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비자 인터뷰를 했습니다.
1시 30분이 예약시간인데, 12시 20분 쯤 대사관에 도착했습니다.
역시나 대사관 건물을 거의 한바퀴 빙 돌아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더군요.
아내와 15개월 된 아들과 함께 셋이 갔어요.
그런데 날이 더워서 그런 건지, 낯설어서 그런건지
아들이 줄을 서면서 부터 울기 시작했습니다.
안아줘도 울고, 내려놔도 울고...
가끔은 내려놓으면 땅 바닥에 앉아서 땅바닥에 떨어진 광고전단들을 주워서 입에 물고...
줄이 앞으로 진행되는데 가려고 하지 않아서 안고 가면 또 울고...
그렇게 20분 정도 울었더니,
전단지 나눠주던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아이가 너무 우니까 따라오라면서
저희를 데리고 줄 맨 앞쪽으로 데려가더니,
맨 앞쪽으로 넣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입구에서 여권과 예약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는 입구 바로 안쪽에서 핸드폰과 디카 등 전자기기들을 맡기고, 가방을 검색하고 번호표를 받았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사람이 훨씬 더 많더군요.
뭔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지...
아내는 아들을 데리고 서류검사하는 테이블 앞에 줄을 서고,
저는 택배신청서 3장을 작성하였습니다.
택배신청서를 다 작성하니 아내의 서류검사 차례가 되어서
바로 서류검사하는 분 앞에 여권과 서류들을 꺼내 놓으니
제 서류의 양을 보고는 살짝 놀래더군요.
(하긴, 저도 어제 서류 받고서 놀랬었지요.)
어떤 비자냐고 물어서 R 비자라고 했더니
가족 세명의 DS-156, 157 파일들과 미국 교회의 초청장만 빼서 보여달라더군요.
그래서 서류뭉치에서 그 파트의 파일들만 빼서 보여주었더니, 제 것은 1번 창구 앞 의자에서 기다리면 이름 불러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1번 창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계속 우는 것이었습니다.
안아도 울고, 달래도 울고, 물도 안 먹고, 아무것도 안 먹고, 마냥 찡얼대면서 우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아들이 며칠전부터 감기에 걸려서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집에서 나오기 몇시간 전에 감기약을 먹고 컨디션이 좋아졌길래
아이를 데리고 가면 더 좋다고 하여 데리고 왔는데
이렇게 울어대니, 사람들은 막 쳐다보고, 무전기 들고 사람들 안내하는 사람들도 당황해 하고...
저희 부부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무전기 들고 안내하던 분들 중에 꽤 지위가 있어 보이는 어떤 분이
아이가 우니까 저희를 1번 창구에서 바로 영사 인터뷰를 시켜주겠다고 하더군요.
(원래는 창구에서 번호표를 받아서, 2층에 올라가서 영사 인터뷰를 해야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하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들은 아내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조금씩 진정을 하면서
결국 2층에 올라가서 거기에 있는 플랜카드와 통을 만지면서 진정을 하고 울음을 그쳤더군요.
약 5분 정도 기다렸는데도 영사가 1번 창구로 오지 않으니
아까 그 안내하는 분이 안에다가 뭐라고 뭐라고 이야기 하더니
영사가 지금 미팅 중이라서 늦어진다고 번호표를 받아 주더군요.
번호포는 C 구역 Yellow 782 번 이었습니다.
2층 인터뷰 하는 곳은 인터뷰 동영상을 보며 느꼈듯이, 은행 창구 같았습니다.
C 구역 앞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 C 구역 영사들을 보니
C 구역에 총 3개의 창구가 열려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맨 왼쪽 창구는 J 비자인지, 어떤 남학생이 영어로 뭐라고 열심히 말을 하는데
좀처럼 끝나지 않더군요.
제가 기다리는 약 10분 정도의 시간동안에도 여전히 영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제가 인터뷰를 마치고 난 후에도 여전히 영사와 영어로 뭐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 창구 말고 두 군데의 창구가 열려 있었는데
한 창구는 백인여성 영사와 통역관이 있었고, 나머지 한 창구는 흑인여성 영사가 유창한 한국말로 인터뷰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음식이 나오면 띵동하는 소리와 함께 전광판에 번호가 나오듯이
C 구역 전광판에 띵동 소리와 함께 제 번호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아들과 함께 창구 앞으로 가서 영사 앞에 섰습니다.
영사에게 제 서류들을 다 넣어주려고 하니
다 필요없고, 여권과 DS-156, 157 파일과 초청장(초청편지)만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것만 넣어주고, 인터뷰를 시작하였습니다.
옆에서 아들이 다시 칭얼거리기 시작하고, 지문찍는 기계를 자꾸 만져서 신경이 많이 쓰였고,
그래서 영사와 인터뷰 하는 것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영사도 아이 때문이었는지
제게 두가지 질문만 하더군요.
첫번째는 신약성경이 마태복음 이후로 어떤 책들이 있는지 순서를 물었고, 마지막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래서 마태복음 이후로 마가, 누가, 요한 복음으로 이어진다고 하고, 마지막은 요한계시록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두번째는 왜 미국의 그 교회가 나를 오라고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그 교회에서 제가 지금까지 한국에서 하던 사역들이 필요하고, 함께 동역하기를 원해서 나를 불렀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렇게 글로 적는 것처럼 또박또박 정리해서 말해야 했는데, 아들 때문에 정신도 없고, 살짝 긴장도 했는지 조금 버벅거리며 주저리 주저리 설명했습니다. ^^;; )
그랬더니 서류를 조금 더 살펴보고는
서류에 도장을 쾅쾅쾅 찍더니, 비자가 통과되었다면서 잘 가라고 하였습니다.
인터뷰 샘플 영상을 보면 지문인식기에 본인확인을 위해 임의의 손가락 지문을 찍는다고 하던데, 뭐 그런 것도 없고,
준비해 간 엄청난 양의 서류는 쳐다도 안 보고,
(하긴 이 서류는 저라도 안 보겠습니다.)
제가 열심히 준비한 재직증명, 소속증명, 소득증명, 졸업증명, 성적증명...등등의 파일들도 쳐다도 안 보더군요.
(살짝 섭섭한 마음이...^^;; )
어쨌든 잘 가라고 하길래, 고맙다고 인사하고 아내와 아들과 함께 짐을 챙겨서 돌아왔습니다.
물론 번호표를 주고 맡긴 핸드폰과 디카를 찾아서 나왔지요.)
울고 보채는 아들 덕분에, 몸은 지치고 정신은 하나도 없었지만,
덕분에 빠르게 인터뷰를 진행하고, 인터뷰도 쉽게 넘어간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이렇게...
비자 인터뷰가 끝났습니다.
이제 짐을 좀 싸야할텐데...
환율도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안 하고...-_-;;
이상 향기의 인터뷰 후기였습니다...^^*
첫댓글 축하드립니다....아들 안데려가도 되는것을 데려가셔서,,,,,울음이 더 좋은 결과 ㅎㅎㅎ 혹시 달러가 안 내려가면 여행자 수표로 끊어 오셔도 됩니다 그것이 더 싸고 여기 은행에서 입급하거나 환전 하는데 전혀 문제 없습니다 축하합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