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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4장,
승원은 주방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젠 주방장으로서 자신이 선 승원이다.
크지는 않지만 그다지 적은 규모도 아닌 곳이다.
밑으로 보조 주방장을 비롯해 주방에는 너덧 사람이 일을 하고 있다.
이제 승원은 새벽일을 그만두고 주방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다 하려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요리의 맛을 내곤 한다.
흔하고 흔한 곳이 바로 중국집이다.
그 집만의 특별한 맛이 아니고서는 손님을 끌어당길 수없는 곳이 바로 중국집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승원은 책임을 지고 자장면의 맛도 끌어 올리고 모든 음식을 맛을 낸다.
다행히 주인은 음식 맛을 내는 데에는 재료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다.
승원이 출근을 하는 가게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지만 승용차를 가지고 다니고 있고 새벽일을 그만 둔 승원에게는 큰 문제가 되질 않는다.
이제 승원은 조금은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자식들이 커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즐겁다.
아홉시면 퇴근을 하고 아침 열시까지 출근을 하는 가게였다.
집에서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즐거운 승원은 아침준비 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승원은 가정의 소중함을 알아가면서 가족들을 사랑하고 있다.
주방장이 된 승원은 생각보다 많은 보수를 받게 된다.
미연은 승원이 첫 월급을 타자 처음으로 많은 목돈을 만져보면서 마음이 흐뭇하고 즐거워진다.
“자기야!
정말 매달 이렇게 돈을 버는 거야?“
“응!
이제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우리 식당도 가질 수가 있어!
우리 조금만 더 고생을 하자.“
“고마워!
그리고 이번 휴일에 아이들 데리고 부모님을 찾아보자.“
“우리 부모님?”
“응!
어머니가 너무 허전해하시고 쓸쓸해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
그리고 이젠 자기가 이렇게 많은 돈을 버니까 부모님께 조금이라도 용돈을 드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겠어?“
“우리가 그럴 수 있는 여유가 있겠어?
아직은 아버지가 직장에 나가시고 계시니까 용돈을 드려도 받지 않으실 것 같은데?“
“예원아빠!
받고 안 받으시는 것은 부모님께서 결정하실 일이고 우리는 자식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도리는 해야 하지 않을까?“
“그야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도 얼른 가게라도 가지려면 한 푼이라도 더 저축하고 아껴야 하지 않니?“
“부모님 용돈을 조금 드린다고 저축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잖아?
내가 더 아끼고 절약을 하면 돼!“
승원은 살아갈수록 미연의 마음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엄마에게 처음부터 많은 미움을 받아온 미연이었다.
그러나 미연은 그런 것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부모님께 잘 해 드리려고 하는 마음이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 아이들 데리고 가면 참으로 좋아하실 거다.”
“그럼 내가 전화를 드릴게!”
그렇게 미연은 승원이의 휴일 날이면 시댁을 찾아간다.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두 분의 용돈을 조금씩 드리고 온다.
강민수와 유방희는 그런 미연이 더 없이 사랑스럽고 대견하다.
“너희들도 힘이 드는데 뭐 하러 우리 용돈을 가져오니?
아직은 너희 아버지가 벌어주고 계시니까 우리 걱정을 하지 말고 아이들 영양식이나 해 먹이도록 해라.“
유방희는 한사코 받으려 하지 않는다.
“어머니!
어머니께서 돈이 없으셔서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고생을 하시면서 애지중지 키우신 어머니 아들이 버는 돈을 조금이라도 마음 놓고 써 보시는 즐거움이라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예원에미야!
너는 이 시에미가 밉지도 않던?“
“어머니!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저희가 지은 죄가 얼마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를 자식으로 받아주시고 이렇게 아들딸을 낳고 살게 해 주셨으니 그 은혜를 무엇으로 갚을 수가 있겠습니까?“
“고맙다.
내 그동안 너를 참으로 많이도 미워했는데 나 자신이 부끄럽구나!“
유방희는 미연의 손을 처음으로 따뜻하게 잡아준다.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자식보다 조금 모자라고 부족한 자식이 효도를 한다
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유방희는 이제 미연에게 모든 걸 기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미연이 아니었다면 사랑스러운 손녀와 손자가 어디에서 생겼을 것인가?
결혼 삼년이 지나도록 큰아들에게는 임신소식이 없다.
이제는 점점 더 얼굴조차 보기도 힘들어 지는 큰아들이다.
큰며느리 문보영은 아예 시댁이라는 것을 잊고 살아간다.
무슨 일이든 친정과 상의하고 친정과 내왕을 하면서 시댁을 아예 염두에도 두지 않고 무시하면서 살아간다.
문보영에게는 너무 가난한 시댁의 모든 것이 싫다는 생각이다.
자꾸만 자식에게 기대려고 하는 시어머니의 궁상스러운 모습조차 문보영은 싫증이 난다.
승재 또한 아내의 말을 무시하지 못하고 그대로 따르고 있다.
처가의 입김으로 인해 승재는 교수들 사이에서도 승진이 빠르다.
벌써 학생처장을 지내면서 대단한 위세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승재에게는 본가보다는 처가가 또한 우선이다.
처가의 뒤 배경이 승재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문보영은 자신들에게 아무런 힘도 도움도 되지 못하고 있는 시댁이 딱하고 가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자신의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를 비교해 보면 시어머니의 모습이 참으로 구질구질하고 초라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아버지의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을 쪼개어 살림을 해 나가는 것을 보면 답답해 보이며 시어머니의 융통성 없는 주변머리가 한심스러워 보인다.
문보영은 되도록 시댁에는 가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별로 부딪치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승재는 새로운 세상이 있음을 알아가면서 아내의 말에 무조건 순종을 한다.
승재는 여름과 겨울 방학 때면 어김없이 아내와 해외로 나가 지낸다.
부모님께는 해외연수라는 말을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구실에 불과하다.
문보영은 시간이 있을 때면 해외여행을 하기를 즐겨하는 사람이다.
방학 때만 되면 어김없이 남편과 해외여행을 하며 즐기며 사는 그들의 삶이었고 그것을 보람으로 생각하며 사는 문보영이다.
친정식구들과 함께 보내는 해외여행 길에서 문보영은 즐거움을 느끼며 자신의 인생의 즐거움을 찾는다.
자신의 말이라면 무조건 다 들어주는 남편 승재가 마음에 든다.
아기가 없는 것도 그다지 신경을 쓰며 사는 문보영이 아니다.
오히려 아기가 없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다.
그와는 반대로 미연은 모든 것에 계획에 맞추며 삶을 꾸려가고 있다.
이제 승원이 매달 벌어다 주는 돈으로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가며 생활을 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미연이다.
월급의 삼분의 이는 무조건 저축을 하고 보는 미연의 생활은 조금의 여유도없이 빡빡하지만 미연은 틈이 나면 아르바이트를 나가곤 한다.
아들 정훈이는 누나를 따라 학교에 간다고 보채는 바람에 어린이집에 다니게 하고 보니 남는 시간이 많다.
미연은 그 시간들을 이용해서 어떤 일이든 주어지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나가면서 아이들의 학비로 충당을 한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던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면 모두 해 주고 싶다는 강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미연으로서는 남편의 월급을 그대로 다 쓸 수는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간이 되는 대로 부수입을 찾아 나선다.
일을 나갔다 조금 늦게 되면 예원이 정훈이를 돌보아 준다.
동생과 다섯 살의 나이 차이를 보이는 예원이는 제법 누나 노릇을 착실하게 해 나가면서 정훈이를 챙긴다.
“예원이 엄마!
금년에는 우리도 아이들을 데리고 바다로 피서를 가 볼까?“
“지금 뭐라고 했어요?
피서라고 했어요?“
지금까지 피서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미연은 놀랜다.
“뭘 그렇게 놀래?
피서는 어디 남의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인줄 알아?“
“지금 우리가 그런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지요.
이제 아이들이 커 나가고 있는데 함부로 그런 돈을 낭비할 수가 없어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피서도 가보는 것이 좋을 것이오.
그리고 여름 휴가비가 따로 나온다니까 우리도 예원이와 정훈이를 위해서 멀리 나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 하루 이틀정도 다녀와도 되지 않겠어?“
“정말 휴가비가 나와?”
“응!”
“그렇다면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가는 방향으로 해야겠어!
우리끼리만 다녀온 것을 아시면 얼마나 서운해 하시겠어?“
“정말 그렇겠다.
나 보다는 이제 부모님을 더 챙기고 생각하는 당신이 있어 참 좋다.
이래서 당신이 참으로 사랑스러워!“
승원은 미연의 이마에 가벼운 뽀뽀를 하며 사랑의 표시를 해 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휴가나 피서라는 낱말조차 생각해 보지 못하고 살아왔던 삶이다.
그것은 자신들하고는 무관한 일처럼 생각하고 무시하며 잊고 지낸 피서철이었고 사치스러운 생각이라고 치부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아이들이 커 나가고 모든 집에서는 여름이면 피서를 다녀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전화를 드려서 아버지 시간을 맞출까?”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지?”
미연은 유방희와 통화를 한다.
“어머니!
아버지 휴가기간이 언제인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새삼스럽게 그건 왜?”
“예원이 아빠하고 시간을 맞추어 가까운 바다라도 피서를 다녀오면 어떨까 싶어서 그러는데 어떠세요?“
“그러냐?
정말 좋은 생각이구나!“
유방희는 잠시 남편의 생각을 묻는다.
“에미야!
아버지는 아무 때라도 너희들 시간을 맞추실 수가 있다고 하시니 너희들이 날짜를 정하라고 하신다.“
유방희는 마음이 즐거워진다.
남들이 다 떠나는 피서를 다녀온 것이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두 아들이 어렸을 때 떠나고 나서는 공부 때문에 시간이 아까워 아이들이 다 자란 다음에 가기로 미뤄놓고 살아왔던 세월이다.
두 아들이 모두 성장을 하고 보니 각각의 제 시간들에 바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 피서는 생각도 해 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며칠 전 큰아들은 다시 해외로 떠났다.
방학 때면 들리지 않고 전화로만 외국에 나간다는 간단한 보고만 있을 뿐 언제 귀국을 하는 것인지도 어디로 나갔다 오는 것인지도 모르고 있다.
유방희는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어 가는 것이 두렵다.자식들에게 점점 소외당하고 잊혀 가는 것이 부모라면 누가 온 정성을 다해서 자식을 낳아서 키우려고 할 것인가 싶은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남편의 휴가 때가 되어서 마땅히 갈 곳이 없다.
고향엘 내려간다고 해도 바쁜 농사철에 일손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면 모두 귀찮아하는 표정들이다.
그래도 남편의 형님이 살아 계실 때는 더 없이 반기고 오라는 전화를 받곤 했지만 이젠 형님이 살아계시지 않으니 그것도 없다.
모처럼의 피서 말만으로도 유방희는 다시 생기가 살아나는 듯하다.
그들은 일정을 계획한다.
많은 날들이 아닌 이박삼일간의 피서 여행이지만 가족끼리의 오붓한 여행을 위해 유방희는 처음으로 미연과 마음을 맞추어 나간다.
“어머니!
이럴 때 형님 댁하고 함께 했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그 애들이 어디 그렇게 한가한 사람들이냐?
난 이렇게 우리끼리의 여행이 더 좋을 것 같다.
우리 예원이하고 정훈이 재롱도 마음껏 볼 수 있고 그 애들이 얼마나 좋아 할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래는구나!“
유방희는 모처럼 바다를 간다는 마음으로 새롭게 수영복을 준비한다.
수영복을 언제 입어봤는지 꺼내 보았으나 낡고 이제는 몸에 맞지 않는다.
“어머니!
모든 것은 제가 준비를 다 하겠습니다.
두 분은 그냥 오시면 됩니다.“
“먹을 것을 네가 혼자 다 준비할 수 있겠니?”
“그럼요!
이제 음식 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없습니다.“
그들은 승원이의 작은 차보다는 송민수의 차를 가지고 가기로 한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한 차에 모두 승차를 할 수가 있다.
송민수는 조금 큰 차를 가지고 있어 물건들을 싣고서도 가족이 타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모두들 들뜬 마음으로 출발을 한다.
승원이 운전을 하고 송민수와 유방희는 아이들과 함께 뒤에 앉는다.
“그러고 보니 우리 가족이 이렇게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 처음이구나!”
송민수는 들뜬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할아버지!
근데 우리는 한 가족인데 왜 따로 떨어져 살아요?“
어린 정훈이는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듯 묻는다.
“어허, 그러고 보니 정훈이 말이 맞구나!
한 가족이면 한 집에서 살아야 되는 것이겠지?“
“네!
할아버지하고 할머니하고 한 집에서 같이 사는 친구들이 많아요.
근데 저도 그러고 싶거든요.“
“우리 정훈이 생각이 아주 좋구나!
우리도 한 집에서 함께 살까?“
“네!”
그러나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 대답을 하는 사람은 없다.
유방희는 아직 아들과 며느리를 데리고 한 집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지 않아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고 미연이 또한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보지를 않았다.
“우리 정훈이 말대로 한 번 생각을 해 봐야겠다.”
강민수는 손자의 말을 그냥 흘려버릴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자식들이 모두 떠난 빈 둥지.
늙은 내외만이 홀로 쓸쓸하고 허전하게 살아갈 필요가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아직 아내의 마음을 알지 못하기에 완전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아내와 며느리의 대답을 듣고자 했으나 아무런 말이 없다.
송민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지금 그 문제를 가지고 모처럼 가족여행의 기분을 망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아이들과 즐거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한창 피서 철이라 바닷가에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처음으로 바다를 찾은 가족들은 어른도 아이들도 모두 함성을 터트린다.
승원은 가족들을 바닷가에 내려놓고 적당한 곳에 텐트를 친다.
미연이 가족들을 위해 준비해 온 먹을 것을 마련하는 동안 승원은 숙소를찾기에 바쁘다.
부모님과 아이들 때문에 텐트에서 노숙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참을 고생을 하고 나서야 민박집에 겨우 방 한 칸을 빌릴 수가 있었다.
방이 한 칸이라도 하더라도 넓은 방이기에 안심을 하고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어떻게 되었어요?”
“민박집에 방을 얻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넓은 방이라서 괜찮을거야!”
“잘 되었네!
안 그래도 방을 구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어!“
“모두 어디 있어?”
“저기.....아버지가 아이들을 데리고 바다로 들어가셨어!
우리 정훈이는 얼마나 좋아하는지 신이 났어!“
“우리 그동안 너무 무심하게 살아왔지?
정말 미안해!“
“아냐!
그동안 예원아빠 너무 고생을 많이 했어!
이제는 일 년에 한 번은 애들과 부모님을 위해서도 이렇게 피서를 오는 것이 좋은 것 같아!“
글: 일향 이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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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피서 좋아요. 기분도 풀어주고 삶의 희망도 주니까요
감사합니다
피서는 좋아요
참으로 아름답운 아들 며느리입니다.
고맙게 잘보고 있어요~~~
요즘 이런 자식이 있을까요?
옛 어른들 말싸미 버린자식이 효자노릇 한다더니 그말이 정답이 되었군요
미진진 싸 ,항상 감사,독므