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 연습에 대해 3번에 걸쳐 얘기했지만 받침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어 제대로 된 해독 연습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받침없는 단어--> 받침있는 단어(음운현상 (-)) --> 받침있는 단어(음운현상 (+))--> 겹받침있는 단어 순서로 해독연습을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받침만 어려워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받침 공부에서 발목 잡혀서 한글이 잘 늘지않고 책 읽기 싫어하고 쓰기 싫어하는 학생은 자주 보입니다. 좋은 받침 공부 방법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2. 글자의 짜임 알기
3. 단어와 문장 4. 받아쓰기
난단다. /윽/ 이라고 소리가 난단다. 한번 따라해 보렴.
이걸 기억하려면 글자 이름 '기역'을 떠올리면 된단다. /기윽/ 이라고 기억해 보자. 위에 나오면 /기/(모음은 아주 약하게 발음)아래에 나오면 /윽/ 으로 소리가 난단다. /니은/도 마찬가지로 위에서는 /니/(모음을 아주 약하게 발음) 아래에서는 /은/ 소리가 난단다. 디귿, 리을, 미음도 모두 마찬가지지. 글자 이름이 어떻게 읽는지 알려준단다.
'바' 글자를 가리키면 이거 어떻게 읽지. 그래 맞아 /바/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바' 밑에 아이 보고 'ㄱ' 써 넣은 다음 /박/으로 읽어라 하면 아이는 통째로 보고 외웁니다. '바' 와 'ㄱ'이 떨어져 있다가 점점 다가와서 합쳐지는 느낌을 주도록 교재를 준비해야 합니다. 자석 글자를 준비하던지, 종이카드를 준비하던지 눈으로 차례로 보면서 /바/-/윽/ 발음하다가 점점 가까이 붙이면서 발음도 동시에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시각적으로도 두 글자가 합쳐지고 청각적으로도 합쳐지는 느낌을 가지면 좋습니다. ( 순서에 맞추어 /가/ 에 /윽/ 을 붙여서 발음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붙여서 발음하기 어렵습니다. ) 엄지손가락에 '바' 라고 쓰고 집게 손가락에는 'ㄱ'이라 쓴 다음 엄지와 집게를 점점 가까이 마주대면서 발음하는 활동을 가져보아도 좋습니다.
받침의 소리를 다 배웠으면 받침 별로 단어,문장 수준의 읽기 연습을 합니다.
이어서 필요한 연습은 변별연습입니다. 아이들이 혼동하기 쉬운 받침의 쌍은
ㄱ-ㄷ-ㅂ 과 ㄴ-ㅁ-ㅇ입니다. ㄴ-ㅁ-ㅇ을 듣고 구별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이건 마치 종을 땡하고 친다음에 종의 소리를 멈추는 것과 같습니다. 부드러운 손바닥이나 헝겊을 이용해서 멈추면 ㄱ-ㄷ-ㅂ처럼 바람이 한번에 멎고
금속같이 딱딱한 부분으로 멈추면 남은 소리의 여운이 있습니다. ㄴ-ㅁ-ㅇ이 비음으로 분류되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먼저 받침소리를 발음하면서 입모양의 위치와 코에서 바람이 나가는지를 확인해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예를 들어 반-밤-방 글자 3개를 써 놓고 3개중 한개를 무작위로 불러주면서 변별하게 하는 것도 좋은 연습이 됩니다. (이런 연습도 음운인식훈련으로 분류됩니다.) 그리고 반밤방방밤반 같이 연속해서 비슷한 받침을 발음해 보는 것도 음운인식에 도움이 됩니다.
이어서 7종성 원리에 따라 다른 자음의 소리로 발음나는 받침을 배웁니다. 예를 들어 ㅍ은 받침에서 /읍/ 소리로 나고 ㅋ은 받침에서 /윽/ 소리로 난다는 것입니다. 같은 받침끼리 모아서 단어, 문장 수준에서 읽기 연습을 하고 여러 받침을 섞어서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잘 고안된 교재가 필요합니다.) 받침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무릅'으로 쓸지 '무릎'으로 쓸지 고민되는 경우처럼 발음이 같은 단어를 맞춤법에 맞게 쓰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됩니다.(소리만 가지고는 철자를 알 수 없는 단어의 쌍을 따라 노트에 모아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릅-무릎, 저녁-저녘, 돛단배-돗단배-돚단배, 끝-끗-끋)
이어서 (어른조차도 어려워한다는) 겹받침 읽는 방법을 가르치고 연습시켜야 합니다. 이러한 공부도 넓게 보면 파닉스 수업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글자와 소리의 관계를 가르치는 것이니까요. 이어서 단어,문장 수준에서 적용해서 읽어보는 것을 해독연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연습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영어권 난독증 아이들은 파닉스 수업을 하는데 2년 정도를 투자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성질이 급해서 영어를 할 때도 파닉스가 속성으로 2-3개월만에 완성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글의 경우에는 그 현상이 더욱 심해서 심지어는 파닉스 공부가 필요없다고까지 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글의 경우도 영어보다는 적게 걸리겠지만 받침-7종성-음운현상-겹받침 순으로 파닉스를 공부한다면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이 읽다보면 저절로 터득하는 것 아니냐 라고 질문한다면 고급 수준의 음운인식능력이 완비되어 있어서 읽는 것과 동시에 자가학습(self-teaching)이 가능한 경우에만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닭고기' 라는 단어를 책에서 보면 우리가 흔히 듣는 /닥꼬기/ 라는 말소리를 떠올리며 '닭' 을 /닥/으로 읽는 다는 것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닭이' 라는 어절을 보고 /달기/라고 읽을 수 있을 것이고 /달기/ 에서 /ㄹ/ 소리와 /ㄱ/소리가 모두 '닭'의 받침에서 온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우칠 수 있다면 자가학습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급 수준의 음운인식능력이 준비되지 않은 학생은 그렇게 하지 못 합니다. 그래서 '닭고기'를 읽어보라 하면 /닥꼬기/로 제대로 읽지만 받아적어 보라고 하면 '닥고기'라고 쓰는 아이도 있고 '닳고기'라고 쓰는 아이도 있습니다. '닳고기' 라고 쓰는 아이에 주목해 봅시다. 아마 단어가 눈에 익었는데 받침은 너무 작으니 ㄺ 인지 ㅀ 인지 헷갈렸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잘 쓰지 못한다면 '닭고기'란 단어는 이 학생에게 일견단어가 아닐 것입니다. 또 '닭'을 읽을 때 앞의 받침인 ㄹ로 읽을지 뒤의 받침인 ㄱ으로 읽을지 고민해 본적이 없었다고 보아야 겠습니다. 머리 속에서 그냥 (닭고기) 란 단어 통째로 /닥꼬기/라는 발음과 통째로 연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발음법칙에 대해 혼자 나름의 법칙을 앞으로도 발견못 하고 기계적 암기와 추측읽기에만 의존할 확률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겹받침 읽기 얘기입니다. 겹받침은 읽는 것도 어렵고 맞춤법에 맞게 쓰는 것도 어렵습니다.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의 겹받침을 제대로 쓴다면 난독증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렵습니다.
오른쪽의 겹받침 발음 법칙에 따라 겹받침 마다 하나하나씩 단어,문장,단락 수준의 읽기 연습을 받아쓰기 연습과 함께 충분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겹받침 공부할 때 읽기 쉬운 표기법과 쓰기 쉬운 표기법이라는 개념을 동원하면 좋습니다.
꽃이 꽃도 꽃만
꼬치 꼳도 꼰만
바블 마니 머거써요
바블 만이 먹어써요
밥을 많이 먹었어요
위의 예문을 한줄씩 각각 읽으면서 차이에 대해 아이와 얘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글 맞춤법 원리 중에서 1항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한다입니다. 아이가 소리에 맞게 쓰는 실수를 한다면 단순히 틀렸다고 지적하지만 말고 쓰기 쉬운 표기법으로 했다고 말해주고 읽기 쉬운 표기법도 함께 생각해보라고 하면 좋습니다.
이 정도는 반복하다보면 당연히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거나 외우기만 하면 될거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다 보면 결국 시간이 더 걸리고 돌아가게 됩니다. 한번 잘못 기억하면 다시 고치는데 10배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주 당연해 보이는 것도 일일이 가르쳐주는 것이 결국 익숙해지는데 걸리는 시간을 줄여주는 셈이 됩니다. 그리고 파닉스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은 음운인식능력을 역으로 좋아지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일석이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