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식장산에 구절사라는 아주 작은 절이 있는데 정상부근에 있어서 절까지만 가도 산행을 다 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높은 곳에 있다.
대전시민들이 건강을 위한 간단한 산행에는 아주 그만이다. 구절사까지 가는 길이 완전히 숲속길이라서 등산모나 썬캡이 거의 필요없는 길이어서 삼림욕을 하면서 산행할 수 있기에 권하고 싶은 길이다.
판암동에서 옥천가는 쪽으로 식장산 옆을 올라가다 고개를 넘어가기 직전에 우회전하면 세천유원지가 나오는데 길가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면 저수지가 보이는데 여기서 부터 숲속 산행이 시작된다.
가도 가도 숲길이어서 햇빛을 직접 쐴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다. 무더운 여름에 이런 길을 걸어보면 산행도 하고 피서도 하고 일석이조이다.
4km 정도를 계속 햇볕이 거의 없이 산행할 수 있는 코스라서 이 여름에 참 좋은 장소이다. 비가 자주 내려 계곡엔 끝도 없이 더위를 식히는 시민들이 촘촘히 자리하고 있다. 시원한 물가의 평평한 장소에 돗자리 깔고 둘러앉아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런 계곡이 길게 길게 펼쳐져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피서지로도 손색이 없는 좋은 환경이다. 물이 맑고 모나지 않은 돌들이 많아 아기자기한 물놀이하기도 좋은 곳이다.
산행로도 널찍하게 잘 정비되어 등산하는 사람이나 하산하는 사람들이 하등 불편없이 통행할 수 있는 여유있는 길이다.
경사도 그리 급하지 않아서 웬만한 사람들은 무리없이 산행을 할 수 있다.
그래도 꽤나 긴 거리라서 쉬엄 쉬엄 가도 두시간은 족히 걸려서 정상부근에 있는 구절사에 다다를 수 있다. 두시간은 좀 여유있는 시간이랄 수 있다.
드디어 구절사가 보인다.
옥천쪽을 향하고 있는 구절사는 바로 앞이 경사가 심한 산세라서 전망이 시원해서 좋았다. 절 뒷쪽의 바위 절벽 위에 산신각이 위험스럽게 간신히 올려져 있는 것이 보인다.
절 입구에 일주문이 있는데 우리나라 사찰 중에 이런 초라한 일주문은 아마도 이것이 유일할 것 같은 정말 간신히 서있는 일주문이다.
기둥이 거의 썩어서 바람이 세게 불면 넘어갈 것 같은 모습이다. 지붕도 없이 목재로만 만들어져서 일주문이랄 것도 없이 문역할만 간신히 하고 있다.
절 앞쪽이 낭떠러지라서 멀리 옥천방면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장소가 협소해서 조그마한 대웅전과 요사채 밖에 없다.
-대웅전에 모셔진 불상-
절 뒤로 산신각을 올라가 보았다.
산신각에 가려면 위험한 절벽길을 올라가야하는데 어찌나 가파르고 험한지 같이간 손자놈은 할아버지 혼자 갔다 오라하고 아래에서 기다린단다. 무서워서 도저히 올라갈 용기가 나질 않는단다.
정말 꼿꼿이 서서는 올라갈 수 없어 좀 상체를 숙이고 가야할 정도의 길이다.
절벽 바위틈에 어떻게 지었는지 손바닥만한 방을 앉힌 산신각이 정말 묘하게도 들어서 있다. 산신각 내부는 성인 한사람이 누울 수 없는 정도의 작은 방에 벽면 가득히 탱화 한 점과 향촛대가 겨우 놓여져 있다.
이런 곳에서 혼자 앉아 기도하면 신선한 마음이 들 것도 같다. 완전 절벽에 아무도 없이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정진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를 내려오니 좀 떨어진 곳에 칠성각이 있었는데 산신각 보다는 좀 여유있는 곳이었으나 역시 바위틈에 겨우 겨우 지은 것이었다.
부처님을 정면으로 모시지 못하고 옆으로 모셔져 있다. 부처님이 정면은 출입문이 없고 창문만 있는 것이다.
높은 곳에 위치한 절이라서 공간이 많이 부족해 좁은 곳에 겨우 겨우 배치한 건물들이 인상적인 절이었다.
몇년 전에 왔을 때 계시던 스님은 구절사가 아니고 귀절사라고 설명해주셨는데 지금 안내판에 구절사라고 되어있어서 구절사라고 고쳐부르는 것 같다. 한자로는 같은 글자이니까.
꽤나 긴 코스를 숲속 길로만 올라와서 이런 아담한 절까지 볼 수 있어 대전 시민들이 즐겨 산행할 수 있는 좋은 곳이라 소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