은 "하나의 전체로서의 50일"이라는 개념을 낳았고 부활의 날부터 성령강림의 날까지 50일간 전체를 부활절로 여기게 되었다.
이 기간을 "성대한 오십일 간(the great fifty days)"이라고 부르며 오순절이라고도 하는데, 이 절기에 해당하는 영어 이름인 '이스트'는 튜튼족이 받들던 봄의 여신(女神)인 '에오스터'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당시에 사월 달에 해당되던 부활절을 이 이름을 따서 부르게 되었다.
이 시기의 모든 주일들은 따라서 '부활주일들'이라고 불려지는데, 부활절 첫째 주일, 부활절 둘째 주일 등으로 명명하기도 한다. 그 절기의 색깔은 성령강림절만 제외하고 축제의 색깔인 백색이다. 성령강림절에는 성령의 불을 상징하는 적색을 사용한다.
3. 부활절과 주일(Lord's Day)
부활은 신앙의 기초이며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부활 앞에서는 고난과 슬픔, 질병은 물론 죽음조차도 의미가 있다. 반대로 부활이 없으면 어떤 것도 무의미하다. 부활이 없다면 나머지 절기는 성탄절이든 주의 만찬이든 심지어 십자가 수난까지도 무의미한 것이다. 부활이 없다면 예수는 죽은 예언자 하나에 불과했을 것이다.
이 부활의 사건과 그것이 드러내는 신비가 교회의 삶에 있어서 그토록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리스도인들은 일요일을 '주의 날'로 지키는 관습을 갖게 되었는데 이는 일요일이 그들의 새 삶이 시작된 첫날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그리스도인은 그 날을 따로 구별하였으며 함께 모인 그 신비를 경축하고 그리스도의 현존을 알려주는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기회로 삼았던 것이다.
4. 부활절과 세례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세례를 부활과 밀접히 연관지었는데, 세례를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필적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물 속에 잠기는 것은 상징적인 죽음으로 이해되었고, 물에서 떠오르는 것은 부활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부활절기에 세례 받을 준비를 하는 사순절이 발전하게 된 토대가 되었으며, 부활 전야의 예배는 지금도 세례를 받기 위한 특별한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세례는 그리스도의 승리의 결과에 동참하게 만드는 것이다.
5. 부활절의 풍습
초/부활절 예배는 언제나 아름답고 호화롭게 꾸며졌다. 풍성한 꽃과 화려한 음악, '알렐루야, 그리스도가 부활하셨다. 주 참으로 부활하셨다. 알렐루야'라는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진다. 이 부활절 예배의 중요한 상징이 빛이다. 교회는 일출 때 예배를 드려 감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였는데 어둠에서부터 점차로 밝은 빛으로 옮겨가는 것이 그 날의 의미를 쉽고도 생생하게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부활절 전야 철야예배는 여러 초를 밝혀 빛의 의미를 살리려 하였다.
달걀/새 생명과 부활을 나타내기 때문에 부활절과 관련되게 되었는데 고대 이집트나 페르시아에는 달걀을 물들여 장식해서 봄의 도래를 경축하는 선물로 교환하곤 하였다. 중세기 동안 유럽의 여러 지역에도 부활절 달걀을 붉게 물들이고 이웃들이 그것을 함께 깨뜨리며 부활절 인사를 교환하곤 하였다. 달걀을 축복하고 선물로 교환하는 것이 당시에 아주 유행이 되었기 때문에 부활절 날이 종종 달걀주일이라고까지 불리게 되었다.
백합과 트럼펫/생명의 소생을 나타내는 꽃들은 오래 전부터 부활절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가장 애용되는 것 중의 하나가 전통적인 부활절 백합이다. 그 이유는 꽃이 백색인데 이 백색은 정결을 상징한다고 믿었으며, 그 꽃의 형태가 기쁜 소식을 알리는 트럼펫과 같은 모양이기에 부활의 기쁜 소식을 알리는 상징의 의미가 첨가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인 들은 오늘날에도 부활절 연주에 흔히 동원되는 트럼펫을 화려하게 꾸며서 연주하기도 한다.
6. 왕관과 승리의 십자가
부활절을 경축하기 위하여 아주 많은 상징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어떤 것은 봄의 제의(祭儀)에서 기원한 것도 있지만 대다수는 유대 기독교적인 유산으로부터 유래한 것들이다. 십자가는 원래 수치의 상징이었지만 그리스도의 희생과 승리를 나타내는 보편적인 상징이 되었고 이에 따라 그리스도의 상징이 되었던 것이다.
이 절기 동안 보통의 라틴 십자가를 부활절 장미들로 장식하기도 하지만 이 절기에 특별히 알맞은 십자가는 고난받은 그리스도의 상(像)이 아닌 왕이신 그리스도, 즉 왕관을 쓰고 왕권을 나타내는 복장을 입고 있는 승리자 그리스도상(像)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문성모 총장·대전신학대학교 >(교회연합신문 436호) 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