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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여행을 자극하는 포근한 봄날의 꽃무리 같다
세상에 사랑해야할것들로 부터의 멀어짐을 가까이 해주고
떠나 있던것들로 부터의 기별이 당도 하는 기차
노랗고 빨간 저 네모난 칸속에는 어떤 희망들이 실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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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눈이 내린듯 매화꽃 분분히 소리치는 이길에 서면
숭숭한 뼈 사이로 지나고 마는 이유도 없는 속절없음들이 그저 한낮의 유희처럼 아무것도 아니고
그냥 어린 일곱살 아이가 되어 화들짝 함께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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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없는 이십년전 잊은 친구처럼 스쳐갈듯 남아 있는 여분의 밋밋한 그리움까지도
간혹 이렇게 지나갔으리라 ..
열정으로 베여도 뜨겁게 소멸되어도 재생이 가능한 나이 스물 그 또한 지나갔으리라
깊이와 무관한듯 푸르게 뛰다 거꾸로 솟구쳐도 붉게 파득이던 열일곱 순수함도 지나갔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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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푸른빛 기차는 고래 같기도 하고 바다 같기도 하다
붕붕뛰거나 쓩쓩 날아서 지나가는 순간의 찰나들이 꽃을 띄워주는 봄의 여정으로 가는 내 벗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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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빠른길로 도달하는 법을 알고 있는듯 ktx의 날렵한 곡선은
순간을 날아 만월의 밤바다에 당도한 어느 늙은 어부의 기대가 머문 신형 배와 같다
돛을 달지 않아도 마치 바람과 함께 인듯 녀석의 휘양찬 유영은 순식간에 날아오르는 독수리처럼
아주 세련되고 멋스러운 몸매로 내앞에서 연실 그렇게 여행을 가르며 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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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얼마나 소박하게 정스러운가
팔아야할 노인의 상추가 한아름 실렸을거고 사랑하는 연인들의 고운미소가 실렸을 거고
아들줄 계란 한판이 실렸을 거고 그래 딱 거기까지만 더 이상 승선이 불가능한 이쁘고 착한 세칸짜리 무궁화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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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팝꽃 시리게 내리는날 아버지가 주머니에 소중히 가져온 박하향을 이곳에 뿌렸나 봅니다
온 산으로 날다 휘돌아 내 입과 귀와 그리고 목덜미를 스쳐 머무는 이것은
아버지의 박햐향과 같은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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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것들은 고향을 향하고 있나 봅니다
유채꽃을 향해 앉아 있는 의자는 그곳이 고향이겠지요
목이긴 기다림으로 휘어진 저 고목의 매화는 아마도 산너머가 고향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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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광을 지나 화려한 꽃길을 지나 그저 인간적인 고요히 덤덤한 그곳에
넉넉한 나무가 있었고 물을 담아둔 커다란통이 있고 관심없는듯 늘 경계를 두는 닭한마리가 있었고
그리고 그곳에 존재감으로 있는듯 없는듯 내가 그곳에 함께 있었다 꽃이거나 나무이거나 풀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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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풀들 사이에 하얀눈꽃이 내렸나 봅니다
봄을 시작하는 들녘으로 하얀눈이 내리려나 봅니다
눈인지 꽃인지 꽃인지 눈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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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리 만치 이상한듯 푸른 이 집은 어찌 그리도 매화와 어울리는지 마치 이 푸른집이 봄인듯
렌즈가 늘 이 집으로 촛점이 내려 앉습니다. 저곳엔 순박한 어느 부부가 살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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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마른날이라도 세상 그 누구보다 먼저 피어날 저 눈과 같은 꽃들 사이에서
푸른 저 집은 언제나 봄일 겁니다
매화조차 푸르게 푸르게 익어가는날 푸른 저곳에는 푸른눈을 가진 이들이 푸른 마음으로
푸른 희망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싶어 내게로 따라오는 푸른 꿈을 가만히 만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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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동안 아니 기다리는척 하는동안에도 봄은 여물어 가고 강물은 휘돌아 흐르고
기차는 하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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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보라.. 저 선로 사이로 핀 꽃들 그리고 지나갈 기차의 궤적
나의 여정이 머물 어느 지점쯤으로 기차를 타보라.. 이유같은건 잠시 내려놓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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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실고온 봄의 꽃속에 함께 했던날 내가방으로 매화가 두송이 따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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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순매원에서 / 3월 20일 개화상황/ 기분좋게 만개한 매화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