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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 자처했던 걸레 스님, 중광
기자명 정순형 선임기자 입력 2018.12.18 18:06 댓글 0
문학의 향기 - 셋이서 문학관 ③ 중광
▲ 셋이서 문학관 전경.
스물여섯에 출가한 ‘괴짜 승려’
거침 없는 창작열로 자신만의 세계
영화 '허튼 소리'로 소개된 일탈 행적
▲ 중광 (1934~2002년)
'미치광이 중'을 자처했던 걸레 스님 '중광'. 파격적인 시와 그림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갔던 중광 스님의 삶과 문학세계를 보여주는 전시실에는 대표작 '나는 걸레'의 전문이 걸려 있다.
"나는 걸레/ 반은 미친 듯, 반은 성한 듯/ 사는 게다…// 나는 걸레// 남한강에 잉어가 싱싱하니// 탁주 한 통 싣고/ 배를 띄워라…// 별이랑, 달이랑, 고기랑/ 떼들이 모여들어…// 고기들은 칼을 들어 /고기회를 만드오// 나는 탁주 한 잔/ 꺾고서/ 덩실더덩실/ 신나게 춤을 추는 게다”
전시실 안쪽에는 괴짜스님 중광이 살다간 모습을 되살려 놓은 연보가 걸려 있다.
1934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스물여섯 살에 경남 양산 통도사로 출가한 후 마흔 세 살 되던 1977년, 영국 왕립 아시아학회에 초청받은 자리에서 대표작 '나는 걸레'를 낭송해 격찬을 받는다. '걸레 스님’이라는 애칭도 바로 그 행사를 마친 직후에 붙여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마흔다섯 되던 1979년. 평소 거침없는 행보로 불교의 가르침을 무시하는 기행을 일삼던 중광은 종단으로부터 스님 자격을 박탈당한다.
▲ 전시실에 걸려 있는 중광의 시와 그림.
▲ 중광이 소장했던 도자기.
이처럼 수도승으로서는 사형 선고에 가까운 처분을 밭았던 중광이지만 같은해 랭커스터 미국 버클리대학교수가 펴낸 책 '광승'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한국의 피카소'라는 또다른 애칭이 붙여졌다. 이후에는 숱하게 많은 일화를 남겼던 중광의 사연은 쉰두 살되던 해에 김수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허튼 소리'의 소재가 되었다가 쉰여섯 살때는 이두용 감독이 만든 영화 '청송가는 길'에 직접 출연했다는 사연이 이어진다.
이후 과도한 술과 담배로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중광은 백담사로 들어가 달마 그림에 몰두하게 된다. 그 시절 그의 손 끝에서 나온 달마 그림은 예순네 살되던 2000년, "괜히 왔다 간다"는 타이틀을 내걸은 전시회로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02년 3월 9일 걸레 스님 중광은 우리 곁을 떠났다. 처음 출가했던 통도사에서….
서울=정순형 선임기자 junsh@gimhaenews.co.kr
*찾아가는 길
△ 서울 은평구 진관길 23.
△ 중앙고속도로(81㎞)를 타고 가다 경부고속도로를 갈아탄 후(60㎞) 중부내륙고속도로(150㎞)를 이용하면 된다. 약 5시간 소요.
*관람 시간
① 오전 9시~오후 6시.
② 매주 월요일(공휴일엔 그 다음날), 1월 1일, 설날 연휴, 추석 연휴는 휴관. 02-366-5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