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황순원
● 줄거리
의붓어머니에게 자란 아홉 살 난 사내 아이는 어느 날, 동네 과수 할머니로부터 자기의 못생긴 누이가 죽은 어머니를 닮았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사내 아이의 생각 속에 남아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예쁜 어머니였다. 단지 죽은 어머니와 자기가 누이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죽은 어머니가 그렇게 못생겨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사내 아이는 누이의 애정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사내 아이는 누이에 대한 혐오감과 반발이 심해져서 누이의 호의를 번번이 뿌리치는 한편, 누이에게 공격적이 된다. 누이가 만들어 준 헝겊 각시 인형을 버린다든지, 당나귀에서 떨어진 아이에게 애정을 보이는 누이의 호의를 거부한다든지, 누이가 건네준 옥수수를 버린다든지 하는 등 누이의 애정을 번번이 물리치는 것이다. 또한 이복 동생을 업고 있는 누이에게 다가가 이복동생의 엉덩이를 꼬집어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어느 날 소년은 예쁜 소녀를 알게 되지만 곧 실망을 느낀다. 소년의 누이에 대한 반발은 누이가 시집갈 때까지 계속된다. 그러나 시집간 누이의 부고를 받게 된 후에는 누이를 추억하게 된다. 누이가 만들어 주었으나 파묻어 버린 헝겊 인형을 찾으려 하지만, 이미 썩어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과거 누이가 사내 아이에게 베풀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하면서 사내 아이는 누이에 대한 그리움과 미움으로 어쩔 수 없어 하는 것이다. 사내 아이가 열네 살 때였다. 그러나 끝내 사내 아이는 왼쪽 눈에 내려온 누이의 별을 몰아 내면서 오른쪽 눈에 내려온 어머니 별과의 동일시를 거부하고 만다.
● 등장인물
소년 :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의고, 어머니의 영상을 찾아 방황한다. 누이의 죽음을 통해서 그 누이의 사랑을 새롭게 깨닫는다.
누이 : 소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어머니 같은 존재
● 핵심정리
갈래 : 순수 소설, 단편 소설, 성장 소설
성격 : 동화적, 신비적
경향 : 소년의 내적 체험을 심리주의적 수법으로 묘사함.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배경 : 시간 - 해방 이전의 어느 가을(구체적이지 않다)
공간 - 대동강변 어느 작은 마을
제재 : 죽은 어머니를 신성시하는 아이가 누이의 죽음을 통해 겪게 되는 성장과정
주제 : 현실에 대한 자각과 그로 인해 성숙해 가는 인간 삶의 근본 문제
죽은 어머니를 신성시하는 아이가 누이의 죽음을 통해 겪게 되는 성장 과정
● 황순원
평남 대동 출생.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과 졸업. 경희대학 교수, 예술원 회원을 역임함. 1931년 [동광]지에 시 '나의 꿈'을 발표 한 후 문단에 등단. 1934년 첫 시집 {방가(放歌)}를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활동함. 1935년 [삼사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시와 소설을 함께 발표하고, 1940년 단편 소설집 {늪}을 간행하면서 소설에 전념하였다. 해방 후에는 교직에 몸담으면서 [독짓는 늙은이](1950), [곡예사], [학], 등의 단편과 [별과 같이 살다](1947),[카인의 후예](1953), [인간접목](1955) 등 장편소설을 발표함. 그의 작품 세계는 시적인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치밀한 문체와 스토리의 조직적인 전개를 그 특징으로 삼고 있다. 그의 문체는 설화성(說話性)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작가는 인간의 본연적인 심리를 미세하게 묘사하는가하면 , 비극적인 현실을 심원한 사상이나 종교로서 감싸고 이해하려는 주제 의식의 확대를 보여주고 있다.
● 해설 1
누이의 동생에 대한 섬세한 마음 씀씀이도 그렇거니와 그에 대한 아우의 거부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진 이 작품은 한 편의 서정시와 동화를 떠올리게 한다. 소위 '성장소설'의 하나로 판단되는 이 작품은 누이의 죽음이라는 경험을 겪은 후에야 '모성고착(Motherfixation)'으로부터 벗어나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이 성숙하게 된 사내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즉 '성장과 찾음'이라는 유형의 이야기이다.
9개의 에피소드로 진행되는 사내 아이의 누이에 대한 미움은 사실은 미움이 아니라 죽은 어미에 대한 깊은 그리움의 역설적 표현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불필요한 대화의 생략과 암시를 통해 아이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어 심리주의적인 경향을 보인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지극히 평범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아동 문학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나, 작자가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자기 조성과 성숙 이전의 인간의 삶의 근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해설 2
'별'은 죽은 어머니의 이미지를 찾아 헤매는 한 소년의 마음의 방황을 그린 작품이다. 어렸을 때 여읜 어머니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찾아 헤매는 소년은 현실 속에서 어머니의 영상을 찾으려는 강한 집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은 실현될 수 없는 꿈이다. 그러다가 미움의 대상이었던 누이의 죽음을 계기로 누이의 참사랑을 인식하게 된다. 그것은 의식의 성장을 의미한다.
누이를 미워하고 누이가 만들어 준 인형을 땅에 묻어 버리는 행위는 현실적으로 결핍된 모성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의 악의적인 보상 심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누이가 시집을 가고 또 얼마 있지 않아 죽은 뒤, 아이는 누이의 사랑을 새삼 깨닫게 되고 그 누이도 이제 하나의 별로 새겨지게 된다. 아이는 애써 누이의 죽음을 부정하려 하지만 이미 누이는 또 하나의 별이 되고 말았다. 그 별은 아이의 영원한 그리움이고, 또 그를 성숙하게 하는 아름다운 상처이기도 하다. 결국, 아이에게는 같은 의미를 지닌 두 개의 별이 생긴 셈이다.
● 해설 3
'별'은 주인공 아이가 이웃집 과수 노파로부터 누이가 죽은 어머니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모든 사간의 발단이 되고 있다. 그 이전에는 누이의 사랑을 어머니의 모성으로 느끼고 누이가 밉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과수 노파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 이상적인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아이의 못생긴 누이가 죽은 어머니를 닮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실 속의 누이의 사랑을 거부하는 사건들이 반복적(의미 있는 반복:pattern)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비슷한 사건들의 나열인 것 같기도 하지만 누이가 연애 사건을 일으켜 죽은 어머니를 욕되게 했다고 생각하여 강변에 데리고 간 부분에서 아이의 누이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이 부분에서는 아이가 누이의 죽음을 강요하고 있다). 절정(climax)은 갈등이 가장 고조된 순간이며, 그 결말이 불가피해진 순간이다. 소설의 전체적인 의미를 암시하는 순간이 마지막 결말 부분이다. 결말 부분은 주인공의 운명의 전환을 포함한다. '전환'은 대부분 '발견'에 의존한다. 발견이란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던 어떤 것을 주인공이 깨닫는 것을 말한다. 아이는 시집간 누이의 부고를 접해 듣고는 마침내 누이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아이에겐 내면의 성숙이 일어나게 된다. 그럼에도 아이는 누이가 어머니와 같을 수는 없다며 어머니의 별과 다른 누이의 별을 가슴속에 새김으로써 이 이야기는 결말을 맺는다. 어머니의 사랑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이상향이고, 현실에서 얼굴은 못생겼지만, 자신을 사랑해 주었던 누이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이 이야기는 '성장소설'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 참고
성장 소설(initiation story)의 initiation 이란 말은 '신참(新參)' 이라는 말이다. 원래 인류학의 개념은 유년이나 사춘기에서 성인 또는 성인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의식이다. 이 의식에는 으레 주인공에게 시련과 고통, 금기, 고립화가 수반된다. 이런 인류학의 용어를 소설에 차용함으로써 어리거나 사춘기의 소년이 어떤 경험의 충격을 겪으면서 변화를 일으키고 마침내는 성인으로 성장해 가는 소설을 성장 소설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