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전자파 차폐용 복합소재는 플라스틱을 매트릭스로 하고 전도성이 우수한 금속을 충전재로 하는 것들이 사용되어 왔으나, 금속의 무겁고 비싼 단점 때문에 충전재를 고분자인 섬유로 대체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섬유를 충전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고분자를 전도성섬유로 제조한 뒤 이를 제·편직하여 구조체로 만들고, 여기에 매트릭스 고분자를 다시 함침시키는 등의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복잡한 공정 대신, 전도성 섬유를 충전재로 복합재료를 간략하게 제조하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 연구하였다. 이를 위해 복합재료의 매트릭스 성분으로 융점이 낮은 열가소성 고분자를 선택하고, 충전제는 이보다 융점이 훨씬 높거나 용융되지 않는 전도성 섬유를 선택하면서, 이들 매트릭스 및 충전재의 원료를 모두 섬유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검토하였다. 즉, 매트릭스 고분자로 된 단섬유와 충전재인 전도성 단섬유를 사용하고, 섬유의 방적공정 중의 하나인 소면공정을 응용하여 이 두 종류 단섬유가 균일하게 혼합된 혼섬 슬라이버를 제조한 후, 매트릭스용 섬유는 용융되지만 충전재인 전도성 섬유는 영향을 받지 않는 온도에서 용융압착하여 전도성 섬유가 내부에 존재하는 복합필름을 제조하였다. 이때 매트릭스 소재로는 poly(propylene)(PP), poly(L-lactic acid) (PLA), 또는 PP/PLA 블렌드를 이용하였으며, 충전재로는 전자파 차폐성이 우수한 아크릴계 전도성 섬유를 이용하였다.
전도성 섬유 함량이 다른 PP/전도성 섬유 및 PLA/전도성 섬유 복합필름, PP-PLA 혼합비율이 다른 PP-PLA/전도성 섬유 복합필름들을 제조하고, 이들의 물성, 전자파 차폐성, 열적 성질 및 표면 특성 등을 UTM, DSC, DMA, TGA, 광학 및 주사전자현미경, ICP, EDS, 접촉각 측정기, Network Analyzer 등의 기기를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전도성 섬유 함량이 20%(wt) 이고 복합필름의 두께를 1.8 mm로 하면 매트릭스 소재의 종류에 관계없이 1 GHz 영역에서 30 dB 이상의 우수한 전자파 차폐효율을 나타내었다. 충전재인 전도성 섬유는 복합필름의 표면이 아닌 내부에 균일하게 존재하였으며, 혼섬 슬라이버를 길이 방향으로 배열시킨 상태에서 용융압착시킴으로써 전도성 섬유가 복합체 내에서 기계 방향으로 배향되었다. 이에 따라 기계 방향의 물성과 폭 방향의 물성이 다르게 나타났다.
혼섬 슬라이버의 용융압착 공정에 의해 전도성 섬유는 모두 복합체 내부에 존재하지만, 제조된 복합필름의 표면특성, 열전도도, 결정화 및 용융거동 등이 영향을 받았다. 전도성 섬유 함량이 많아지면 PP/전도성 섬유 복합체의 표면자유에너지는 높아지고 열전도도는 감소하였지만, PLA /전도성 섬유 복합체의 표면자유에너지는 낮아지고 열전도도는 증가하였다. 결정화속도가 빠른 PP는 복합체에서 전도성섬유에 의해 결정화나 용융이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결정화속도가 느린 PLA는 복합체에서 결정화 및 용융이 큰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결과들을 응용하여, 융점이 낮은 매트릭스 성분의 단섬유와 이보다 융점이 높으면서 원하는 특성을 갖는 단섬유를 충전재로 사용하여 혼섬 슬라이버를 제조하고, 이를 한 방향으로 배열시킨 상태에서 매트릭스 성분만을 용융압착시키는 방법에 의해 충전재 섬유가 한 방향을 배열되면서 원하는 특성을 부여한 복합체를 제조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