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4월 29일~1992년 12월 27일
이봉원 성도님은 신앙의 이력이 짧은 편이다. 처음 교회에 나오시게 된 것은 먼저 교회에 다니던 자녀들의 영향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건강이 좋지 않음도 교회로 이끈 촉매제가 되었다. 비록 가족들 중 마지막으로 교회에 나오시긴 했지만 평소 자녀들의 신앙생활을 적극 지지해 주었다.
하나님은 한 사람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여러 사람들을 사용하시고, 다양한 환경들을 이용하신다. 내가 스스로 결단하여 교회에 나오는 것 같고, 자녀들의 이끌림에 의해 나오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역사하심의 결과다.
이봉원 성도님은 타고난 성품이 온유하셔서 교회와 잘 어울리는 분이다. 말수가 적은 분이지만 그 대신 한 마디의 말에도 무게감이 있다. 막내아들 이영호의 기억에 아버지는 늘 자녀들을 믿어주었고 칭찬해 주셨던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나의 기억에도 화를 내거나 큰 소리를 낼 줄 모르는 분이었다. 항상 인자한 미소를 짓고 계신 분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서두르지 않았고, 말씀도 천천히 조용하게 했던 분이다.
둘째 아들 이춘호 집사에 의하면 6.25 참전을 하여 동료 병사들은 모두 죽었는데 아버지만 혼자 살아남게 되었다고 한다. 적군이 쏜 총탄이 빗발치고 있을 때 발이 빠른 동료 병사들은 달려가다가 총탄에 맞아 죽었다. 그러나 이봉원 성도님은 걸음이 빠르지 못해 도망하는 대신 죽은 시체 곁에서 죽은 시늉을 함으로 무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리에 총탄을 맞게 되었지만 무사히 군복무를 마칠 수 있었다.
우리 시대는 속도전쟁을 치르고 있다. 인류는 끊임없이 빠름에 도전하고 있다. 그렇다고 빠름이 다 유익한 것만은 아니다. 서두름으로 낭패를 겪는 일들이 참 많다. 반면 느림의 미학이란 말이 있듯이 서두르지 않음으로 더욱 값진 결과를 얻기도 한다. 최고의 와인은 성급한 사람이 만들 수 없다. 100년 이상 기다림이 필요하다. 이봉원 성도님은 성급하게 달려가는 동료들의 결말과 빠르지 못한 자신은 뜻밖의 복을 누림으로 서두르지 않음의 지혜를 배웠다.
하나님께서 축복하시려고 하면 가난이 복이 되고, 질병도 복이 된다. 하나님은 우리의 강점만 사용하는 분이 아니다. 우리의 약점까지도 소중한 것으로 활용하시는 능력자이시다. 하나님은 우리의 실수까지도 선으로 바꾸실 수 있는 분이다. 하나님은 이봉원 성도님의 느림까지도 복되게 하셨다. 전쟁 중에 입은 총상은 원호가족이 되어 자녀교육과 생계에 보탬이 되었고, 장례 때에는 국가에서 보내준 태극기로 관을 덮는 명예를 누리게 했다.
이보다 더 귀한 복은 자녀들 모두가 신앙으로 살게 된 일이다. 아버지가 미처 감당해내지 못한 자녀들의 신앙문제를 하나님께서 직접 챙겨주셨다. 사람의 노력으로 해낼 수 없는 믿음의 복을 자녀들에게 베푸셨으니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하나님은 우리의 부족함을 메우시는 분이다. 하나님의 은혜가 이봉원 성도님의 모자란 신앙의 이력을 채워주셨다. 나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하나님의 은혜가 더해져야만 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부족함을 채우시는 목자이심을 이봉원 집사님과 그의 자녀들을 통해서 증명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