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벌레들이 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실연의 여인처럼 가냘픈 떨림이 느껴집니다. 이 글을 쓰는 시간이 밤 8시입니다. 아마 카페에 올라갈 시간이라면 자정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핸펀의 자판은 깨알처럼 작아서 나의 손가락을 나무랍니다.
7일 전에 하던 일(운주사. 매표소. 매표원)을 관뒀습니다. 1년, 그리고 보름을 0.7평 박스 안에서 나름대로 잘 살았습니다. 세 번째 시집<마음 밖의 풍경>을 그래서 무난히 출간 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우울증이 찾아와 그 일을 던져버리고, 지금은 예전에 못 느꼈던 자유를 조금이나마 새로이 느끼고 있습니다.
지섬사 여러분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는데, 자꾸 글이 나오지 않아서 제가 답답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습니다. 제가 맥주 1캔을 마셨거든요. 냉장고 깊숙한 곳에서 찾아냈지요.
다녀오는 길에 두발에 찬물을 끼얹고 조금 머릿속이 맑아졌습니다.
아, 커피도 한잔 하려고 포트를 켰습니다. 끓는 소리가 정답지는 않지만 속이 까맣게 탈 정도의 기다림을 경험한 분이라면 저 소리의 숨가쁜 소리를 충분히 이해하고도 부족할 거라 생각이 듭니다.....
잠시 해찰을 했습니다. 믹스커피를 찾는데 3분을 허비했습니다.
앞으로 3회에 걸쳐 그동안에 못다한 말을 쓰고자합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커피를 마시려다가 캔맥주를 찾는데 안보입니다. 생각해보니 몇 시간 전에 캔맥주를 요금만 계산하고 슈퍼에 두고 와버렸습니다. 이곳은 해발 300미터의 미로여서 내려갈 수도 없습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취중의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용서하시길......
내일 내려가 찾아오면서 우체국이 어디쯤 있나 알아봐야겠습니다.
요즘 갑자기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충만해졌습니다. 엽서나 봉투편지말입니다.
지난 일요일은 서럽게 울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나에게 눈물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그날따라 설움이 복받쳐오는 걸 감출 수가 없었지요. 하지만 뭉게구름이 산봉우리를 쓰다듬듯, 그렇게 속으로 안쓰러움이 흘러가듯, 저를 위로해주던 속깊은 마음으로 인해서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저는 지금 번아웃 상태이지만 돌아온 현실에 적응해가는 중입니다. 하루에도 수백명, 어느 주말엔 천여명의 인파를 응대하면서 마음에 모래알 같은 스트레스가 쌓였나 봅니다. 그러나 지금은 풀어지는 중입니다.
9시가 됐네요. 여기까지 1시간이 걸린 겁니다.
목요일 밤늦게(10시 무렵) 현관문 안쪽 바닥에서 책을 발견했지만, 흐릿해서 발신인을 읽을 수 없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방수포를 뜯고 한 책을 만났습니다. '릴케...' 비가 올걸 예상해서, 책을 걱정해서, 나를 걱정해서...저는 그날로부터 새롭게 살아갈 것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할 말은 많아도 사랑의 마음은 다 할 수 없는 것처럼, 가슴에 돌처럼 새기거나, 변치않는 산봉우리처럼, 그 자리에 있으려고합니다.
9시 15분이네요.
오늘 밤에는 그 친구가 울지 않기를 속으로 빌고 또 빕니다...
아, 시집의 시를 옮기려는데 탁자에 한권 시집도 없어서 시집을 차 트렁크에서 가져오려고 밖으로 나갑니다.
샤워를 마치고 이제 핸펀으로 카페에 글을 올립니다. 9시 28분.. 글을 다 쓰고 나서 등록을 할려고 하니 10시 15분입니다.
저는 지섬사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영원히..
-꽃들은 애인처럼 아프다
비가 내린다 꽃들은 애인처럼 아프다
그대에게 가는 먼 길에 지친 나무의 흰 꽃잎들이 모두 젖어서 문득 근심은 내게로 오고,
굽은 길마다 안쓰러운 마음을 내려놓으며 내가 대신 조금만 아파주기로 한다
- 시집< 마음 밖의 풍경> 중에서
첫댓글 무척 반갑습니다
글을 보는 것이 첫째로 반갑고
자유의 몸이 되었다니 건강도 챙길겸 적절한 싯점인것 같고 수고한 시간들까지 응원하는 바입니다
지리산과 섬진강은 시인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며칠 머물다 가셔도 좋을 듯 합니다
네..감사해요..정신을 좀 가다듬고 움직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