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에 용두의 인태 형 논에 나가 약 치는 일 도왔다. 7시 30분에 일 끝나서 함께 아침을 먹었다. 인태 형 눈치가 문수골에 가서 술 마시자는 것 같아서 집에 할 일 있다고 와 버렸다. 찬물로 온몸을 냉각시키고 모기장 안에 들어 잠을 청했다.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꿀맛 같은 휴식이었다. 나는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미로를 빙빙 도는 짐승 한 마리였다. 쨍쨍한 햇빛에 이불이며 베개를 내다 말렸다. 11시 무렵에 혜미원에 가 어깨 삐긋한 데 침을 맞으러 갔는데 한의사는 어깨엔 침을 안 놓고 손등과 발가락에만 놓았다. 성동격서인가 싶었다. 돌아와 점심을 해 먹고 또 잤다. 아마도 잠귀신이 씌운 듯하다. 오후 5시반에 얼린 물병과 낫을 들고 산에 올랐다. 지난번 산행에서 아카시나무나 이름을 알 수 없는 온갖 가시나무에 팔이며 등을 찔려서 그것들을 쳐 내려고 낫을 들고 간 것이다. 그런데 웬 포클레인이 지나갔나 내가 험로라고 생각하는 구간을 아주 딱 맞춤으로 정리해 놨다. 이건 고마운 건지 시키지 않은 짓을 한 건지...아무튼 산길은 쉽게 오를 수 있었다. 산에 올라 능선을 30분 가량 뛰었다. 온몸이 땀에 젖었고 손수건은 짜 내야 할 정도였다. 집에 와 냉장고를 열어 보니 나누우리 막걸리가 1병반이 있었다. 이런 반가울 일이! 언젠가 사다 놓았다가 안 마신 건가? 기억나지 않았다. 어느새 달은 휘엉청 밝았고 막걸리는 그지 없이 달았다. 냄비에 참기릉과 버터를 두르고 신김치가 하얘지도록 볶은 다음 물을 부어 끓인 다음 양파, 대파를 조금 썰어 넣고 멸칫가루 한 꼬집과 고춧가루와 소금을 조금 넣어 한 소끔 끓여내 저녁을 먹었다. 내친 김에 소주 한 병 흡입. 혼자서 제법 취했다. 달이 목을 길게 빼밀고 이러고 있는 나를 들여다 보면서 묻는다. 친구, 혼자서도 잘 노네. 내가 달에게 말했다. 내가 혼자인가. 자네가 내 곁에 있는데.
첫댓글 달걀 노른자 같이 생긴 달이
나뭇가지 끝에 걸렸을때
나도 그랬는데...
내가 혼자인가
자네가 있는데.
혼자 노는거 맛들이면 옆에 누군가
있는것 보단 훨 편코 좋더이다~^^
배가 고플 땐 달도 먹을 걸로 보이죠.
물론 외로움이 황홀할 때도 있죠.
홀로 논길을 걷거나 마당을 서성일 때...
점점 철이 들어가넹~
따끈한 국물 만들어 소주 한병 곁들여 저녁을...
다행이다..
깡소주 마시고 쓰러져 자는 지친 삶이 아니어서....
예, 반드시 뭐라도 만들어서 소주 한잔 하려 합니다
한밤중에 들어오니 방바닥에 달빛이 저 먼저 누워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씻지도 않고 와락 덮쳐버렸다. ㅋ
대은이 너 됐고,
수연이 당신 맘에 들어
송태웅 시인님 !
항상 궁금해요
어떤 분이신지..
늘 기대하죠
또 어떤 글을 올리실지... .
.
지리산 자락에서 어슬렁거리며 살아갑니다.
별것도 없어요. ㅎㅎ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