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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어머니들이 격는 고통이 있습니다. 바로 산고의 고통이지요. 물론 저는 남자이기에 격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엄청 고통스러우리란 짐작만 할 뿐이죠. 그 고통이 하늘이 노래지고 심지어는 죽음을 느끼게도 하는 그런 고통인데 첫 째 아이를 낳고는 그 고통에 몸부림치며 다시는 아이를 낳지 않으리라 생각하곤 무슨 금붕어 종족도 아니고 금방 또 아이를 가진다하네요. 아연맨 코스를 뛰는 내내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당장은 꿈도 꾸기 싫은데 과연 내년에 이 자리에 또 설 수 있을까 해서요...
수 년전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고선 트라이애슬런 풀코스 완주는 항상 저의 마음속에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자리를 잡고 있 듯 그렇게 제겐 멍에가 되어있었습니다. 더 이상 해를 넘기기 싫어 겁도 없이 덜컥 하프 아연맨과 풀코스에 신청을 해 버렸습니다. 될려면 일단 접수부터 해야 무엇인가 되든 안되든 하겠기에 일찍부터 신청을 했습니다. 하프아연맨을 뛰고 나서는 정말이지 완주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항상 그렇듯 제 식솔들을 데리고 떠났습니다. 아이들은 비행기를 처음 타는것이어서 저 만큼이나 기분이 많이 설레였나 봅니다. 제주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선수등록을 하고 또 수영 코스 답사도 했습니다. 슈트를 입고 끝이 아물거리는 부표를 향해 연습 수영을 해봅니다만 바다 수영에 익숙치않고 또 거센 파도에 밀리고 수영이 쉽지를 않습니다. 500여m 정도만 나갔다가 돌아와 아이들과 신나는 파도타기도하고 경치<?> 구경도 하며 즐거운 첫 날을 보냈습니다.
새벽 4시에 기상. 일산 철인 클럽분들과 먹기어려운 찰밥을 억지로 한 공기 우겨넣고 대회장으로 출발. 찰밥 넘 고마웠습니다. 새벽 여명에 벌써 많은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네요. 몸에 226이란 바디 넘버를 쓰고 초조하게 출발 시간을 기다립니다. 매 번 그렇듯 이순간이 제일 힘듭니다. 일단 출발이 시작되면 상상의 여유가 없어져 편해지더군요.
1200명이 중문 해수욕장 모래밭에서 출발을 기다립니다, 모두들 물개로 보이기도 하고 때론 펭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저 마다 이 순간을 기다리며 많은 인고의 세월을 보냈으리라 생각하니 누구 하나 존경하지 않을 사람이 없더군요.
수영 출발. 솔직히 지금 껏 3.8km를 헤엄쳐보질 못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100m를 지나고 나니 두려움도 사치스런 생각이란 마음이 앞 주자의 발길질 한 방에 가슴에 새록새록 새겨집니다. 무조건 살아야 했습니다, 슈트에 목이 쓸려 쓰라림에 어쩔줄 몰라하면서도 그 태평양 바다에서 죽을 수 없었기에 팔을돌리고 또 돌립니다. 한 바퀴 ... 두 바퀴는 조금 수월하네요, 많은 선수들이 저 만치 지나갔기에 공간의 여유가 생겨서인지 한결 부드럽게<?> 수영을 마쳤습니다. 모래사장을 마눌과 아이들의 응원을 들으며 바꿈터를 향해 뛰어갑니다. 벌써 많은 자전거들이 빠져나가 바꿈터가 황량하네요.ㅠㅠㅠ
젤 하나 까먹고 출발합니다. 시작 부분이 약간 오르막 구간입니다. 수영에서의 게으름을 만회키 위해 부지런히 페달을 돌립니다. 나를 추월하는 선수는 드물고 계속 추월하며 올라가니 mbc 카메라가 저를 쫒아오며 촬영을 하는통에 약간 오버도하며 출발을 했습니다. 제주를 반 일주하는 180km의 자전거가시작입니다. 시원스레 뻗은 4차선 도로를 달리고 또 경치좋은 해변가 도로도 달리고... 나름 새운 원칙을 지키며 오버페이스를 하지않게 신경을 쓰며 달립니다. 페이스를 넘어서면 달리기에서 혹시 기권해야 할 지 모른다는 철원에서의 아픔이 생각나서이죠... 30분마다 젤 하나 게토레이 한병, 그리고 파워바...계속 먹어댑니다. 속이 벌써부터 울렁거립니다. 그 무섭다는 돈내코 언덕도 지나고 낙타등 코스도 지나갑니다. 제주도는 거의가 롤러코스터입니다. 오르락 내리락... 150km지점을 지나선 완만한 내리막, 좋은 노면을 엄청난 속도로 내려갑니다. 멀리 두 번째 바꿈터인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이 보이네요. 벌써 런 코스에선 선두권 선수들이 달리고 있습니다. 코쟁이들 잘 도 뛰더군요, 성큼성큼. 부럽습니다. 여자 선두도 지나가네요, 역시 코쟁이입니다. 이쁘고 날씬하지만 괴물로만 보이느건 어쩔수 없습니다. 사이클 종료지점에 마눌이 보입니다, 철원에서 근접지원 실패에 따른 비판을 좀 하였더니 많이 좋아졌습니다. 쮸쮸바를 손에 들고 아양을 떠네요....흐흐흐
신발을 바꿔 신고 주로에 나섭니다. 역시 런도 42.495km를 달려본 적은 없습니다, 참 제대로 무대뽀입니다. 살갖을 태워 버릴듯한 태양아래 저벅저벅 뛰어봅니다만 얼마 못가 뛰기르 포기하고 하염없이 걷기만 합니다. 14km정도를 세 바퀴 도는 코스입니다. 저 멀리 보급소가 보이면 그 옛날 철원 월정리 초소에서 황금마차가 보이듯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여전히 젤 하나. 물 또 콜라 한잔..... 속은 니글거려 토하기 일보직전, 소변은 아무리 생각해도 한 번 밖에 본 적이 없어 아랫배가 묵직한데 막상 야자나무 밑으로 가 실례를 하려했으나 나오질 않고.... 아! 힘듭니다. 저 뜨거운 태양이 밉고 차라리 얼릉 저녁이 되어버려 저 해가 없어져 버렸으면 합니다. 태워 버릴듯이 아니라 새카맣게 다 타버렷습니다.ㅠㅠㅠ 한 바퀴... 두 바퀴 ... 마눌이 힘들면 포기하라는 속에 없는 말을 하네요, 오기가 생겨 기어서라도 들어오겠다 하곤 마지막 바퀴를 나섭니다. 그 밉던 태양도 사라지고 가로등에 야자나무 잎들이 아른거리는 길을 마지막 발악을 하며 뛰어봅니다. 멀리 월드컵 경기장이 보이고 나니 여기서부턴 그야말로 초인적인 힘이 나오네요. 코쟁이들이 뛰듯 성큼거리며 226번 문양호를 불러주는 골인지점을 통과합니다. 고통이 크면 느끼는 행복감도 큰것이 맞나봅니다. 수 없이<?> 골인 지점을 통과하였지만 저 밑바닥 발끋에서 등줄기를 타고 올라 머리카락이 쭈뼛거리는 정말 모르긴 해도 아주 강력한 마약에 취한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마도 여기에 모인 1200여명이 이 순간의 기쁨을 느끼고자 그렇게 고통스런 시간들을 지내왔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평소 폼생폼사를 부르짖는 낙엽, 멋있게 골인을 하고 싶었으나 생각과 달리 그냥 어리버리 들어와 버렸습니다. 훗날을 위해 반갑게 맞아주는 마눌에게 서비스 포옹도 한 번 해주구요... 링거로 수액도 한 병 맞고 끓여주는 스프도 두 그릇을 비웁니다. 제가 14시간 동안 먹은 음식을 되짚어보니 파워바 3개, 파워젤 30개, ㄱ로레이 10병. 바나나 다량. 콜라 약 3리터...속이 정말 뒤집어지네요. 나중엔 젤도 넘어가질 않습니다...ㅠㅠㅠ
별 볼일 없는 제 기록입니다. 수영 : 01:32:49 바꿈터1 : 00:08:15 자전거: 06:30:10 바꿈터2 : 00:03:38 달리기: 06:03:14 합 14:18:05
허탈함을 구멍난 마음을 숙소로 돌아와 맛있는 김치찌개 한 그릇으로 메우며 생에 기억에 남을만한 제주에서의 하루를보냅니다. 예상기록보단 좀 늦었지만 뭔지 모를 행복감에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네요.
열과 성으로 응원해 주셨을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또 주로에서 많은 힘을 주셨던 회원님들과 지루한 기다림속에 묵묵히 서폿해주신분들 정말 고마웠습니다. 국화님도 완주 축하하고 국화 주니어도 건강하게 태어나길 바랍니다. 만신창이가 된 제 등짝을 보니 내년 같은 자리에 서 있을거란 생각에 자꾸만 자신감이 없어지네요.
훈복 선배님! 얼릉 쾌차하셔서 여전히 건재하심을 보여주세요. 그리고 이미 하시고 계실지 모르지만 겨울철 mtb라이딩 강력 추천입니다. 자전거 컨트롤엔 아주 그만이라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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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철인등극 감축드리고 수고했습니다. 내년에 멋진 프로포즈 기대해볼께요?
일가님 축하합니다. 런에서 잠간 본것 같더군요. 첫번에 너무 빠르게 진입 했습니다. 내년이 기대됩니다. 삼 세번은 기본 4번은 필수 5번은 보약....ㅎ ㅎ ㅎ
어머 등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쭈뼜거림!! 전 못느겼는데, 부럽습니다. 그거 느껴볼려면 한번 더 제대로 해봐야겠네요. 오랜시간 준비하셨던 철인등극을 축하드립니다. 내년엔 더욱 멋지게 피니쉬라인 밟으시길...
내년엔 응원해준 가족들 손잡고 들어오세요~~ "사랑한다 각시야" 이런 프랭카드 하나 뒷주머니에서 꺼내들고....ㅋㅋ 축하드립니다... 겨울에도 런에서...엠티비에서...자주 뵈어야겠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잔차는 최소한 6시에 끊어야 되지 않나요??? 그러기 위해서 내년에도 당근이죠? 철인 등극 축하합니다.
파워젤 30개라.. 저도 먹는 것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절실히 느꼈습니다. 30개의 카리스마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놈이 그렇게 속을 뒤집어 놓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좋은 성적으로 완주하신 것 늦게 나마 감축드립니다. ^^
아픈만큼 성숙한다고 합니다 고생하신만큼 더욱더 멋진 아이언맨으로 탄생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골인지점에서의 붉그레 탄 얼굴에 활짝 핀 미소가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