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규 / 2023《한강문학》여름호(32호)신인상 당선작 시 부문 / <어느 여름날> 외 2편
어느 여름 날
박 승 규
영원할 것 같았던
한 여름 불볕더위도
추분을 넘자마자
힘을 잃고 만다
세월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데
그 세월을 잡아보겠다고
발버둥 쳐봐도
인생 길 소풍가듯
소리 없이 가고 있다
한세상 살다보면
울다가 웃다가
가시 돛은 미움도
어김없이 왔다 간다
어느 여름 날
소풍가듯 떠난 친구
하염없이 내리는 빗속으로
한 마디 말도 없이 떠나간 친구
이제, 추억으로 배웅하는 친구.
추억을 먹고 산다
고개 숙인 풀잎에
방울방울 맺힌 이슬은
가을을 예감한
맑은 느낌
매미는
한 낮부터 아직
여름을 울어대는데
기별도 없이 가을은
새벽 첫차를 타고 왔다
텃밭의 열무는
세월 모르게 무성하고
한 여름의 기억을 되살려
입맛을 돋아주는
열무김치 비빔밥
오늘
가을을 앞두고
추억을 먹고 산다.
나는 누구인가
가끔은
내가 누구인가를 묻는다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
그 동안의 내 삶은
진정 내 삶이었는지
살아있어도
몸과 마음은 항상 따로 있었고
육신은 지치고 지쳐
지천명이 되도록
절망에 빠져 있었지만
어느 날
문득 눈이 떠보니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나는 너무 소중한 사람이다
소소한 삶이지만 그게 바로 인생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맛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이제는
모든 일에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세상이 나를 찾고
나는 세상 속에서 행복을 부르고
하루하루
희망으로 화답하더라.
《한강문학》32호 (여름호) 시부문 신인상 당선 박승규 심사평
등단은 새로운 시작
박승규님의 원고 〈어느 여름 날〉, 〈추억을 먹고 산다〉, 〈나는 누구인가〉 詩 3수 검토 해 보았다. 시를 읽다 보니, 박시인은 신인이라 하지만 신인답지 않게 이미 탄탄하게 시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였다
는 인상을 주고 있다.
사용하는 시어는 평범하고 우리가 많이 아는 단어 중에서 선택하다보니, 시를 읽는 독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잘 전달하고 있다. 쉬운 단어를 사용해서 주변의 상황에 대해 독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시를 잘 쓰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 박시인의 시를 낭송하면서 읽다보면, 한 구에 주로 2음보 정도의 문장을 갖추기에, 한 연이 다소 길다 하더라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로 2음보 형태의 구를 사용했지만, 주제를 시작하거나, 말 바꾸기 등을 할 경우는 이따금, 1음보의 구를 사용해서 변화를 추구하고, 또 군데군데 3음보, 4음보의 구를 채용하여 적절하게 단조로움을 피하는 느낌을 준다.
박시인의 시작은 전체적으로는 2음보의 구를 기본으로 한 자유시를 주로 쓰고 있다고 생각된다. 박시인이 기본은 2음보 1구의 시 형태의 자유시를 기본으로 시작했지만, 자유시라 하더라도 앞으로는 3음보 1구, 또는 4음보 1구 형태의 자유시로 좀 더 폭넓고 다양한 시도를 권한다.
그리고 정형시에 대해서도 좀 더 공부한다면, 큰 발전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전체적으로는 자유시라 하더라도, 자유시의 중간 중간 정형시적인 요소가 포함된 시를 쓰는 경우가 있다. 우리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좋은 시는 자유시 보다는 정형시가 많이 있다. 자유시라 하더라도 정형시 적이 요소가 가미된 자유시가 좀 더 친숙하게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시인으로 등단하는 것은, 시인으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문단 시인 선후배들과 함께 시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여야 하는 하나의 큰 의무를 지는 과정의 시작이 된다.
앞으로 박승규 시인의 활발한 문학 활동을 기대하며, 앞으로 많은 발전이 있기를 기원한다.
다시 한 번 박시인의 등단을 축하합니다.
《한강문학》 신인상 상임고문 김 중 위 《한강문학》 신인상 추천위원 김 영 승 《한강문학》 신인상 심 사 평 이 기 운 |
《한강문학》32호 (여름호) 시부문 신인상 수상소감-박승규
새롭게 태어난다는 마음으로
항상 바쁘다는 이유로 글쓰기를 미루다가 현봉 창작교실 김영승 원장님의 권유로 다시 글을 정식으로 배우고 쓰다 보니 오늘과 같은 등단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행운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정말 새롭게 태어난다는 마음으로 더욱더 열심히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살아가면서 이유 없는 변명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만 병원에 근무하며 응급차를 20여 년 동안 운전 하면서 급박한 삶을 살다 보니 글을 쓰고 싶어도 글감이 떠오르지 않고 응급환자들의 안부가 더 궁금해지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 보니 글 쓰는 것에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많이 부족한 저의 글을 지도해주시고 추천해주신 현봉 김영승 창작교실 원장님께 감사드리며 《한강문학》 권녕하 이사장님을 비롯하여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삼고 틈나는 대로 더 멋진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저에게 시인이라는 이름을 쓰게 만들어준 한강문학 이사장님과 심사위원님들께 고개 숙여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박승규
1964년 진도읍 출생, 시인, 《한강문학》 32호(2023, 여름호) 시부문 신인상 수상 등단, 현봉문학교실 3기 수료, 당산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