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
성경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시는 분들은 누구나 오늘의 성인 이름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성 예로니모입니다. 라틴어를 사용하고 있던 서방 교회에 히브리어와 그리스어로 쓰인 성경을 번역하여 전해준 위대한 성인입니다. 그분이 시작하고 많은 부분을 완성한 라틴어 성경을 불가타라고 하는데, 성경의 거룩한 말씀을 많은 이들이 읽게 하려고 한 숭고한 뜻은 늘 기억해야 하는 분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지인 베틀레헴에 가면 그분께서 공부하시던 장소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당 내에도 있습니다. 그곳을 가 보신 분은 잘 보셨겠지만, 벽에 놀라운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알듯이 성경에서는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요한 1,14)라고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그런데 그곳에 가면 “말씀이 여기서 사람이 되셨다.”라고 원형의 아름다운 문양 속에 씌여 있습니다. 실제로 하느님의 말씀이시면서 하느님의 말씀의 계시자이신 예수님께서 그곳에서 태어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어려운 사랑의 계시를 우리가 알아듣게 표현하시고자 당신 말씀을 이 세상에 보내셔서 해석하도록 중개하도록 보내셨습니다. 예수님은 말씀 자체이시면서 말씀의 해석자이십니다. 유일한 계시자이십니다.
성경을 공부하고 알려주는 사람은 바로 예수님과 같이 하느님의 뜻을 이해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전달하는 사람들입니다. 주님의 말씀의 “통역사, 역관”들입니다. 주님의 예언자들입니다. 가장 위대하신 역관이신 예수님을 뒤따라 최선을 다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알리는 역관들인 것입니다. 예로니모 성인은 그런 면에서 서방교회 즉 우리 라틴-로마 교회에 가장 위대한 역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순간 우리 한국 천주교회의 성인들 가운데 위대한 역관들을 기억합니다. 당연히 성직자들은 말씀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역관들입니다. 앵베르 주교님을 비롯하여 김대건 신부님 등 열한 분의 순교하신 성직자 (한국 사제 1명, 프랑스 주교 3명, 프랑스 사제 7명)은 위대한 역관들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평신도로서 실제로 직업이 역관이었던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은 한자로 쓰인 성경과 교리서를 가지고 들어와 사람들이 알아듣도록 설명해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유진길 아우구스티노, 이광헌 아우구스티노와 이광렬 요한 형제, 우세형 알렉시오 번역가 등이 그렇습니다. 또한 한자를 알아서 신자들의 고해성사를 중간에서 돕던 정하상 바오로 성인을 비롯한 수 많은 회징님들도 역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 우리를 이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듯이.
모든 사람은 각자 자리에서 역관이 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 다른 사람을 이을 수 있습니다. 마치 예수님처럼, 마치 우리 순교 성인들처럼.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처럼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을 알리고, 하느님과 사람들 사이를 복음의 말씀으로 비추는 소명이 있습니다. 예로니모 성인처럼 우리 성인들처럼 우리도 누군가에게는 역관의 소명이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도록 하는 사람들이 될 마음으로 9월 순교자성월을 마감하기 바랍니다.
“그날에 많은 민족이 주님과 결합하여 그들은 내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 한가운데에 머무르리라.”(즈카 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