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에도 유행이 있는데, 일례로 한때는 홍화씨가 유행했었는데, 지금은 '하수오(何首烏)'제품이 유행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하수오는 원래 머리카락이 하얘진 사람에게 쓰던 약초였다. 옛날 하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젊은 나이에 머리카락이 하얘져서 고민이었다가, 꿈속에서 산신령이 권해준대로 이 약초를 캐어서 먹었더니 머리카락이 다시 까매졌다고 해서 '하 씨의 머리카락을 까맣게 해준 약초'하는 뜻으로 이름이 붙여졌던 것이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빨리 하얘지는 것도 체질과 증상에 따라 여러 가지 원인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하수오만 먹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특히 하수오는 음혈(陰血)을 보충해주는 약재이기 때문에 속이 냉하거나 위장기능이 약한 사람은 복통설사를 일으킬 우려가 있으니, 복용하기 전에 전문 한의사와 상담부터 하고 먹는 것이 좋다.
조선시대 왕 중에는 세종대왕이 조기백발로 고민을 했었다. 세종 13년 8월 18일의 '왕조실록'을 보면, 세종대왕이 33세의 젊은 나이에 자신의 관자놀이와 귀 사이의 머리카락이 하얘진 것을 언급하면서 한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동의보감'에서는, '여자는 42(7×6)살이 되면 얼굴이 마르고 머리가 희어지며, 남자는 48(8×6)살에 얼굴이 마르고 머리가 희어진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세종대왕은 33세에 흰 머리가 나타났으니, 빨라도 한참 빠르다고 하겠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머리가 빨리 하얘지는 경우, 임상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그 첫 번째는 과도한 스트레스다. 예전에 '백발마녀전'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주인공이 심각한 고민 때문에 하룻밤을 꼬박 새고 났더니 머리가 하얘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러한 경우는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심기를 보강시켜주는 치료를 하게 된다.
두 번째로는 신(腎)기능의 약화다. 물론 여기서 신기능은 비뇨생식계통의 기능성을 의미한다. 한의학적인 신기능이 약해지면, 머리카락이 하얘지거나 약해지고 귀가 잘 안 들리거나 소리가 나기도 한다. 뼈와 관절이 약해지는데, 특히 하초가 약해지기 때문에 하체가 부실해진다. 물론 비뇨생식 계통이 약해지기 때문에 소변이 시원찮아지거나 성기능이 약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이 동반되면서 머리가 하얘지면, 신기능이 약해져서 그런 것으로 파악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증상이 있을 때, 신기능을 강화시켜주는 처방을 사용하게 되면, 언급된 대부분의 증상들이 호전되는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